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텍’은 원래 ‘아스틀란에서 온 사람들’이란 뜻이다. 아스틀란은 아스텍 족 전설의 고향으로 이들은 남쪽으로 이동해 지금의 멕시코 시티가 있는 테스코코 호수의 작은 섬에 테노치티틀란이란 도시를 세웠다. 아스텍 전설에 따르면 이들은 ‘독수리가 뱀을 물고 선인장에 앉아 있는 곳’에 도시를 세우라는 계시를 받았는데 이곳이 바로 거기였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수호신인 후이칠로포치틀리로부터 이제부터는 ‘메시카’(Mexica)족이라 부르라는 명을 받고 스스로를 메시카라 부르기 시작한다. 이것이 멕시코의 시작이다. 멕시코 국기에 독수리가 뱀을 물고 선인장에 앉아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시카 족은 인근 부족을 정복하며 멕시코 중앙의 강자로 떠올랐으며 남쪽으로 치아파스에서 과테말라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아스텍 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겉으로 강성해 보이는 이 제국은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막대한 공물을 뜯어내는 것은 물론 포로와 노예를 제물로 삼아 산채로 심장을 꺼내 신에게 공양하는 관습 때문에 이들은 주변국들의 극심한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었다.
아스텍 제국의 힘이 정점에 달한 1519년 이들의 몰락을 가져올 인물이 카리브 연안 멕시코 해변에 모습을 나타냈다. 당시 34살이던 청년 에르난 코르테스가 그 사람이다. 스페인의 변두리 메데인의 하급 귀족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신세계로 건너와 정복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안고 쿠바로 건너와 한 마을의 수령이 되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황금이 넘친다는 아스텍 제국을 침략하기로 결심한다.
1519년 정벌을 그만두라는 쿠바 총독의 명까지 거부하고 500명의 원정대를 이끌고 유카탄 반도에 상륙한 코르테스는 인근 부족을 공격해 20명의 여성 포로를 상납받는다. 이 중 하나인 라 말린체라는 여성은 그의 정부이자 통역사 겸 보좌관으로 아스텍 정복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큰 키에 흰 피부, 말과 대포로 무장한 스페인 사람들은 한 때 신으로 여겨졌으며 아스텍의 학정에 끓고 있던 인근 부족들은 스페인 군에 합류하고 코르테스는 타고온 배까지 침몰시키며 전의를 불태운다.
아스텍 황제 목테수마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황금을 주며 돌아가라고 권유하지만 이는 오히려 이들의 탐욕을 부채질하며 코르테스는 그를 인질로 잡고 수도 테노치티틀란을 지배한다. 코르테스는 항명한 자신을 잡으러 쿠바 총독이 보낸 군대까지 무찌르고 이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수완을 보인다.
그러나 코르테스와 그 일파가 신이 아니라 탐욕스런 침략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메시카 족들은 들고 일어난다. 코르테스는 부하 대부분을 잃고 목숨만 겨우 건져 테노치티틀란에서 쫓겨나지만 다시 전열을 정비해 이 도시를 공격해 점령한다. 이 와중에 한 때 신대륙에서 가장 크고 번성하던 이곳은 폐허로 변하고 목테수마가 살해된 뒤 그 뒤를 이은 쿠아우테목 황제는 체포된다. 1521년 이로써 북미주 최대 제국이었던 아스텍은 몰락하고 300년에 걸친 스페인의 식민지 지배가 시작된다.
지난 13일은 아스텍 제국 패망 5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긴 세월이 지난 지금도 아스텍의 역사는 멕시코인들에게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스페인의 학살과 약탈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를 자초한 것은 메시카 족의 인근 부족 약탈과 살륙이었다.
한 때 아스텍의 정복자로 기세를 떨쳤던 코르테스의 말년도 그다지 행복하지는 않았다. 사사건건 스페인 본국 정부와 마찰을 빚던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스페인에 건너갔다 알지에 전투에 참전하지만 빚만 잔뜩 진채 세비야에서 병사한다. 그의 시신은 그 후 8번이나 이리저리 옮겨지다 현재 멕시코 시티의 한 성당에 안장돼 있다.
아스텍 제국이 멸망한 지 500년이 되는 날 지구 반대 편에서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탈레반 반군에 떨어지고 대통령은 도주했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870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아프간 군을 키웠지만 미국이 손을 떼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서류상으로는 30만에 달하는 아프간 군이 6~7만에 불과한 탈레반에 한 달만에 궤멸된 것이다. 아무리 많은 장비와 인원이 있어도 이념으로 무장된 확신 세력 앞에 분열과 부패로 물든 어중이 떠중이는 상대가 안됐다.
인구 천만의 아스텍 제국이 500명의 스페인 군대에 무너진 것이나 이번 아프간 정부군의 몰락은 지도자의 자질과 의지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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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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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는 백성만 불쌍하지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절묘한 비교입니다. 한편으로는, 바이든이 요즘 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인가요? 아프간의 혼란을 보면서 매우 실망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