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궤양성 대장염 환자, 대장암 위험 2.5배 높아
‘선진국형 질병’으로 불리는 궤양성 대장염ㆍ크론병ㆍ베체트병 등 염증성 장 질환을 앓는 젊은이가 크게 늘고 있다. 염증성 장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6년 5만7,416명에서 2020년 7만3,959명으로 28%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특히 20~39세 환자가 39%를 차지해 젊은 층 발병률이 높아졌다.
크론병은 2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고, 30, 40대가 뒤를 이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환자의 30% 정도가 20~30대이고, 40대 20%, 50대 22%였다(2019년 기준).
윤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리는 젊은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인스턴트 식품 과다 섭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며 “젊은 나이에 염증성 장 질환이 발생하면 합병증ㆍ예후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장년층 환자보다 좋지 않다”고 했다.
◇궤양성 대장염 걸리면 대장암 위험 2.5배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이나 점막 아래에 만성적인 염증과 궤양이 반복해서 생기는 질환이다. 직장에서 시작돼 점차 안쪽으로 진행되며 병변이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의 증상은 설사이며 혈변도 나타난다. 또 직장에서 시작되는 염증성 질환이기에 갑작스러운 배변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의지와 상관없이 대변이 나올 수 있다. 이 밖에 식욕 부진, 구토, 체중 감소 등 전신에 증상이 나타난다.
나수영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설사나 복통이 생기면 대부분 과음ㆍ과식ㆍ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여겨 가볍게 넘기기 쉽다”며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염증성 장 질환을 의심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궤양성 대장염에 걸리면 대장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2.5배 더 높아진다. 질환에 노출된 기간이 길거나 대장 침범 부위가 넓은 환자는 정기적으로 검진할 필요가 있다.
고봉민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아 장이 점점 딱딱해지면(장 섬유화)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국내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인년(person-year)당 47명이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지만 소장ㆍ대장에서 주로 발생하고 염증이 깊으며 띄엄띄엄 분포한다. 크론병은 희소 질환으로 분류될 정도로 환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환자가 부쩍 늘어 연간 2만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크론병의 주증상은 복통, 설사, 전신 나른함, 혈변, 발열,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등이다. 3명 중 1명꼴로 농양 혹은 누공(瘻孔) 등 항문 주위에도 질환이 발생한다.
차재명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 초기 증상이 과민성장증후군과 비슷해 오진할 때가 적지 않다”며 “과민성장증후군은 잠자는 동안 복통이나 설사가 드물고, 체중 감소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 염증성 장 질환을 방치하다간 장 폐쇄ㆍ천공(穿孔)ㆍ대장암ㆍ치루(痔瘻)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으로 식욕 감퇴와 영양 결핍으로 인해 신체 활동이 떨어지고 근력까지 줄어든다.
윤혁 교수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 환자 79명(평균 나이 30세)을 분석한 결과, 51%(40명)에서 근감소증이 나타났다”며 “염증이 심한 환자일수록 근감소증이 두드러졌다”고 했다.
또한 감자튀김ㆍ탄산음료 등 정크푸드를 즐겨 먹을수록 염증성 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생체의학연구소 연구팀이 국립건강설문조사에 참여한 18~85세 3만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로 미국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PLOS ONE’에 발표됐다.
◇생물학적 제제에다 먹는 약까지 나와
다행히 난치성인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가 많이 나왔다. 항염증제ㆍ부신피질 호르몬제ㆍ면역 조절제ㆍ항생제ㆍ생물학적 제제 등이다. 특히 염증 발생에 관여하는 원인 물질을 차단하는 TNF-알파 억제제 등의 생물학적 제제는 증상을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점막 치유 효과가 높아 많이 쓰이고 있다.
TNF-알파 억제제로는 애브비의 ‘휴미라(아달리무맙)’, 얀센의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맵)’ 등이 있다. 인터루킨 억제제인 얀센의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와 항인테그린제제인 다케다제약의 ‘킨텔레스(베돌리주맙)’, 먹는 치료제인 JAK 억제제 화이자의 ‘젤잔즈(토파시티닙)’ 등도 있다.
천재희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990년대부터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일으키는 TNF-α를 차단하는 메커니즘을 가진 획기적인 치료약”이라며 “특히 최근 먹는 약으로 새로운 면역 메커니즘을 이용한 JAK 억제제가 나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약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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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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