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최대 부동산 투자그룹 ‘제이미슨 서비스’(회장 데이빗 이) 소유로 LA 한인타운 한복판 요지에 자리잡은 ‘피어스 내셔널 라이프’ 오피스 건물이 소유사의 테넌트 퇴거 요청과 최근 누수로 인해 전기 문제까지 겹치면서 테넌트들이 울며겨자먹기로 모두 퇴거해 텅 빈 건물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윌셔 블러버드와 웨스턴 애비뉴 북서쪽 코너의 이 오피스 빌딩은 특히 2~3년 전부터 주거 건물로 전환된다는 말이 돌면서 제이미슨 측의 테넌트 퇴거 요청이 이어져왔고, 최근 건물이 모두 빈 채 셧다운되면서 건물 주변이 불법 낙서 등으로 더렵혀져 방치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야간에는 건물 전체가 불이 꺼진 채 암흑천지로 변해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다.

이 빌딩에 입주해 있던 한 테넌트는 최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 누수로 전기 배선 계통에 지장이 생겨 건물이 정전됐다”며 “때문에 건물에 입주해있던 모든 테넌트들이 급박하게 퇴거를 해야했다”고 토로했다.

애당초 이 건물의 테넌트들은 제이미슨 측의 리모델링 계획에 따라 오는 3월까지 모두 퇴거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전기배선 문제로 건물 전체가 정전되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3개월이나 앞당겨 퇴거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이 건물은 텅 빈 상태로 입구가 폐쇄돼 있는데, 일각에서는 제이미슨 측이 해당 건물을 콘도 형태로 바꿀 계획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본보는 제이미슨 본사와 건물의 매니지먼트사에 여러 차례 입장을 확인했지만 일선 직원은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고, 데이빗 이 회장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에게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지난 90년대 이후 제이미슨은 LA 한인타운 윌셔 블러바드를 중심으로 대형 오피스 건물을 잇따라 매입해 LA 최대 규모 오피스 건물주라는 위상을 떨쳤다. 그러나 2010년 중반부터 부동산 시장의 판세 변화를 감지한 제이미슨은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 건물들을 거주용 건물로 전환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8월 LA 비즈니스 저널 보도에 따르면 제이미슨은 LA 한인타운을 비롯해 LA에서 다양한 주상복합과 아파트 건물을 신축하거나 신축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공급될 아파트 콘도 유닛만 수천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이미슨은 건물 용도 변경 과정에서 수익 극대화만 쫓느라 기존 오피스 건물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 왔다. 한인타운에서 제이미슨 소유의 오피스 건물에 입주한 테넌트들은 상당수는 건물 관리 문제를 지적하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피어스’ 건물도 지난 몇 년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건물 주변도 쓰레기, 낙서 등으로 지저분한 상태였다는 게 입주자들의 말이다.

이렇다보니 온라인 리뷰 사이트인 ‘옐프’(Yelp)에서 ‘제이미슨 서비스’는 최저 평가를 많이 받고 있고 리뷰들 가운데 ‘테넌트들의 요구에 전혀 응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많은 실정이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