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질범 “미, 유대인 생명만 신경써 유대교 회당 표적 선택”
▶ 바이든 “테러 행위…범행 동기 추정할 충분한 팩트는 몰라”
지난 15일 인질극 현장에 경찰 무장차량이 출동해 있다. [로이터]
텍사스주(州)의 유대교 회당(시나고그)에서 벌어진 인질극의 용의자는 40대 영국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 등은 15일 텍사스주 콜리빌의 시나고그에서 11시간 동안 벌어진 인질극 용의자가 영국 국적의 멀리크 파이절 아크럼(44)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보도했다.
아크럼은 안식일 예배가 진행 중이던 '콩그리게이션 베스 이스라엘' 시나고그에 총기로 무장한 채 들어가 유대교 성직자인 랍비 등 4명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다 사망했다. 인질들은 다행히 모두 무사히 풀려나거나 구출됐다.
미 연방수사국(FBI) 댈러스 지부 책임자 매슈 디사노는 아크럼의 신원을 확인하면서 "현재로서는 다른 사람들이 이 인질극에 관여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텍사스에서 영국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현지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망한 영국인이 인질범과 동일인물인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 대테러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용의자인 10대 2명을 체포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터 맨체스터 지역 경찰은 성명을 통해 맨체스터 남부 지역에서 이날 저녁 10대 2명을 체포했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구금한 상태라고 밝혔다.
영국 경찰은 용의자들의 이름이나 성별, 나이,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FBI 댈러스 지부 대변인은 영국 경찰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라고 AP에 밝혔다.
아크럼은 지난해 12월 29일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에 들어왔다. FBI 협상팀은 사태 해결을 위해 협상 과정에서 아크럼이 영국의 가족들과 통화하도록 하기도 했다.
이 인질극은 아크럼의 단독 범행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당국은 그러나 범행 동기는 밝히지 않았다.
디사노는 "용의자는 특별히 한 가지 이슈에 집중하고 있었고, 이는 유대인 공동체와는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며 "우리는 계속 동기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협상 과정에서 오간 대화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이 날 예배 영상을 근거로 용의자가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관된 파키스탄 출신 여성 과학자 아피아 시디키(49)의 석방을 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시디키는 아프가니스탄의 미국 경찰관과 관리, 시민권자 등을 무장 공격하고 살해하려 기도한 혐의와 테러리즘 혐의 등으로 2010년 86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텍사스 포트워스의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포트워스는 이번 인질극이 벌어진 콜리빌 인근에 있다.
아크럼은 인질로 잡은 랍비에게 뉴욕의 한 유명한 여성 랍비에게 전화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 랍비와 통화에서 시디키가 모함을 당했으며 석방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 랍비와 인터뷰한 FBI 관리들은 전했다.
그러나 시디키의 변호인은 "그녀는 시나고그의 인질극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용의자는 시디키의 오빠도 아니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시디키는 특히 자신의 이름으로 어떤 사람에게도 폭력이 자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용의자가 누구든 시디키와 그의 가족은 용의자의 행동을 규탄한다는 것을 그가 알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6일 필라델피아의 한 구호단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라고 규탄하면서도 용의자가 왜 콜리빌의 유대교 회당을 노렸는지 추정할 충분한 팩트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왜 그(인질범)가 그 시나고그를 노렸는지, 왜 그가 10년 넘게 감옥에 있는 사람의 석방을 요구했는지, 왜 그가 관여했는지, 왜 그가 반(反)유대교·반이스라엘 발언을 했는지 등을 알기에 충분한 정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유대교 회당은 이날 예배를 페이스북과 줌으로도 생중계했는데 라이브스트림으로 인질극을 1시간 넘게 봤다는 이 교회 신자 스테이시 실버먼은 용의자가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하는가 하면 벌어진 상황에 대해 미안해하는 등 오락가락하면서 고함을 쳤다고 전했다.
그는 또 아크럼이 미국은 유대인의 생명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시나고그를 표적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언어를 번갈아 가며 말하고,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기도 했으며 폭탄을 갖고 있다고 위협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당국은 시나고그 주변 주민들을 대피시켰고, 이들은 16일 오전에야 귀가했다.
미국 안보 당국은 영국 경찰 및 관리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 사건을 수사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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