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채널 3에서 거의 하루종일 경기 중계를 해주어, 오랜만에 티브이를 봤다. 평소 티브이를 잘 안보는데, 굳이 안보려는 게 아니라, 로컬 채널 몇 개뿐이라 볼 게 없어서다. 인터넷 연결해서 보면 되잖냐, 하시겠지만, 그 세상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포츠는 중계를 해주면, 보는 편이다. 그래도 아직, 정정당당함이 살아있는 곳이 스포츠 세상인 것 같아서다. 특히 올림픽 경기는 더 그렇다. 물론 이 세상엔 정당한 세상은 많지 않고, 스포츠 세상도 완전 청정구역은 아니란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 여전히 청정한 곳이라고, 인종과 권력과 돈과, 세상 모든 차별을 뛰어넘어, 실력이 깨끗이 인정되는 곳이, 그 세상이라고 믿고 싶다. 스포츠맨의 실력이라는 것은 그 종목에 대하여 완벽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선수들이 갈고 닦은 실력이 최고로 발휘되는 그 순간은 찐한 감동이 있다. 왜냐하면, 그 정도 되기까지, 속엔, 수많은 눈물과 고통과 피와 땀이 숨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그 힘듬,을 이겨냈다는 것에 대한 울컥, 이다. 사는 게 참 쉽지 않다, 그러나 이겨낼 수 있다,의 공감이다. 아다시피 올림픽게임은 4년마다 한번씩 열린다. 많은 이가 알지도 못하고 괸심도 없는 그 세상에서 4년 내내, 아니 시작한 그 순간부터, 스노우보더는 공중을 몇번이나 돌고, 몇번이나 넘어지고, 몇번이나 상처 입고, 추락하고, 좌절하고, 부상을 당했을까...그 치열함이 느껴지면 눈물이 나는 것이다. 세상사 최고의 그 아름다움의 순간엔 그 멋짐에 비례하는 고통이 들어있음을 우린 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그들이 달리고 구르고 하는 동안도, 그들을 모르는 이가 지구상엔 더 많다. 당신이 몰라도, 올림픽 경기는 치러지고, 그 안에서 그들은 울고 웃으며 살고, 있다. 이번에 알았지만, 동계올림픽 종목 중에 사실 아는 종목이 몇 개 없었다. 그 작은 세상, 많은 이가 몰라주는 그 힘든 일을 그들은 언제, 왜 하겠다고 선택하고 결정 한 것일까, 궁금해진 적이 혹시 있으신지. 세상 모든 사람이 지금 하고 있는 일, 그 일을 왜 하게 되었을까, 말이다. 예를 들자면, 당신은 왜 루지나 봅슬레이, 스키 선수가 아닌지. 그것이 바로 인연법이다. 당신이 남과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것, 똑같은 일을 해도 누군 잘하고 누군 못하는 것, 누구 보다 잘 하는데 늘 메달은 못 따는 것, 모두 철저한 인연법이다. 그 시작은 당신의 마음이고, 선택이고, 행이고, 애이고 취이고 생... 이고 그렇다. 그래서 중중첩첩, 수많은 생과 세상이 우리 안에 있다. 그래서 당신의 세상을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중요치 않다. 당신이 좋아서 시작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속는 것이, 본인이 하고 있으면서, 좋아서 하는 일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럼 당장 그만두라, 하면 못한다. 그게 바로 좋다는 증거다. 이득이든, 해야 해서든, 선택하는 이유는, 그 편이 나아서, 즉, 좋아서, 이다. 세상의 모든 업 중에서 본인이 원해서 선택하고, 그 선택한 업에 대한 과업을 이루며 사는 것이 삶이다. 그 삶의 과업이 금메달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 안될 수도 있다. 안되었다고 1등 보다 못한 것도,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 1등은 못돼도,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는 모두 실력이 월등해서 거기 있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함께 참여하지 않으면, 올림픽 경기는 치뤄질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인생이라는 올림픽도, 당신이 그 종목에 참여하고 있어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당신이 없으면 세상도 없다. 당신이 세상에 있는 이유는 있을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남보다 제일 빠르지 않더라도, 금메달이 아니어도, 그 공간에서 실력을 발휘할 충분 자격 말이다. 그리고 그 세상에는, 하나 밖에 없는 당신의 생을 지켜보고 응원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정정당당히,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이미, 금메달이고, 그것을 지켜보는 이에겐 감동을 주는 일이다. 그러니, 지금 있는 그곳에서 뭘 하든, 행복하실 일이다.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에 있지 않고, 참여에 있음'을, 기억하셨음 한다.
<동진 스님 (SAC 영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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