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자 교육섹션에 김성식의 ‘미국 들여다보기’ 시리즈를 게재한다. 이 시리즈는 미국에 이민 와 살면서 알게 된 미국의 시시콜콜한 것들로 그래도 알고 있으면 미국 생활이 풍성해지는 내용들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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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런 표현을 잘 쓰지 않지만 전국이라는 뜻으로 팔도라는 말을 썼었다. 여기서 팔도(八道)는 ‘여덟(8, 八)개의 도’를 말한다. 그 8도는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를 말하는데 이것을 모두 모으면 ‘전국’이 된다. 그러니 ‘전국’이나 ‘8도’나 같은 의미가 된다. 영화 팔도강산(1967년)을 필두로 팔도 사나이, 팔도 기생, 팔도 식모, 팔도 검객, 팔도 가시나이, 팔도 며느리 등등의 영화에서 ‘팔도’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이 ‘전국’에서 모였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우리는 전국을 8개의 도로 구획 지었는데 그것은 통치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즉 나라를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전국을 인위적으로 구분한 것이 도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그 넓은 땅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50개의 주로 나눈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이다. 50개의 주가 모여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구성한 것이다. 미국의 나라 이름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를 보면 알 수 있다. 미주(America) 땅에 있는 여러 개의 주(States)가 연합해서(United) 미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하나의 나라가 된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50개 주가 모여서 “자, 우리 나라 하나 만듭시다”하고 결의해서 만든 나라가 아니다. 처음 13개 주에서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주를 더하면서 오늘날의 50개 주에 이른 것이다.
통치의 편의를 위해 나라를 여러 구역으로 나눈 것이 아니라 각각 독립된 주가 연합해서 하나의 나라를 이룬 미국은 외교/국방 등 연방정부가 갖는 권한을 제외하면 각각의 주는 여전히 독립된 정부로서 기능한다. 그래서 ‘각각의 주가 마치 각각 하나의 나라’ 같은 느낌을 자주 갖는다.
연방정부에 상원과 하원이 있는 것처럼 각각의 주도 상원과 하원이 있고, 연방정부에 대법원이 있는 것처럼 각 주도 대법원이 있다. 연방정부가 국방을 위해 군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각 주도 주방위군이라는 별도의 병력을 유지한다.
자동차 번호판도 주마다 자신들 고유의 번호판을 가지고 있다. 크기는 전국적으로 같지만 번호판 고유번호 표기방법과 디자인은 주마다 다르다는 얘기다. 운전면허증도 주마다 다르다.
이렇듯 독립적 지위에 있는 각 주의 주지사(Governor)를 우리의 도지사와 동급으로 보는 것은 좀 곤란하다. 국제무대에서의 외교라는 면에서 나라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뿐이지 조그마한 나라의 대통령에 맞먹는 자리인 것이다. 물론 인구로만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캘리포니아주 인구가 4천만명에 육박하고 텍사스주도 인구가 3천만명에 가깝다는 것도 주지사의 위상을 생각할 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버지니아주와 메릴랜드주는 서로 인접하고 있는데 술을 판매하는 방식이 다르다. 버지니아주의 경우 맥주와 와인은 수퍼마켓에서 팔지만 알코올 함량이 높은 위스키, 보드카, 럼, 코냑, 소주 등의 독한 술은 ABC(Alcoholic Beverage Control Authority)라는 이름의 가게에서만 판매한다. 그리고 이 ABC 가게는 버지니아 주정부가 직접 운영한다.
메릴랜드주는 수퍼마켓에서 맥주를 팔지 않는다. 메릴랜드주는 맥주든 와인이든 위스키든 모든 술은 주류 전문 매장인 리커 스토어(liquor store)에서만 살 수 있다. 메릴랜드주의 리커 스토어는 메릴랜드 주정부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허가를 받은 민간업자가 운영한다.
버지니아주는 판매세(Sales Tax)라는 게 있는데 판매세가 없는 주도 있다. 판매세가 있는 주라고 하더라도 그 세율은 주마다 다르다. 그리고 판매세를 부과하는 품목도 각각의 주가 결정한다.
우회전을 하기 위해 신호등이 있는 네거리에 도착했는데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는 경우 우회전 가능 여부도 주마다 다르다. 어떤 주는 주위를 살피면서 자신의 책임하에 우회전을 할 수 있지만, 어떤 주는 초록색 신호등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다른 주에 가서 운전할 때면 ‘이걸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고는 한다. 이렇듯 주마다 다르다.
앞에서 8도가 나왔으니 우리나라 도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자. 각 도의 이름은 당시 큰 고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가져왔다.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 함경도는 함흥과 경성, 평안도는 평양과 안주, 황해도는 황주와 해주에서 나왔다. 이렇게 이름의 연원을 살펴보면 옛날에는 큰 고을이었지만 지금은 세가 많이 줄어든 도시도 보인다. 세월의 경과에 따른 도시의 성쇠를 볼 수 있다. 다만 경기는 고을의 이름과 상관없다. ‘수도(경, 京) 사방 500리 이내로 나라님께서 직접 관할하는 땅’이라는 뜻으로 기(畿)라는 이름이 붙어서 경기가 되었다고 한다.
김성식은 -----------------------------------------------------------------------------------------
지난해 한국일보 문예공모전 수필부문 가작에 입상한 수필가로 버지니아 스프링필드에 거주 중이다. 서울 출신으로 중앙대학 법대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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