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극작가 헨릭 입센(Henrik Ibsen)이 1879년에 쓴 희곡 ‘인형의 집(Puphejmo)’ 연극이 그해 12월 21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왕립극장에서 초연 되었다.
그날 그 연극에서, 변호사 헬마에게 사랑받는 아내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서 인형처럼 살던 천진난만한 노라가 남편의 비겁한 모습에 반발하여 집을 뛰쳐나온다. 그리고 130여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변이가 노라를 대신하여 우리를 다시 인형의 집에 돌아와 갇힌 신세로 만든 것 같다. 새장 안에 있는 종달새나 망(網) 안에 있는 다람쥐처럼 우리들 삶을 다시 인형의 집에 갇혀 지내야하니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처럼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인간은 타인과 서로 의지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사람과 즐겁게 자주 어울려야 건강에도 좋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서 여가생활을 즐기며 살아가는 문화생활을 ‘나홀로 문화’라고 한다. 인형의 집에 갇힌 생활과는 다르다. 외톨이 생활과는 전혀 다르다.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핑(혼자 쇼핑 하기), 혼산(혼자 산행 하기), 혼놀(혼자 놀기), 등 나홀로 생활양식이 젊은 세대부터 확산돼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코로나19가 직격탄을 날렸다고 볼 수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자기만을 위해 여가시간을 즐기고 각 개인의 특성을 중요시 하는 나홀로 문화로 변하고 있다.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많은 것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우리 생활에 당연한 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남 눈치 보던 시대에서 탈바꿈하여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말던 자기가 원하는걸 더 추구하는 나홀로 문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강한 개성과 개인 자유가 최우선인 ‘나홀로 삶’의 심화 현상이 소통 및 대화의 단절로 사회가 더욱 각박하고 삭막해질 수 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 되어서는 안된다.
공동체가 먼저이고, 그다음으로 가족의 삶이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내가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해졌다. 개인주의로 변하고 있다. 이기주의나 욕심주의와는 다르다. 복잡한 인간관계의 피곤에서 벗어나 홀로 합리적이고 능동적인 자유와 행복을 구가할 수 있는 나홀로 삶이 가족관계나 패밀리 파워(Family Power)도 무너뜨릴지 염려스럽다.
일반 음식점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4인용 테이블 대신 독립된 형태로 구성한 칸막이 테이블이 자리잡고 있다. 모든 분야가 이러한 비대면 현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비대면 현상이 나홀로 문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의 술 문화는 술이 취하는 음료이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부드럽게 연결해주는 매개체로서 기능을 했다. 이런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던 술이 이제 혼자 마시는 혼술 대상이 되었다. 이러다가 나홀로 문화가 백의민족의 민족성마저 변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와 걱정이 된다.
나홀로 삶의 매력이란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데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상처받고 피곤하고 지친, 주변의 시선에서 자유롭길 원하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에 속박 당하거나 간섭받지 않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 그들이 모여 나홀로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 같다. 코로나19는 우리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문화와 생활 습관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익숙해지게 만든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으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란 말이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존 키팅(John Keating)’ 영어선생이 학생들에게 이 말을 외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영화에서는 전통과 규율에 도전하는 청소년들의 ‘자유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 되었다.
전통으로부터 탈바꿈 하려는 나홀로 문화의 삶이 자유주의 정신과 더불어 인간관계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무엇보다도 확실하며 중요한 순간임을 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에게 언제쯤 노라처럼 인형의 집을 다시 뛰쳐 나올 날이 올 수 있을까?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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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워싱턴산악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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