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철이 덜 들고 인격과 믿음이 부족했던 때에 편법과 부당한 거래로 돈을 버는 경제계, 정쟁과 싸움의 판이 되어버린 정치계, 권력과 결탁한 법조계, 각종 비리들로 바람잘날 없는 체육 문화계등이 조금만이라도 바뀌길 소망하며 기도하곤 했다. 그들뿐 아니라 지난날 존경의 대상에서 지금은 세상의 걱정거리로 전락해가고 있는 교회도 변화되길 바랬고 식구들, 친구, 나아가서는 성도들의 영혼보다는 자신들의 실속을 차리기 바쁜 목사들이 변했으면 하고 기도하기도 했었다. 저들이 변하고 바뀌면 세상은 분명 달라지고 좋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이런 나의 바람대로 그들이 정말 얼마만큼 변했는지 잘 모르겠다. 헌데 어느날 성령께서 나에게 격한 깨달음을 주셨다. 먼저 바뀌고 변해야할 대상은 다른 이들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라는 깨달음을.. 정말 그랬다. 남이 아닌 내가 먼저 변하고 바뀌어야 했다. 나 역시 개혁의 주체자가 아니라 대상이었다. 우선순위로 따지면 상위권에 포진한 개혁 대상자였다.
교회와 세계역사는 루터가 로마 교황청교권에 반대해 95개 조항의 항의문을 비텐베르크 성문에 붙인 1517년 10월31일을 종교개혁운동(The Reformation)이 시작한 날로 기록한다. 지난 10월31일은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난지 504 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교계의 화두는 단연 개혁이다. 목사들은 강대상에서 습관적으로 개혁에 관한 설교를 하며 신학자들은 세미나, 강의, 강연, 발제등에서 개혁을 주제로 발표한다. 교회들은 개혁행사를 대대적으로 펼친다. 개혁운동을 주도했던 루터, 칼빈, 낙스, 즈빙글리를 위시 수많은 개혁자들을 다시금 소환해 그들의 주장, 신념, 철학, 확신등을 되새기며 개혁의 길을 모색하고 다짐한다(최근에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이런 행사들의 규모가 축소되긴 했지만). 헌데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변화가 더딘채 여전히 제자리이다. 그렇게 개혁과 변화에의 외침은 번번히 자극적이며 표피적인 구호와 기념에 그치고 만다.
개혁은 변질되고 잘못 되어가는 제도, 기구를 띁어 고치는 것이며 원상태로 재구성(reform)하는 것이다. 종교개혁은 영적으로 타락하고 더러워진 교회와 개인심령을 본질과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중세교회뿐 아니라 오늘의 교회들도 양 같아서 각기 제 갈길로 가고 있다. 세상사조, 시류를 따라 가면서 초기의 거룩함을 상당부분 상실했다. 세속화, 종교화, 상품화 되어가면서 교회의 위기가 도래했다. 교회는 세상의 빛이며 소금으로 세상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런 교회가 어두워가니 세상도 구석구석 침침해 간다. 세상을 감화시켜야 할 기독자들이 영적 생명을 잃어가니 세상도 활력을 상실해 간다. 정말 교회와 우리 기독자들은 변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잘못과 허물로부터 진심으로 회개하고 돌아서야 한다. 정치, 경제계, 불신세상보다 더욱 변해야 한다. 우리들은 잘못된 구태의 것들을 과감히 비판, 개혁하면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예수님께로 돌아가야 한다. 예수님은 상천하지에 구원을 주실만한 유일한 이름이시다. 그분은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이이시다. 또한 하나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 말씀은 절대진리로 그 안에 생명이 있고 빛이 있다. 우리들은 자신의 공로가 아닌 은혜를 붙들고 사모해야 한다. 인간의 공로, 업적은 주님 앞에서 실로 무익, 무용한 것이다. 오직 은혜가 우리의 영혼을 새롭게 하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우리들은 늘 은혜를 구하며 주신 은혜에 감사해야 한다. 또한 우리들은 항상 주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 그것이 지음받고 세상에 온 목적이다. 주님 영광이 빛날 때 교회도, 인생과 삶도 빛난다. 이처럼 개혁은 범사에 예수님, 말씀, 은혜, 주님영광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한 변화는 가정, 교회, 사회에 누룩처럼 번져 나갈 것이다. 종내는 자신이 말하고 만지고 다루고 일하는 모든 곳에 영적 생명의 빛을 서서히 비출 것이다. 주님은 우리자신을 통해 그렇게 일하신다. 성경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새롭게 하라 권한다.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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