▶ 통상분야 고위직 때 AT&T·모빌오일에 장기 월세…고문료 이어 재산형성 ‘도마’
▶ 90년대 중반 ‘임차인’ AT&T 특혜 논란도… “부동산에 일임해 계약상대 몰랐다”
공직-로펌 ‘회전문’ 행보 비판도…오늘 예정보다 이른 출근, 취재진 질문 ‘패스’
(서울=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로펌 고액 보수·이해충돌 논란에 이어 부동산과 관련한 의혹까지 나오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한 후보자의 지명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인사청문회 통과에 큰 어려움이 없는 '무난한 카드'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재산형성 과정 등이 조금씩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7일 총리실 인사청문회준비단에 따르면 우선 한 후보자는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의 통신 대기업 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현 엑슨모빌)의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자신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3층 주택을 임대했다.
이 주택의 폐쇄등기부 증명서를 떼어보니 1995년 9월에는 모빌오일코리아가 채권최고액 1억6천989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기록도 남아 있었다.
특히 이 시기는 한 후보자가 상공부 국장, 대통령 통상산업비서관을 거쳐 통상산업부 차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분야 고위직을 지낸 때여서, 주택 임대를 고리로 한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한 후보자의 공적인 위치가 사적인 이익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한 후보자가 해당 주택을 사들인 직후인 1989년 임차계약을 맺었던 AT&T가 1990년대 초중반 특혜 의혹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1994년 10월 한겨레, 서울경제 등은 정부가 주요 구비서류 없이 견적서 단 1장만을 제출한 AT&T에 교환기 국제 입찰 참여 자격을 부여했다며 미국의 통상압력에 밀린 특혜라고 보도했다.
AT&T의 임차 기간은 한 후보자의 상공부 산업정책국장·전자정보공업국장 근무 기간과 겹친다.
한 후보자는 AT&T의 특혜 논란이 집중된 1993∼1994년에는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 상공자원부 기획관리실장,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을 지냈다.
여기에 한 후보자가 지난해 신문로1가 주택을 100억원 가량에 매물로 내놓았으면서도 국회에 제출한 재산신고 목록에는 이 집의 가격을 25억4천만원이라고 적은 것이 알려지면서 '재산 축소신고'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한편 JTBC는 한 후보자가 당시 임차인을 구하는 과정에서 주택이 위치한 종로구가 아닌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했다며 '외국인 세입자'를 찾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재산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면서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적합한지를 놓고 쟁점화에 나설 태세다.
앞서 한 후보자가 공직 퇴임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일하면서 4년 4개월간 18억원의 고문료를 받고, 지난 1년간은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겸임하면서 약 8천200만원을 수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 2002년 11월부터 8개월간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재직한 것을 두고 민주당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공직과 로펌을 오가는 '회전문'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의 법무법인 김앤장 경력 논란에 대해 "고위 관료로 있다가 로펌에서 어떤 일을 했다가 다시 또 국무총리로 복귀하는 것은 경기에서 심판으로 뛰다가 선수로 뛰다가 연장전에 다시 또 심판으로 돌아가는 경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총리 후보자로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했던 만큼 이번에도 무난한 통과를 점쳤던 인수위 입장에서도 이어지는 의혹 제기에 대한 해명에 부심하고 있다.
앞서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임하던 한 후보자는 재산 관련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날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들어가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출근 시간도 국무총리실에서 공지한 것보다 약 15분 빨랐던 것을 놓고도 취재진과 마주치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일각에서 고개를 들었다.
다만 청문회준비단은 한 후보자의 주택 임대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부동산에 일임해 진행된 것"이라며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준비단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임대 당시는 외국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을 보유하기 어려웠던 때로 장기 월세가 보편화돼있었고, 월세를 선금으로 받는 대신 담보(근저당권)를 설정하곤 했다"며 "외국인 임대 전문 부동산에 일임했고 후보자는 임차인이 누군지 나중에야 알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별도의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당시 종로구 단독주택은 임대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주택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실적좋은 부동산 중개업소에 집을 내놓은 것 뿐"이라며 "집을 내놓으면서 주택의 위치, 면적 등을 알렸을 뿐, 총리 후보자의 직업이나 직위를 알린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했다.
임대료가 지나치게 높고 이에 대한 해명도 없다는 지적에는 "당시 위치, 면적을 감안할 때 평균적인 수준의 액수이고 담당 부동산중개업소에 나온 다른 주택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며 "임대료 액수는 이미 세무신고가 정확히 돼있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될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서 금액을 감추거나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100억원 가량에 주택 매매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는 "주택 관리의 어려움, 노후 준비 등을 이유로 매도 시세를 문의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매도 의사가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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