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집 가장 많고 자전적 에세이, 시집 순
▶ 재택 증가 글쓰기 늘어, 출판계 전반적 현상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거의 매주 신간 책 배달을 받고 있다. 수필집이 가장 많고 시집, 소설집 등 출판되는 책의 장르가 다양하다. 한인 사회는 물론이고 미국 출판계의 전반적인 현상이다. 유명 출판사‘사이먼 앤 슈스터’(Simon & Schuster)의 조나단 카프 CEO는 찰스 디킨슨의 명언을 인용해 코로나19 팬데믹은“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였다”고 표현한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여가 시간을 갖게 되면서 책으로 눈을 돌렸고 자신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로 독자들에게 직접 다가가기가 쉬워진 것이다.
미주문단소식을 가장 활발히 전하는 재미수필문학가협회(재미수필)와 미주한국문인협회(미주문협)의 신간서적 코너에는 매월 1~3편 가량의 신간 안내가 올라온다. 최근 소개된 신간들을 나열하면 성민희 수필집 ‘아직도 뒤척이는 사랑’(소소담담), 민유자 수필집 ‘도란도란’(한솜미디어), 이원택의 ‘미-한 변형사전’(지식과 감성), 이신우 수필집 ‘사랑의 물레가 돈다’(한솜미디어), 김준철 시집 ‘슬픔의 모서리는 뭉뚝하다’(천년의시작), 이희숙 시집 ‘부겐베리아 꽃그늘’(서울문화 출판부)과 동시집 ‘노란 스쿨버스’(서울문화 출판부) 등이 출간됐다.
도서 출판 ‘선우미디어’의 미국해외지부장을 맡고 있는 이현숙 재미수필문학가협회 회장은 “협회 회원들 중에서 2020년 3명, 2021년 11명이 책을 출간했고 현재 2명은 막바지 출판 단계에 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 읽는 시간이 길고 귀한 시간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그 동안 써놓은 작품들을 정리하고 또 퇴고를 하며 집중해야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한인들이 책을 많이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아쉬운 점은 LA지역 서점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세종문고와 반디서점 2곳 밖에는 없다. 한국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면 요즘은 배송비가 너무 올라 책 구입도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출판되는 책의 장르도 팬데믹 이전과는 달라졌다. 지난 세기 종이책과 함께 해온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시니어 출판’이 붐을 이뤘다. 삶을 관통했던 생각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가 많았고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웰에이징을 키워드로 한 책들이 출판계 블루오션으로 부상했던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을 거치며 단편소설이나 판타지 동화, 따뜻한 위로를 담은 수필이나 시들이 대세로 떠올랐다.
또, 스마트 폰과 소설의 결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장르인 ‘스마트 소설’도 등장했다. 남가주에서 활동하는 김영강, 정해정, 조성환, 곽설리, 장소현 5명의 작가들로 이루어진 창작모임 ‘글벗동인’이 펴낸 두 번째 소설집 ‘사람 사는 세상’(문학나무)이 그렇다.
글벗동인은 지난해 7월 첫 작품집 ‘다섯 나무 숲’을 발간한데 이어 1년 만에 연작소설 중심으로 제2소설집을 내면서 장소현 극작가가 연쇄 소설과 스마트소설을 발표했다. 장소현 작가는 “글벗동인은 한국의 계간문학지 ‘문학나무’ 2021년 여름호에 스마트소설 특집을 실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동인지 3집은 스마트소설로 꾸밀 계획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문학나무 출판사가 새롭게 선보인 ‘스마트 소설’은 라틴문학의 미니픽션의 영향을 받은 짧은 소설 장르다. 문학으로서의 정체성과 예술작품의 본래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온전히 전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프랑스의 꽁트와 유사한 문학 장르인데 오랫동안 인정받지 못하다가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요 서사 장르로 부상하고 있다.
도서판매량 조사전문업체인 NPD 북스캔의 집계 결과 2020년 도서 판매량은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그러나 서점가의 수입은 비례하지 않았다.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령 속에서 책을 인쇄하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고 대면 행사가 금지되면서 출판기념회나 북사인회, 독자와의 대담 등이 취소되었다. 신간을 소개하는 북 투어가 취소되자 작가들이 가상 플랫폼을 통해 책을 홍보하면서 추천이나 입소문을 통해 운영되는 오프라인 서점의 주요 수익원을 없애버렸다. 서점가는 올 한해도 사람들이 책을 읽은 여가 시간이 많아 출판 붐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작가와의 만남이나 북 사인회 등은 여전히 열리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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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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