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위기 투자심리 위축·유가 한때 130달러 돌파
▶ 미 ‘마지막 카드’ 러 원유 수입금지 이르면 오늘 처리
7일 연방 의사당에서 조 맨친 상원의원 등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금지 법안 발의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공포에 7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 가능성이 위험자산 투매와 안전자산 쏠림 현상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국제유가와 금값이 나란히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급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전쟁 장기화에 투자심리 위축
전쟁이 12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좀처럼 긴장 완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금지 제재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추가 제재로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더 높이 치솟으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회복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우려했다.
오안다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모야는 투자자 노트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치솟는 원자재 가격이 경제성장 전망에 우려를 더하면서 미국 증시(주가)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미국시장 수석이코노미스트 캐시 보스트얀칙은 CNBC방송에 “주식시장은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공급 쇼크와 씨름하면서 이 문제가 인플레이션이 아닌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가 14개 기관의 미 경제 전망치 평균을 집계한 결과 올해 성장률 전망은 평균 3.2%로 2월 평균치에서 0.3%포인트 하락했다. 당장 고유가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항공주가 10% 이상 급락한 반면 에너지주는 급락장에서도 상승 마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15%, 델타항공은 13% 각각 떨어졌다.
■유가·금값 상승
국제유가는 전날 밤 배럴당 130달러 벽까지 뚫으며 폭등세를 보이다 독일의 제재 반대와 미국의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 검토 소식에 힘입어 상승 폭을 줄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배럴당 3.2%(3.72달러) 오른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오후 9시37분 현재(런던 현지시간) 배럴당 4.8%(5.61달러) 오른 123.7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TI와 브렌트유는 전날 밤 각각 배럴당 130.50달러, 139.13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전쟁과 제재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2,000달러 선을 넘겼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5%(29.30달러) 오른 1,995.9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최고가는 온스당 2,007.50달러였다.
■러시아 원유 수입금지 촉각
미국이 ‘마지막 카드’로 남겨놓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점차 다가서며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7일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연방 하원은 이르면 8일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와 일반 무역 관계를 중지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법안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권한을 부여하고, 상무부 장관에게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참여 중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금 및 무역 관련 상·하원 핵심 인사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하원 조세 무역위원장인 리처드 닐(민주), 상원 금융위원장인 론 와이든(민주) 의원과 그 카운터파트인 공화당 케빈 브레이디 하원의원과 마이크 크레이포 상원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또 우크라이나 지원 및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요청한 325억달러 규모의 예산과 관련한 협상도 진행, 이르면 8일 대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으로 러시아의 원유 수출 금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며 “현재 유럽 동맹과 러시아 원유 수출 금지 방안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역시 러시아를 국제 경제에 고립시키기 위해 원유 수입 금지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에 이어 입법부가 강하게 금수 조치를 압박하고 나서며 실제 에너지 부문 제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블링컨 장관의 발언 이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며 패닉 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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