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 달, 오래 별러왔던 아웃도어 화장실 불사가 마무리 되었다. 이로서 이 중이 애초에 하려고 마음먹었던, 영화사 숲과 대웅전, 대중 식당 소요유, 대중 화장실까지, 영화사 불사가 일단락 되었다. 14년이 걸렸다. 이 새 봄, 피어나는 저 환한 빚꽃처럼, 이제 땅에 피 뿌리는 일 끝내고, 사람들 꽃피우는 일에 집중하려 한다. 아무튼, 분주하고 힘들었던 불사에서 놓여나 기쁘고, 대중에게 안온한 화장실을 내어주게 되어 행복하다. 그러나, 다 좋기만한 일은 원해본 적도 없고, 세상에도 없으니, 가진 대신 치러야 할 것들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뭐든 하나를 얻으면, 그만큼의 그늘이 생김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중 해우소 생겨 기쁘고 편리한 만큼, 불사비, 청소, 유지, 고장, 보수, 전체 영화사 환경에 끼치는 영향...등등이 함께 올 것이다. 얼마나 많은 것을 치러야 하는지, 얻은 것만 보는 이들은 절대 모른다. 뭐든 가질 때, 그 치러야 할 것에 대한 준비를 함께 가져오지 못하면, 살다 문제가 발생하면, 닥친 문제가 마치 홀로 온 듯이, 오직 문제 자체 만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 문제는 당신이 원한데서 온 것이다. 이를테면 자식같은 거다. 행복과 문제점, 양면이다. 빛은 그늘이다. 하나는 늘 둘이고, 둘은 늘 하나다. '일즉일체다즉일', 이다. 그래서, 뭐든 소유하는 것은 수고로운 일이다. 치러야 할 것을 미리 받아들일 준비가 없으면, 소유는 바로 고통으로 이어진다. 그게 인연법이다. 대개 사람들은 이거 하나면 가지면, 으로 삶을 지속한다. 자식이 대학만 졸업하면, 취직만 되면, 손주만 보면, 집만 사면, 돈만 생기면, 한달만 더 살수 있다면...연연히 이어지는 그 하나, 만을 위해서 산다. 그러나 그 하나는 결코 하나가 아니며, 절대로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편, 그런 하나가 없으면 중생은 살아갈 수 없다. 이도저도 바라는 바가 없다면 죽은 것과 진배없다. 욕심은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다.부자든 가난한 이든 누구든 욕심으로 산다. 욕심은 나쁜게 아니다. 사람이 식욕 수면욕 물욕 성취욕 명예욕 등등이 없다면 어찌 살겠는가. 문제는, 그 욕심에 사로잡혀,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 채, 노예처럼 살다가 가는 것이다. 인생의 끝에 허무만이 남는다. 멈추고 싶은데 그게 언제인지를 모른다. 설사 알아도, 눈앞의 욕심을 버리기 힘들다고들 한다. 그럴 때 멈추는 방법은 둘이 아님을 볼 줄 아는 것이다. 너는 배고프냐, 나는 배부르다, 가 아니라,기꺼이 너에게 나눠주마, 가 되면, 아무리 욕심을 내어 갖고 또 갖는다 해도, 그것은 욕심이 아니다. 그 둘, 이 아님을 볼 줄 알면, 이미 탐욕이 아니다. 어쨌든,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은 다 밖에서 왔다. 도로 제자리에 돌려놔야 맞다. 그래야 공동체로서의 세상이 균형을 찾을 수 있다. 그 균형이 깨지면 내가 힘들어진다. 너의 나라에 전쟁이 발발하면, 나의 세상이 요동친다. 주가와 유가가 움직이고 세계의 정세 판도가 힘들게 움직인다. 지금 유크레인 사태를 보면서, 그 세상이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세상은 둘이 아님을 실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진정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실감한 이들은 내것을 나누고 돕는다. 고래로 연연히 이어져 온, 그들의 빛이 있어, 세상은 절대로 어둠에 잠식될 수 없다. 자신이 그런 남의 덕으로 살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여전히 혼자 배터지는 이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늦었을 때, 자신의 삶이 부질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서글프게 사라지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주변에서 많이 봐왔고, 반드시 그럴 것임을 장담할 수 있다. 해본 이는 알겠지만 남을 도움으로해서 오는 감동은 삶에 무한한 행복을 준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한다. 그 행복을 평생 모르고 사는 이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게 누구든, 행복하게 존재하고 있을 때 너는 존재 가치가 있다. 가까운 너가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면, 그걸 보는 나는 당연히 행복할 수 없다. 그 가치 없는 너가, 나라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는 반드시 행복해야 하고, 나는 너의 행복을 바랄 수밖에 없다. 오로지 나 하나 만을 위해 사는건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다. 둘이 아니다.
<동진 스님 (SAC 영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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