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적 에세이·시집 순…베이비부머·재택 증가 글쓰기 늘어
코로나19 팬데믹 2년째를 맞은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워싱턴 한인들의 책 출판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한인들은 그 동안 써놓은 작품들을 정리하고 퇴고하며 책을 냈다. 사회와의 단절과 거리두기 등의 팬데믹이 역설적으로 자신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 결과다. 종이책과 함께 해온 아날로그 감성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시니어 출판’이 붐을 이뤘다. 출판되는 책의 장르도 팬데믹 이전과는 달라졌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오롯이 들여다보거나 삶을 관통한 생각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가 가장 많았고, 시집·소설·정치 및 경제 에세이집·한민족의 정체성과 민족성에 대해 고찰한 책 등 훨씬 다양해졌다. 또 한인사회의 연륜이 깊어지며 영문으로 책을 내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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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적 에세이집 가장 많아
가장 최근에는 메릴랜드 주지사 부인인 유미 호건 여사의 자전적 에세이집 ‘우리가 서로에게 선물이 된다면’이 나와 워싱턴 지역 한인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또 팔순이 넘은 워싱턴 지역의 원로 8명이 한국전쟁의 참상을 담은 회고록 ‘6.25 잊혀진 전쟁’을 공저로 발간했다. 올해 6월 펴낸 영문 회고록 ‘The Forgotten War’의 한글판이다. 한국전이 터졌을 당시 고등학생인 안홍균 씨부터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고 최연홍 교수에 이르기까지 청소년들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상과 아픔을 후세들을 위한 기록으로 남겼다.
한국의 항공우주공학 발전을 이끈 홍용식 박사(VA 맥클린 거주)는 자전적 회고록 ‘나는 그때 있었다’를 출간했다. ‘아버지가 삼남매에게 들려주는 전쟁과 항공우주 40년 그리고 가정 이야기’를 부제로 한 저서에 대해 홍 박사는 “삼남매에게 미처 하지 못한 아버지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고, 항공우주분야 후배들에게는 우리나라 초기 항공우주연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로 옮겼다”고 밝혔다.
팔순의 시조시인이며 한학자인 변완수 선생(웨스트 버지니아주 무어필드 거주)은 올해 초 산문집 ‘춘하추동’을 펴냈다. 그의 두 번째 산문집으로 소소한 행복·이민자의 애환을 담은 수필 등 67편이 실려 있다.
또 한미장학재단 창립 멤버로 회장 및 이사장을 역임한 워싱턴의 올드타이머 박영환 씨(건축가)도 지난 달 자신의 삶을 담은 산문과 회고의 글들을 묶어 ‘별들의 꿈을 담아’를 펴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부제 아래 인생을 계절별 4편으로 나누어 집필한 작품집에는 그의 85년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실려 있다.
시계수집가인 제프 안(알링턴 거주) 씨는 자신의 인생역정을 시계와 연결시켜 시간여행이란 테마 안에서 맛깔나게 쓴 ‘제프의 시간여행’을 발간, 주목을 받았다. 대부분의 1.5세대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고민, 역경들이 서술돼 있다.
페어팩스에 거주 중인 이진 씨는 올해 2월 첫 수필집 ‘워싱톤 개울물 소리’를 펴냈다.
#시집과 문학회 문집들
시집으로는 올해 1월 작고한 최연홍 시인의 유고시집 ‘비단길’이 4월에 나와 그에 대한 그리움을 새겼으며, 같은 시기 노세웅 시인은 ‘코리아 켄터키’를 발간했다. 우병은씨가 첫 시집 ‘먼길’을 냈으며, 최임혁 시인은 동시집 ‘할미꽃 사랑’을 냈다.
문학단체로는 워싱턴 문인회(회장 레지나 김)가 연간 문학지 ‘워싱턴 문학’과 ‘시향’을, 워싱턴 두란노 문학회(회장 최수잔)는 두 번째 문집 ‘두란노 문학 제 2호’를, 워싱턴 윤동주 문학회(회장 신옥식)도 9월에 두 번째 동인집을 냈다.
메릴랜드 클락스버그에 거주하는 심재훈 씨가 계간으로 발간하는 미니 문학지 ‘산들바람’도 매 계절마다 얼굴을 내보였다.
#정치·경제·사진·신앙 에세이집
이현주 전 워싱턴 총영사가 최근 ‘일본발 혐한 바이러스’ 제목의 책을 냈다. 2018년부터 3년간 공들여 집필한 역작으로 혐한’을 일본의 정치권력이 뿌려놓은 오래된 정치적, 사회적 바이러스로 규정했다. 현재 한국에서 초판 완판에 이어 2쇄 인쇄에 들어갔다.
리디아 강 교수는 지난해 펴낸 영문저서 ‘Quackery’의 한글판 ‘돌팔이 의학의 역사’를 한국어 등 7개어로 번역, 출판한데 이어 최근에 열네번째 영문저서 ‘최초 감염자(Patient Zero)’를 펴냈다.
메릴랜드 베데스다에 거주하는 김필립씨는 한일합방 무렵부터 근대 100년간의 민족 수난사를 기술한 영문 저서 ‘헤리티지 오브 아리랑(The Heritage of Arirang)’을 펴냈다.
또 이준현 사잔작가는 사진 에세이집 ‘That is who you are Iceland’를 펴냈다. 북유럽에 있는 아이슬란드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 사진에 자신이 좋아하는 성경 구절들로 꾸몄다.
백순 박사(경제학, VA거주)는 신앙에 바탕한 경제 에세이집 ‘하나님 나라의 경제’를 발간,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경제관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교계에서는 올해 봄 김택용 목사의 자전적 에세이 ‘턱걸이 인생의 감사 스토리’에 이어 박정수 목사가 러시아 선교사 등 총 40여년간 목회생활과 자신의 삶을 담은 두 권의 책을 동시에 발간했다.
유니스 김씨는 소설집 ‘태초에 네가 어디에 있었느냐’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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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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