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 대부분의 도시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단일 선거구’로 시의원과 시장을 선출했다. 이 선거구 제도는 도시 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유권자들이 투표해 그중에서 다득표자가 당선되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오랫동안 시행되어온 이 선거구제는 지난 2014년 무렵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인구 분포상 아시안이나 히스패닉 주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의원은 백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도시들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제도의 경우 다양한 계층과 민족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한인 및 라틴계 소수 민족 민권 단체들은 지난 2002년에 통과된 ‘가주 투표 권리 법’에 따라서 이 시들에 대해서 ‘단일 선거구’가 아니라 선거구를 분할(4-6개가량)하는 ‘지역 선거구’로 변경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 민권 단체들은 만일에 선거구 제도를 개정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여파로 지난 2014년 애나하임을 시작으로 가든그로브, 풀러튼 시도 단일 선거구에서 지역 선거구로 변경했다.
이 도시들은 소송 전을 벌일 경우 막대한 재정적인 손실 뿐만아니라 코트에서 승소할 확률도 높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다.(OC 일부 교육구들도 교육위원 선거를 지역 선거구제로 변경했다.)
이 영향으로 풀러튼 시는 5개 지구로 나누어 시의원을 뽑아 ‘제1지구’에서 작년에 풀러튼 시 역사상 최초의 한인 시의원이 탄생했다. 이 선거구는 민족별로 한인 유권자가 가장 많아 한인 후보가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한인 시의원이 계속 당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웃 부에나팍 시도 마찬가지이다. 이 도시는 민권 단체로부터 소송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았지만, 단일 선거구를 5개 선거구로 쪼개어 지난 2018년 시의원 선거를 실시해 ‘제1지구’에서 박영선 후보(미국명 서니 박)가 당선되었다.
이 선거구는 다른 부에나팍 선거구에 비해서 한인 유권자가 많아 한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풀러튼 1지구’와 마찬가지로 ‘부에나팍 1지구’도 향후 한인이 계속해서 시의원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코너 트라우트 부에나팍 현 시장이 현재 5개 지역구를 4개로 축소하고 시장을 단일 선거구로 선출(현재 시장은 시의원들이 순번으로 맡음)하자고 최근 제안해 논란이 되고 있다. ‘2020년 센서스 자료’에 따라서 선거구를 조정하면서 이같이 변경하자는 것이다.
트라우드 시장이 이와 같은 제안을 하게 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인 단체들은 발끈하고 있다. 만일에 지역구가 축소되면 한인 후보에게 유리한 제1지구의 유권자 지형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이유이다. 지난 2018년 선거 당시 박영선 시의원이 10여 표 차이로 상대방 후보에게 이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거구가 조금만 변경되어도 한인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인 관계자들은 부에나팍 시 2020년 센서스의 인구 분포가 지난 2010년 센서스와 10% 이상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선거구를 4개로 축소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또 부에나팍 시는 어바인, 애나하임 시와 같은 대도시도 아닌데 시장을 따로 선거에서 뽑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부에나팍 시는 다음 달 초부터 ‘2020년 인구 센서스’를 토대로 시장이 제안한 선거구 재 조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와 웍샵을 몇 차례에 걸쳐서 갖는다.
한인들은 한인 후보에게 유리하게 형성되어 있는 제1지구 선거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든지 아니면 지금보다도 더 유리하게 지도가 그려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부에나팍 시의 비치와 멜번 길은 오렌지카운티 ‘제2의 한인타운’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인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고 인근에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그동안 한인 커뮤니티가 노력해 힘들게 얻은 ‘제1지구’ 지도가 한인 후보에게 불리한 지형으로 바뀌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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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기 OC지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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