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로드’의 문이 열렸다. 캐나다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여행객들에게 국경을 개방한다. 지난 8일부터 캐나다 입국 전 최소 14일 전 백신 접종을 마쳤고 72시간 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비필수적 여행이 자유로워졌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개막을 이틀 앞둔 9월7일부터는 캐나다 정부가 단순 관광을 포함한 비필수적 입국 허용을 전 세계 국가의 백신 접종자들로 확대한다. 캐나다 정부가 제공하는 앱(ArriveCAN)을 설치하고 도착일 3일 전에 여행 목적과 접종받은 백신의 종류 등 세부사항을 입력하면 입국시 필수 시행되던 코로나19 검사와 자가격리를 면제받는다.
토론토 영화제 측은 지난 8월22일 기준 캐나다 인구의 73.7%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고 토론토는 같은 날짜 기준 74.9%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단풍잎(Maple Leaf)이 그려진 캐나다 국기가 보여주듯이 캐나다는 9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메이플 로드’가 펼쳐진다. 캐나다가 단풍 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무렵인 노동절 다음 목요일 토론토 국제영화제의 개막이다. 연간 20억 달러 규모 영화산업의 초석인 토론토 영화제는 열흘 동안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토론토 시가 있는 온타리오 주에서 연간 2억 달러 이상의 경제활동을 창출해왔다. 1976년 윌리엄 마셜, 행크 반 더 콜크, 더스티 콜이 토론토 시네마테크에서 각종 영화제 우수작을 모아 상영하는 ‘페스티벌의 페스티벌’을 개최한 것이 전신인데 이 축제가 1994년 토론토 국제 영화제로 이름을 바꾸었다. 캐나다 영화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되 좋은 작품이라면 상업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 자본과 장르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상영한다. 북미 및 세계 프리미어 상영작이 줄을 잇고 관객상을 받은 영화는 대부분 상업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는다. 무엇보다도 오스카 캠페인의 서막으로 여겨지며 할리웃 스타들과 전 세계 영화산업 관계자들이 몰려오다 보니 토론토 시의 관광 수입에도 크게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팬데믹으로 영화제가 최소화되고 외국인들에게 메이플 로드가 닫히면서 캐나다의 관광수익은 심한 타격을 입었다. 2019년 총 2,21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던 캐나다가 당초 예상했던 50% 급감보다 훨씬 더 곤두박질쳤을 것이다.
토론토처럼 ‘비즈니스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가 칸 영화제가 열리는 칸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인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9억4,1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칸 영화제의 성공으로 일년 내내 수 많은 컨벤션들을 유치해왔는데 지난 한해 모든 대면행사가 취소되는 바람에 레스토랑과 호텔업계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데이빗 리스나르 칸 시장은 팔레 드 페스티벌 컨벤션 센터와 지역 컨퍼런스들로 벌어들이는 총수입이 칸 도시 연간 수입의 약 85%를 차지한다고 추정할 때 지난해 8억 유로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두 달 연기된 7월 개막했는데 정부가 영화제가 열렸던 2주 동안 총 2만8,000명의 참석자에게 정기적으로 실시한 무료 코로나19 검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10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했다고 한다. 막대한 비용 지출로 칸 영화제가 끝난 7월17일 이후 대규모 확산에 대한 보고는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칸이나 토론토처럼 비즈니스 관광 도시의 강점이 팬데믹에서는 약점이 되어버렸다. 영화제를 개최하는 도시의 입장에서는 무리수를 쓰더라도 관광 도시의 명성을 만회해야 하기에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해 개최를 강행한다. 칸 영화제의 경우 국가마다 ‘신호등 시스템’을 도입했다. 백신 접종을 끝낸 유럽과 방역 준수국인 한국, 일본, 호주와 뉴질랜드에는 ‘그린’ 라이트를 켜두었고 미국은 칸 영화제 개막 2주 전인 6월17일에서야 ‘그린’ 라이트가 켜졌다. 그리고, 포스트 팬데믹 속에 열렸던 칸 영화제는 초청객들이 머문 머제스틱 호텔에서 2주 간 마신 샴페인이 5,000병이라는 말로 성과를 예측하게 했다. 물이 와인만큼 비싼 프랑스 칸에서는 샴페인 판매량이 관광 수익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매년 공식 샴페인 공급량이 8,500병이라고 했으니 수치상 60% 가량 회복된 셈이다.
올해 ‘메이플 로드’는 축복받게 될까. 백신 접종은 완료했고 어라이브캔 앱도 깔았다. 토론토의 백신 접종률이 75%에 육박했으니 이제 PCR검사만 남았는데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머리가 바이러스를 이해하는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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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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