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우연히 란 책을 만났다. 작가 성이 한국인이라는 것만 보고, 내용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샀다. 넌픽션이고, 다각면에서 마이너 휠링을 다루고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portrait of an artist'이다. 한 천재 코메리칸 아티스트의 죽음과 당시 미국 사회의 처우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책에 대한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그 책으로 인하여 다시 한 번 주변의 코리안 아메리칸의 삶에 대해 숙고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단지 영화사 식구들을 떠나 이민자, 특히 성장기를 마이너로 통과한 세대들의 표현은 미국식으로 하지만 내면엔 어쩔 수 없이 흐르는 한국인의 정서와 미국인 정서와의 부조화에서 느껴지는 그 버걱거림을 어찌 극복하고 살았는지, 그 아픔에 대한 이해의 폭도 조금 더 넓어졌다. 미국 전체를 떠나 북가주만 놓고 봐도 한국 스님의 입지란 마이너 중에서도 상 마이너?이다. 인구수 비례 0.0001 퍼센트도 못될 것이다. 그렇게 소수점 이하의 존재로서 느끼는 벽이 곳곳에 있다. 모든 문화 속의 문화, 속의 또 문화인, 승속의 문화 차이를 아는 이가 0.0001퍼센트도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쓸쓸함은 당연한 것이다. 당연하기에 소수의 이곳 불자들을 이해하고 노력하며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을 모른다. 그들은 미국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인도 아니며, 그렇다고 진정한 불자도 아니다. 그들은 그냥 그들이다. 그들만의 고유함이 있고 구분되어지며,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한국 정서로 다가가도, 미국 정서로 다가가도, 그 대응은 늘 상식선을 벗어난다. 한국인의 눈에도, 당연히 미국인의 눈에도 낯설고 알 수 없는 존재다. 많음은 낯설 수 없다. 그래서 마이너이다. 하지만 그게 틀렸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다. 그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자는 그들이 나와 같지 않다라는 입장의 얘기일 뿐이다. '너와 같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틀렸다'도 아니다. 같아지고 싶다고 원한다 해도 다르다. 이미 같아야 한다는 입장은 놀랍게도 대다수가 인지 하지 못하는 폭력이다. 그 폭력에 학습되면 그게 옳다로 인식되고, 그렇지 않음을 그렇지 못함으로 하향적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란 것을 놓친다. 가끔 우리 불자들이 다수의 폭력에 이미 지배당한 채 살고 있음을 모를 때 좀 아프다. 세상 어디에나 마이너와 메이저, 닭머리냐 용꼬리냐의 삶이 존재하지만 그것이 옳고 그름의 잣대는 아니다. 더군다나 행복의 잣대도 아니다. 마이너 중의 마이너인 이 중은 다수의 잣대와 논리로 보자면 가장 기죽어 살아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 설령 마이너라는 자를 들이댄다 해도, 그 자 따위 관심 없다. 해는 해고, 달은 달임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다수의 논리로 해석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세상은 결코 다수의 논리로 굴러가지 않는다. 현 세상을 움직이는 권력들은 극소수다. 다수가 갑자기 소수가 되기도 하는 것이며, 그것은 인연법이 굴러가는 이치이지 현재 드러난 다수의 모습이 절대도 아니다. 차별을 당하던 이가 기득권을 가지게 되면, 그들은 차별을 하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두가 같아지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 부가 메이저라면, 자본세상에서의 메이저와 마이너는 하루아침에도 전복될 수 있는 것이다. 정해진 마이너, 메이저는 없다. 이곳에서 마이너는 저곳에선 아니다. 늘 변화하고 업다운 된다. 비내리고 흐림은 태양이 빛나는 날이 되고야 만다. 무상하기 때문이다. 그 이치를 아는 것이 행복이다. 한가위 둥근 달도, 작은 초생달부터였고, 곧 그믐달이 된다. 중요한 건 어두운 동안도, 온전히 둥근 달이라는 사실이다. 불행해도, 누구든 다 온전하다. 해서, 지금 여기서 당신이 할 바를, 행복할 바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싸워 행복한 이는 싸울 것이고, 평화를 원하는 이는 그리 할 것이다. 그게 세상이다. 인연법 상, 선한 세상을 많은 이가 바란다면, 세상은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그 선택은 현 시대를 사는 당신의 몫이다. 메이저든 마이너든, 유령 같은 그들이 아니다.
<동진 스님(SAC 영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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