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미국인 부동산 에이전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기자의 스마트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가 사는 글렌데일 타운하우스의 한 유닛을 전주에 좋은 가격에 팔았다면서 우리도 팔 의향이 있으면 더 높은 가격에 팔아주겠다고 제의를 해왔다.
사실 집을 팔 생각은 없지만 그렇잖아도 남가주 주택시장 동향이 궁금했던 터라 ‘취재 욕심’이 발동,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이 에이전트는 기자가 관심을 보이고 혹시 새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답해주었다.
먼저 팔린 가격을 알려주었는데 90만달러를 조금 넘는다는 답변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기자는 결혼 후 이 타운하우스에만 23년째 살고 있는데 절대로 90만달러 가치가 넘는 타운하우스가 아니다. 방 3개, 화장실 2.5개에 지하 가라지가 있는 3층 구조로 실내면적은 거의 1,600스퀘어피트에 달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20년 초 만해도 50만달러 초·중반대에 팔렸었다. 기자는 당시에도 가격이 높다고 생각했었다.
11개 유닛의 작은 단지로 수영장이나 바비큐 단지, 클럽룸 등 부대시설도 없고 구조적인 문제로 겨울철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실내로 스며들지만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등 여러 문제가 있는 평범한 타운하우스 단지다. 그런데 이런 타운하우스 단지가 불과 2년 만에 거의 40만달러나 수직상승한 것이다. 1998년 당시 구입가는 20만달러.
이 부동산 에이전트는 이번에 90만달러 넘게 팔린 타운하우스 유닛의 매입 경쟁에서 밀려난 자신의 또 다른 바이어가 더 높은 가격을 낼 의향이 있다며 자신에게 리스팅을 주면 100만달러까지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의하기도 했다.
퇴근하고 아내에게 부동산 에이전트의 오퍼를 애기했더니 “비싸게 팔아도 비싸게 사야하고 요즘같이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맞는 말이다. 기자의 한 지인은 1년 전 코로나19 사태 속에 많이 오른 가격에 집을 팔았다고 좋아했지만 아직도 집을 구하지 못하고 비싼 렌트비를 내면서 모아둔 저축만 축내고 있다. 이 지인은 “지난 1년 사이 가격이 많이 올라 이제는 판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집을 사야하고 가장 큰 문제는 매입 경쟁에서 번번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라며 “괜히 집을 팔았다는 후회감과 함께 집을 살 수 있을지 불안감에 잠을 못 이를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남가주에서 주택을 팔고 가격이 싼 외곽지역이나 시골로 이사하거나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높은 집값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실제 심각한 매물 부족 사태로 남가주 주택 시장은 판매량은 감소하는데도 가격은 치솟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가주부동산협회(CAR)의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12월 주택판매 자료에 따르면 12월 매물은 전년 동기 대비 24.1%나 급감하며 협회가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3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물이 리스팅에 오르면 12일 만에 팔리는데 이 역시 새로운 기록이다. 말이 12일이지 사실 리스팅이 나오자마자 바이어와 셀러가 합의하는 데는 하루, 이틀밖에 안 걸린다고 한다. 나머지는 에스크로 기간이다.
지난 12월 팔린 LA 카운티 단독주택의 중간가격은 82만6,500달러에 전년 대비 16.7%, 오렌지카운티의 단독주택 판매중간가격은 100만달러를 훌쩍 넘은 118만2,500달러로 1년 사이 24.5%나 올랐다.
가격이 이렇게 치솟다보니 가주부동산협회의 ‘주택구입능력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현재 LA카운티는 불과 19%의 바이어만이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재정능력을 갖추고 있다. 오렌지카운티는 18%로 더 낮고 가주 전체로도 24%에 불과하다. 미국 전체 평균인 50%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기형적으로 오르는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바이어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코로나 사태가 유발한 기형적인 남가주 주택시장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혼하고 첫 집을 구입하려는 젊은 부부 등 퍼스트타임 주택 바이어와 서민층이다.
한 젊은 한인 부부는 “집을 사고 싶지만 요즘 같은 가격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집을 사기위해 몇 년간 열심히 저축했지만 졸지에 20만, 30만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는 “좀 미안한 말이지만 요즘 셀러들이 다 ‘도둑 심보’에 걸린 것 같다”며 “다들 터무니없는 리스팅 가격을 요구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가격에도 바이어들이 몰리는 것”이라며 혀를 찼다.
지금과 같은 남가주 주택시장 불균형과 거품이 지속될 수 없고 언젠가는 가격 재조정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1,2년간 높은 가격에 집을 구매한 많은 바이어들이 페이먼트 부담에 힘들어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연방 기준금리 상승으로 모기지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2010년 초 금융위기가 유발한 서브프라임 주택사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요즘 인플레이션이 최근 수십 년간 가장 심각한 상태인데 주택시장 인플레 역시 많은 부작용과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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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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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6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오..미주 한국일보에서 이런 용기 있는 기사를 쓰시는 분이 있군요. 이민생활 20년만에 처음으로 신문사 사이트에 가입을 했습니다.계속 용기 있는 기사 써주세요. 처음으로 광고 의뢰해 보고 싶습니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하여 가격이 이루어 지는데 무슨 문제지? 물론 10년이 넘은 양적완화로 낮은 이자로 필요이상으로 가격 상승은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신축물량 적은것이 가격 상승이유의 80% 인데,
서브프라임사태라니요? 요즘 집사려면 융자가 얼마나 까다로운데요. 그리고 요즘은 돈들이 많아서 현금으로 많이사고 다운페이도 많이 하기때문에 절대로 부동산 시장이 망할일이 없지요. 계속되는 인플레이션에 돈의 가치가 자꾸 떨어지고 불안하니 결국은 집 사는 수요는 늘어날것입니다.
서브 프라임 주택 사태가 온다는 말은 더이상 사용하지 마세요. 그때처럼 은행이 주택 바이어 수익을 대강 조사하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재 작년 수익은 좋지만 작년 수익이 좋지 않다고 이자를 낮추기 위핸 재융자도 거절당했습니다. 모기지 남은 액수가 집값의 30퍼센트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한국은 더 심하죠...코딱지만한 아파트가 백만불 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