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은 몸의 항상성 유지와 생리적 기능에 필수적이다. 혈액을 통해 신체 곳곳으로 이동하며 체내 기능 활성화와 제어에 관여한다. 뇌하수체ㆍ갑상선ㆍ부갑상선 등 여러 내분비기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100여 종으로 성장호르몬, 유즙분비호르몬, 갑상선호르몬, 인슐린, 코티솔,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 등이 대표적이다. 진상욱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호르몬은 소화, 대사, 호흡, 감각 인지, 수면, 성장ㆍ발달, 생식, 감정 등 우리가 숨 쉬는 동안 진행되는 모든 영역에 관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했다.
진 교수는 “인체의 다양한 호르몬 생산 및 분비를 조절하는 뇌하수체를 비롯해 체온 조절과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갑상선 호르몬,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부갑상선 호르몬 등의 분비가 정상 범위 내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건강 유지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뇌하수체(腦下垂體)는 머리 안쪽 깊숙이 위치한 아주 작은 기관이다. 위치상 직접적으로 손상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여 안심해서는 안 된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호르몬 분비에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뇌하수체 호르몬 분비의 비정상적인 증가 또는 감소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는 뇌하수체 종양이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이 과다 혹은 정상보다 부족하면 말단비대증, 고프로락틴혈증, 쿠싱병 등 흔치 않지만 심각한 질환이 유발될 수 있다.
또한 뇌하수체 종양에 의한 시신경 교차 및 뇌막 부위 압박으로 두통 또는 시야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정상 뇌하수체 조직 압박 시 오히려 정상 뇌하수체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는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이 발생할 수 있다.
진상욱 교수는 “이러한 뇌하수체 질환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는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골다공증 등 각종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며, 대장암이나 갑상선암 발생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진 교수는 따라서 “호르몬 불균형은 폭식, 과도한 다이어트, 무리한 운동, 더 나아가 정상 호르몬 작용을 교란하는 환경호르몬 등에 의해서도 초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뇌하수체 질환 증상은 영향을 받는 호르몬 종류, 정도 및 진행 속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작은 증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몸 상태를 꾸준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갑상선 절제로 호르몬 균형 유지 빨간 불?
익히 알고 있는 갑상선 기능저하/항진증, 불임, 성기능 장애도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내분비기관 중 갑상선은 체온 유지와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지만, 암으로 인한 절제가 흔히 발생한다.
박원서 경희대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에게 갑상선암은 유방에 이어 발병률 2위에 해당하는 암으로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받은 사람의 20~40%에서 결절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 중 4~12%만 세포 검사를 통해 암으로 판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갑상선암 치료 근간은 수술로 암이 진행된 정도, 즉 크기와 림프절 전이 여부 등에 따라 최선의 수술법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는 재발을 줄이는 완전성과 합병증이 없는 안전성”이라고 강조했다.
수술은 갑상선 제거 정도에 따라 전(全)절제술과 엽(葉)절제술로 구분된다. 전절제술은 갑상선을 전부 제거하는 것이다.
반대편 갑상선에 숨어 있을지 모를 미세 암도 제거하며 수술 후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가능케 하고, 추적 검사에서 사용되는 혈액검사 민감도를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술 후 칼슘제를 복용해야 할 가능성이 엽절제술보다 높고, 갑상선이 없어지므로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반면 엽절제술은 암 크기가 작고, 영상 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보이지 않는 비교적 초기 환자에게 시행되고 있다. 암이 있는 쪽의 갑상선 엽만 제거하는 것으로 만약 수술 후 최종 병리 결과를 통해 저위험군으로 판정되고 남은 갑상선의 기능이 충분하다면,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을 수 있다.
박원서 교수는 “갑상선은 숨 쉬는 통로인 기도를 둘러싸고 있으며, 성대 움직임을 지배하는 되돌이 후두신경, 칼슘 대사를 조절하는 부갑상선 등 중요한 장기들과 인접해 있기에 수술 시 정교함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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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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