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가 설이요, 내일이 봄맞이 입춘입니다. 우리 배달겨레의 아름다운 풍속으로서 새해맞이 명절이요, “고요한 아침의 나라” 동녘의 땅에 살아온 사람들이 나름의 살림살이를 하면서 따져본 봄철 맞이를 준비하는 때입니다. 한민족은 긴 역사와 전통 및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의 자산을 지켜오며, 지구촌의 선진 문명국으로서 그 역량을 키워오고 있습니다. 한국 달력을 보면, 단기4355년, 불기2566년, 공기2022년을 보이며, 하늘의 변함없는 해를 기준으로 하는 양력과 변화의 달을 중심 삼는 음력도 함께 씁니다. 사람에 따라, 동서양이 함께 일상 사무적으로 쓰는 공통기원과 우리 민족 고유의 조상과 조국을 기리는 단군기원, 불자들이 교조를 기억하는 불멸기원 등, 경우와 상황에 따라 그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며, 사회생활과 개인적 문화생활을 조화롭고 다채롭게 꾸려가고 있습니다. 아무튼, 누구나 겪는 인생의 끊임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고비와 계기를 맞게 되면, 장래의 희망과 아울러서 그 성취의 변화를 기대하게 될 줄 압니다. 이 귀한 조화의 시절을 즈음하여 독자 여러분들 모두, 우리를 있게 한 선조들의 은혜에 새삼 감사하며, 이른바, “입춘대길” 즉, 봄을 맞으며 크게 길상을 누리시고 소원성취하시기를 거듭 축원 드립니다.
예로부터 어른들은 명절을 맞으면 이른바 덕담 즉, 개인이나 사회공동체에 도움이 될만한 좋은 이야기를 나누어 왔습니다. 산승도 한마디 생각거리를 나누고자 합니다. 불교 특히 선종에서는 수행자들에게 “견성성불” 즉, ‘성품을 보고 부처(붓다)를 이루라’는 말씀을 강조해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보아서 부처를 이룰 성품은 어떤 것인지는 성찰 직관해 볼 화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상상하고 이해하기 쉽게 사족을 달아 보려 합니다. 보통 선사들이 말씀하는 성품이란, ‘본래의 성품,’ ‘자기 마음의 성품’을 가리키며, 누구나 각자 마음의 성품을 보고 깨달으면 곧 부처가 된다는 말인데, 그 성품의 실상은 몸소 직접 체험해 보아야 할 줄 압니다. 다만, 철학이나 심리학 등에서 설명하듯, 사람의 마음에는 크게 감성과 지성, 덕성과 영성으로 불리는 특성들이 있으며, 각 분야를 아울러 계발하고 성숙 승화시켜서 진리와 도덕적 선행 및 아름다운 인정을 삶 속에서 펼쳐내 이루고, 마침내 거룩한 경지에 도달하기를 권장합니다. 따라서, 누구나 본래 갖추어져 있는 이러한 마음의 온전한 성품을 바로 보고, 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작용 발현하는 작업을 가리켜 수행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달리 말한다면 바람직한 인격 즉, 이를테면 궁극적 최고존재로서의 붓다가 되는 일은, 각자 붓다가 될 수 있음을 알고, 자발적으로 붓다가 되려는 노력(수행)을 통해 완성해 나가야 하며, 결국 붓다처럼, 투철하고 완전한 지성(지혜)과 자비로운 감성 및 덕성을 갖추어, 자기의 실존적 문제 해결로 자유와 평온을 누림은 물론, 뭇 생명들에게 무연대비를 베풀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봄을 맞아, 수행의 씨앗을 심고 기르는 계기를 가지며, 끊임없이 부지런하게 잘 가꾸어 나가면서 그 기쁨과 보람을 사무치게 누려 보시기 바랍니다.
재작년부터 어느덧 두 해가 지나도록 코비드 팬데믹으로, 감염의 불안과 방역의 불편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제는 변종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통제 가능하며, 조심하면 피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다소 절제된 일상을 꾸려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또 다른 바이러스의 출현을 예방하며,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의 질서와 공존 및 상생의 문화를 계발해 나가야 할 줄 압니다. 불교에서 가르치는 연기법과 중도, 과학계에서도 인정하는 만물의 불확정성 원리와 상대성 및 상호의존성을 이해하고 우리 생활에 적용하여, 생명 공동체의 건강과 평안을 이루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임인년 새해에 여러분 복 많이 지으시고 또 받으시며, 품은 뜻 쾌히 이루시기를 빌면서, 마음의 향을 사릅니다.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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