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민주주의 창출자로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며 공직자 후보자를 낸다.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각 정당의 경선 레이스가 저급한 정치 언어로 정치공세만을 일삼으며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 정당의 ‘공직후보 추천제도’와 ‘공천제도’가 너무나도 취약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불복 논란은 ‘최고위원회’와 ‘당무회의’ 결정으로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승복했지만 완전 승복은 누가 봐도 아니었다. 경선 승복이 사흘 만에 나온 점과, 승복 선언이 기자회견이 아닌 페이스북으로 밝힌 점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는 당무회의가 결정되자 “대통령 후보 사퇴자 득표의 처리 문제는 과제를 남겼지만… 그에 대한 당무위 결정은 존중한다”며 잠행에 들어갔다. 그 후 이재명 후보의 요청으로 24일 전격 회동이 이루어졌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안국동 찻집 회동에 언론의 관심이 모아졌지만 “힘 보태겠다", "고견 부탁드린다"는 정치적 수사가 전부다.
이 전 대표가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의 상임고문을 맡기로 했다고 해서 서로 간의 갈등이 봉합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 전 대표가 궁여지책으로 내년 대선 전까지 미래 권력에 한 발짝 물러선 최선의 선택을 한 것뿐이다.
이낙연 계보는 경선에 패함으로써 정치적 치명타를 입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더불어민주당 당권은 이재명 세력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권력의 쏠림 현상으로 이 전 대표의 당내 정치적 조직과 세력은 약화 될 수밖에 없는 형세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우려스러운 비판에도 불구하고 네거티브 싸움을 벌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권력 투쟁’은 근본적으로 사활을 건 이전투구 싸움판이다. 정치 공학상 민주당내 세력 다툼은 수면 밑에서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당내 조직과 세력이 큰 이낙연 계보 정치인들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설 수 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 패할 경우에는 정권은 넘겨줘도 당권을 재장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차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 승리할 경우는 탈당하는 방법 외에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호남을 중심으로 새로운 당을 만들어 궁색하나마 정치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동영·손학규·천정배에서 보듯 정치적 생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나마 유일한 방법은 명예로운 정계은퇴 선언인데 그의 정치 여정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열정이 아직 남아있다면 희생과 헌신을 통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던지기 바란다. 지역 갈등도 끝내고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안전 지역구’(safe district) 기득권 정치를 이쯤 해서 내려놓는 게 최선의 선택이다.
보수 색깔이 어울리는 이낙연 계보 사람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을 발목 잡지 말고 국민의힘으로 가길 조언한다. 이 분들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가끔씩 혼란이 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보수·중도 색채를 띄는 유승민 계보 사람들도 국민의힘에서 정치적 입지가 어렵다면 더불어민주당으로 입당하여 개혁에 힘을 보태길 바란다. 정당이 인물 중심으로 계보를 유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념이 다른 구성원은 같은 정당에 함께할 수 없는 정당 존립의 원칙 때문이다. 두 세력 모두 영·호남 지역기반을 토대로 당적을 옮겨 양당의 취약 선거구를 공략하여 전국 정당으로 탈바꿈 시킬 수 있도록 공헌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 아닐 듯싶다.
노무현과 김부겸의 성공한 ‘바보들의 행진’을 롤 모델로 삼기 바란다. 그래야 한국 정당정치의 고질적인 ‘지역주의’(localism) 폐해를 막고 대한민국 정치가 제대로 설 수 있다.
이번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될 확률이 높다. 이재명 후보의 박스권에 갇힌 정체된 지지율 탈출을 위해서 ‘원팀’만을 강조하는 것은 확장성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당층과 중도층을 잡기 위한 본선 대선 레이스에 모든 그의 역량을 보여 주어야 한다. 논리적 언변과 공직자로서의 청렴성, 그리고 용기와 추진력은 그의 최대의 장점이다. 자기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어려운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 너무 ‘원팀’에 집착하지 말고 때로는 뺄셈 정치를 해야 덧셈 정치를 할 수 있다. 권력남용을 일삼고 허세가 가득 찬 주술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는 최소한 막아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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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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