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모의 푸틴 오도·군기 엉망·가택연금’…쏟아지는 서방發 첩보들
▶ CNN “푸틴의 전쟁 논리 격파·대국민 여론 관리·러시아 압박 효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5주를 넘기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심리전'(戰)이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와의 전면전을 우려하며 참전하지 않는 대신 정보 당국의 기밀 첩보를 공개하는 이른바 정보전을 통해 러시아를 흔들며 우크라이나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관련 정보 사항을 일제히 공개했다.
우선 익명의 정보 당국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군이 우크라이나에 정예군이 아닌 징집병을 보내 희생시킨다는 것조차 몰랐다는 정보가 있다며 "푸틴에 대한 정확한 정보 흐름에 장애가 생겼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곧바로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에 의해 오도되고 있다고 느낀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같은 시간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침공 과정 전반에 걸쳐 매 순간 자국군으로부터 완전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독재 정권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권력에 진실을 말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맞장구쳤다.
익명의 정보 당국자가 먼저 정보를 공개하고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가 동시다발적으로 가세한 형식이었다. 다분히 계산된 발언으로 보기에 충분했다.
다음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개 행사 자리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확실성을 갖고 말하는 게 아니다. 푸틴은 스스로 고립된 것 같다. 그가 일부 참모들을 자르거나 가택 연금했다는 일부 징후가 있다"고도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조차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서 또 다른 정보를 흘린 셈이다.
그에 앞서 영국 정보기관 수장인 제러미 플레밍도 지난달 28일 러시아군이 예상치 못한 고전에 사기가 꺾여 군기가 엉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명령을 거부하고 실수로 자국 군용기를 격추한 사실도 있다고 공개했다.
이처럼 서방의 동시다발적 기밀정보 공개에 대해 CNN은 1일(현지시간) "서방 정보기관들은 정보를 무기화하며 푸틴 대통령과 심리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기가 저하한 러시아군이 참담한 손실을 보는 모습을 부각하는 동시에 크렘린궁 내부에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된다는 식의 전망을 불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브 홀 전 미 중앙정보국(CIA) 러시아작전 책임자는 "정보원 등을 보호하는 게 우리 몸에 배어 있기에 그런 공개는 정보 전문가들을 긴장하게 만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서방은 이례적으로 이런 정보를 공개했을까.
CNN은 우선 이번 전쟁을 푸틴 대통령이 허위 정보를 통해 원하는 그림으로 이끌고 가길 서방이 원치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푸틴 주장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탓에 할 수 없이 개전했다는 논리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이다.
러시아의 '실패한 전쟁' 구도를 만드는 게 미국 입장에서는 서방의 지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끌어 올릴 수도 있다.
서방 지도자들이 전쟁에 대한 자국 여론을 관리하면서 그들의 정책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할 정치적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러시아 내 혼란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러시아 내부를 균열시킬 수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미국은 이미 이번 전쟁 전에 날짜까지 찍어가며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언급하면서 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고, 우크라이나조차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결국 미국의 정보는 적중했다.
이번에 공개한 대러시아 정보 역시 신뢰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CNN은 은밀한 정보기관 특성상 정보전은 제3자가 평가할 방법이 없다며 기밀 해제된 정보에만 기반해 해석하는 데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방이 공개한 러시아의 군사작전이나 푸틴을 둘러싼 상황 등에 대한 정보가 전체 그림인지, 선별된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는 첩보에 기반해 이라크전쟁의 당위성을 주장했었지만, 이후 이 정보가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샀던 '악몽'이 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은 생전에 이를 자신의 경력에서 큰 오점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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