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발생하는 동부의 폭풍과 서부의 산불이 올해라고 그냥 넘어갈리 없다. 늘 그래왔지만, 재난 가족을 보는 일이 괴롭지 않은 건 아니고, 불을 피해 달려가는 사슴무리를 보는 일이 익숙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상엔 이런 사슴의 슬픔도, 해히티의 슬픔도, 아프간의 슬픔도, 버티다 거리로 나가 홈리스가 된, 코비드 피해자들의 슬픔도, 세상의 슬픔에 대해 아무 관심 없는 이도 많을 것이다. 모르는 게 잘못도 아니고, 알아도 슬프지 않을 수도 있다. 정작, 이 중도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겨우 눈꼽만한 도네이션 정도가 최선이다. 그 최선을 그저 할 뿐이다. 이 중의 지난 세월 한 때엔, 일개 개인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센티멘탈의 시절이 있다. 그 젊은 한때는, 시대의 부당함에 저항하지 않는 이, 불의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는 이에 대해, 분노하며 산 시간이다.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아주 부끄러운 세월이다. 부당함에 대항한 일이 부끄러운 게 아니다. 부당한 일엔 언제 어디서나 투사처럼 싸워야 한다는 점에 있어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읺았다. 다만, 부당,에 대한 시선이 뒤집혔을 뿐이다. 이쪽의 부당함은 저쪽에서 보면, 그들의 정당이다. 부당함을 못 느끼는 상대한테, 부당하다고 해야만 한다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부당함을 저지르는, 오류다. 이 당연한 부당함이 너는 어째서 괜찮은 거냐, 그 시절 분통터지며 몰랐던 그 답을 지금은 안다. 아주 쉽다. 그들은 침묵이 좋고, 타인에 관심없는 사람들이다. 그보다 핵심은, 그들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오류를 범한다. 감나무보고 소나무가 되어달라고. 가슴 아픈 진실은 소나무의 입장이라는 것이 감나무 세상에선 반드시 옳은 게 아니란 점이다. 소나무는 늘 푸르러야 한다고 외치지만, 감나무는 가을엔 단풍져야 하고, 겨울엔 잎 져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엔 옳고 그름이 없다. 자신이 감나무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면서도, 우린 소나무가 되라,의 입장에 자주 선다. 감나무 입장에선 너무 이상한 주장이다. 그들에게 통할 리도 없거니와, 관심도 없다. 그 관심 없음이 늘 가슴 아팠고, 그들이 이해가 안됐었던 그 시절엔, 그들을 어리석게도 미워했었다. 한편, 그런가 하면, 어느 시대나 사회 전반에 걸쳐, 나아가 전세계에 이르기 까지, 부당한 세상에, 고통의 세상에 늘 관심 있는 이들이 있다. 나라를 해치지 말라고, 자연을 해치지 말라고, 권력을 부당히 행사하지 말라고, 약자를 괴롭히지 말아달라고...늘 승리하지도 않고, 역사적로 볼때, 이익보다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이 많으면서도, 관심을 멈추지 않는 이들이 늘 있다. 그들은 미안하게도 왜 그러는가. 그들은 선인이기 때문이다. 공익의 세계관을 가졌고, 자신의 이익보다 공익에 가치를 둔다. 그들의 희생으로 인해, 이 세상은 완전한 악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그들이 반드시 옳으냐, 온전히 옳고 그름은 세상엔 없다. 옳고 그름을 아는 이가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선택하는 자가 있다. 세상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무관한 이가 있고, 무관할 수 없음을 선택하는 이가 있다. 관심,은 상대의 마음을 알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관심점이 다 달라서, 세상은 7.8억으로 벌어져 있다. 그 가운데, 공익을 선택하는 이가 많은 인연시절이 도래할 때가 온다. 그럴 때 그 세상은 밝게 나아간다. 어느날, 나로부터 너에게로의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행의 변화가 이루어진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공익에 눈을 뜬다. 그것은 그 사회 개개인의 각성에서 발발된다. 각성은 번야지혜의 자리이다. 모두의 깨달음이 필요한 이유다. 당신의 세상이 달라지는 그 자리, 지혜와 자비의 자리에서 회향이 나온다. 슬픈 사슴 눈이 보이는 자리다. 소나무가 맞고, 감나무가 틀렸다가 아닌, 중도의 자리이다. 이것을 깨닫게 되면, 세상의 밝음을 위해 싸우는 그들은 희생,이 아닌, 동행,이 된다. 그 동행의 자리에 서면, 비로소, 보이지 않던 세상의 아픔이 보인다. 할 바를 하게 된다. 타인의 희생 값으로 사는 건 비굴하다. 동행이 된다면 당당할 수 있다. 당당한 삶은 의외로 행복하다.
<동진 스님 (SAC 영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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