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학부모*교사 똘똘 뭉쳐 모범학교로 성장
▶ ‘김구 프로젝트대회’ 대상*으뜸상 등 휩쓸어...EB 동쪽 끝과 스탁턴까지 한국어교육 담당
한울학교 교사진이 지난 12월 19일 크리스마스 발표회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권성진 보조교사, 허정무 이사장, 이루미 보조교사, 김경란 교사, 진 아나스타시오 전 교장, 김미혜 교장, 김은비 보조교사, 이지노 보조교사, 김영훈 트레이시 주은혜교회 목사
지난 11월 재미한국학교북가주협의회가 주최한 ‘김구 프로젝트대회’에서 대상뿐 아니라 으뜸상, 평화상까지 휩쓴 한울한국학교는 모범학교로 손꼽힌다.
‘우리는 학생수가 적어서’라는 핑계를 대지 않고 오히려 으샤으샤 하면서 행복을 만들어내는 학교이다.
학생수는 20-30명이지만 팬데믹 전 북가주협의회 ‘백일장 및 그림그리기대회’를 가봐도 학교이름이 써있는 똑같은 티셔츠를 맞춰 입은 이 학교 학생·교사들의 모습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이 학교는 트레이시 지역에서 주변의 마운틴하우스, 디스커버리 베이는 물론 저 멀리 스탁턴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을 받아들이며 이스트베이 동쪽 끝과 샌호아퀸밸리 지역의 차세대 한국어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신년특집으로 한울한국학교를 선정한 것은 한사람의 압도적 리더십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해서’ 이룬 놀라운 성과를 알리기 위함이다. 위드코로나시대에 한인커뮤니티에게 요구되는 새 에너지는 단합 또는 단결력이기 때문이다.
▲으샤으샤 다함께, 높은 참여율
김미혜 교장은 “우리 학교의 강점은 90%의 높은 참여율”이라며 “단결력이 좋은 학교”라고 말했다. 그래서 북가주협의회 백일장 및 그림그리기 행사에도 상 타기 위한 목적보다는 소풍가는 마음으로 모두 참여한다면서 팟럭(potluck)을 준비해온 학부모들 덕분에 기운나는 행사를 치른다고 자랑했다.
그는 “우리 학교는 누구 한 사람의 역량이나 리더십으로 이끌어 온 것보다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서로를 도와 여기까지 왔다”면서 “지금까지 1대 강기석 교장은 물론이고 2대 윤진영 교장, 3대 진 아나스타시오 교장 선생님을 거쳐 현재까지 모두 교장 사례비도 없이 교실에서 열정적으로 학생을 가르치면서 헌신하신 분들이다”고 전했다. 이어 “나 역시도 교사에서 지난해 교장이라는 직함을 받았지만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 가르치는 일에 열심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공로로 김미혜 교장은 12월 북가주협의회 주최 ‘교사 사은의 밤’ 행사에서 모범교사상(총영사상)을, 진 아나스타시오 전 교장은 퇴임교장상(교육원장상)을 수상했다.
진 아나스타시오 전 교장은 “우리사위 고미숙 선생님의 지도로 난타북을 배운 학생들이 공연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면서 “교장직은 물러났지만 여전히 교사로서 학생들의 정체성 확립 교육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울한국학교는 한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성장해왔다”면서 “처음엔 내 주머니 털어가면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그래도 이곳에 한국학교가 있어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기뻤다”고 밝혔다.
김미혜 교장은 “이번 김구 프로젝트대회 준비 특별수업에서는 내가 김구 선생 관련 동화책을 낭독한 녹음 링크(flipgrid.com)를 보내주면 학생들이 그대로 따라하면서 문제를 풀어왔다”면서 “학생들이 어려워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 재미있어 하니까, 따라온다”고 웃었다. 김구 프로젝트대회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노력들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19일에는 ‘산타할아버지 조선에 오다’(원작 국어교과서에 실린 만화책)를 연극 무대로 올려 조선의 문화도 배우고, 산타할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한울한국학교 학생들이 지난해 10월 한글날 수업을 통해 만든 한글사랑 입체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저 멀리서 찾아오는 학교
개척교회인 트레이시 주은혜교회에서 2012년 8월부터 강기석 전도사 부부와 김태영 김미혜 부부가 교인 자녀 20명을 모아 한국학교를 시작했다. 학교 이름은 큰 울타리라는 ‘한울’로 정했고 이사장도 허정무 주은혜교회 장로가 맡았다. 처음엔 주일예배 후 1시간씩 가르쳤는데, 교재도 서울에 있는 친척이 보내준 것으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김태영 교사의 주도로 2016년 8월 재미한국학교북가주협의회 가입학교가 되면서 교과서와 재외동포재단 지원금을 받게 되었다. 김미혜 교장은 “처음 학년별 교과서를 받아들었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줄곧 무보수로 일해왔는데 재외동포재단 지원금 덕분에 교사 사례를 받게 됐다”면서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 그야말로 3시간 수업을 하는 한국학교가 된 것은 은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협의회서 주최하는 교사연수는 남편과 빠짐없이 참석했다”면서 “이런 현장에서 얻은 타학교 선생님들의 경험담, 교육자료, 정보들은 큰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제 한국학교 교사는 5명(정교사 4명, 미술교사 1명)에 고등학생 보조교사는 5명이 됐다. 맨티카, 라스롭(Lathrop)은 물론 스탁턴까지 좋은 학교, 괜찮은 한국학교라는 입소문이 나서 한국학교 학생으로 자녀들을 보내다가 교회에 출석하는 가정들도 늘어났다.
한울한국학교는 지역사회에 한국문화를 꾸준히 전파해왔다. 2014년 지역행사에 참가해 꼭두각시와 태권도 공연으로 한국문화를 알렸으며, 2017년 2월에는 지역언론 ‘트레이시 프레스(Trachy Press)’에 마운틴하우스의 설날행사에 참석해 공연한 한울한국학교가 소개되기도 했다. 2017년 9월부터 고미숙 한국문화원 우리사위 원장의 지도로 매주 금요일 소고춤, 부채춤, 탈춤, 난타북을 배워 우리것을 알아가는 기쁨과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였다.
김 교장은 킨더 때부터 한국학교에 다닌 큰딸이 이제 고등학생 보조교사로 활동한다면서 한국어 잘하는 아이들로 키워낸 것이 뿌듯하고, 아이들도 이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내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 한국학교를 떠나서는 내 인생을 말할 수 없게 됐다”면서 “한국학교 교사로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으로 문닫은 한국학교도 있는데 우리 학교는 기적을 이루고 있다”면서 새해에도 한울한국학교가 더욱 발전하길 소망했다.
한울한국학교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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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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