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만에 다시 제대로의 사월을 맞는 것 같습니다. 재작년 코비드-19 팬데믹이 창궐하며 시행되었던 각종 방역규제가 이제야 마침내 대부분 풀리면서, 그동안 가라앉고 다소 지쳤던 생활에 활기가 되살아나며, 새롭게 정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의 분위기입니다. 가무는 기후에 비가 아쉽기도 하지만, 청명한 날씨가 화창하게 펼쳐지면서 기온도 빠르게 오르고, 각종 꽃들은 아름답게 만발하며 다양한 수목의 새잎들이 싱그럽게 솟아나면서, 어느덧 봄이 무루 익어 가는 시절, 우리 각자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며 아울러, 지구 공동체의 장래를 살피고 각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가는데, 그 동안의 경험을 되새기고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하겠습니다. 한국 달력에는 그제가 청명절이었고, 어제가 한식날임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는 조상들을 추모하며 충과 효의 정신을 되새기는 춘기제향의 전통을 일깨우고 있는 줄 압니다. 이무렵 과수와 각종 농사를 시작하면서, 추석 등 가을에 결실 수확의 감사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준비를 하려는 계기를 삼는 것 같습니다. 이달 중순에는 크리스천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스터도 있습니다. 민중을 일깨운 보리살타 같은 예수님의 부활을 기리고 그 의미를 되새기면서, 각자 종교문화전통에 따라 나름대로 영적인 성숙의 계기를 갖기 바랍니다.
고국에서는 엊그제 서울광장에 화엄사의 사사자석등의 모습을 본뜬 “부처님오신날‘ 봉축탑을 점등하였고, 종로와 청계천 등지에도 수많은 연등과 장엄물을 설치하여, 시민들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지혜와 자비를 상징하는 찬란한 빛을 나누기 시작하였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다시 희망이 꽃피는 일상으로”라는 주제하에, 이달 말에는 연등축제를 정상적으로 재개한다고 합니다. 국가 및 유네스코인류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고, 해외인들도 나름 동참하는 종로통의 연등행렬 및 각종 민속축제행사는 한국 문화의 전통이 국제적 인정과 주목을 받으며 관심과 호감을 일으키는 고귀한 민족의 자산으로 평가되어오고 있습니다.
산승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국제베삭절위원회 (ICDV)는 지난달 하순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다음달 13일 방콕 유엔 아태경제사회위원회(ESCAP) 회의장에서 국제베삭절 축제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팬데믹 등을 고려하고, 지구촌 역병과 갈등 분쟁상황을 감안하여, "위기 속의 자비: 지구 공동체치유를 위한 불교실행 Compassion in Times of Crises: Buddhist Practice in Healing Global Community" 란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이어서 "세계적 역병기간 몸과 마음 및 공동체의 건강을 위한 불교적 접근방법들 Buddhist Approaches to Health of Mind, Body and Communities during Pandemic" 과 "갈등 분쟁기의 평화와 연대를 위한 불교 실천 Buddhist Practice for Peace and Solidarity in Times of Conflict"란 부제의 두 차례 집단토론을 갖기로 하였지요. 지난 2008년부터 계속해 맡아온 국제위원직을 2024년까지 연임하게 되었는데 그 책임과 사명을 새삼 느끼며, 인류의 스승인 붓다의 탄생과 성도 및 열반을 거듭 기리면서, 지혜와 자비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계기를 만드는 일에 솔선하기를 서원합니다.
이달 하순에는 곡우절이 옵니다. 곡식을 위한 비가 산천을 윤택하게 하는 때에, 그 이전에 만든 녹차인 “우전”의 맛이 특히 좋고 품귀함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다성 즉, 차의 성인으로 전하는 초의선사의 모범처럼, 참선 명상수행과 차를 마시는 살림이 어우러진 다선일미를 나름 누릴 수 있기를 권장해 봅니다. 온갖 초목과 동물들이 새롭게 활기를 펼치는 좋은 계절, 우리 인간들도 각자 생활 쇄신의 계기를 갖고, 지구 환경과 뭇 생명들을 보살피며 더불어 공존 공영할 수 있는 녹색살림살이를 함께 꾸려 나가야 하겠습니다. 다가오는 부활절과 베삭절을 내다보며, 성인들의 거룩한 가르침과 삶을 되새기고 감사하며 따라가기를!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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