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장자(莊子)의 변장법에 나오는 끝부분인데 그 뜻은 이렇다.
“우리가 그 사람을 알고 그 사람의 얼굴까지도 알지만 그 사람의 속마음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 실제로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축지법(縮地法)이라는 말이 있었듯이 장자가 실제로 변장술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글의 내용을 보면 그랬던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하루는 장자가 외출을 했다가 저녁때 야산 길을 돌아오는데 어떤 젊은 부인이 묘지에다가 키질(곡식을 까부는 키)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가 보니까 묻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묘에다가 훨훨 키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사연을 물어보니 그 묘지는 자기 남편의 묘인데 자기 남편이 죽으면서 하는 말이 만일 당신이 개가(改嫁)하려거든 내 묘등에 흙이나 마르거든 가라고 유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묘등의 흙이 어서 마르라고 키질을 한다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온 장자가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자기 부인에게 오면서 겪은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자기 부인이 예상외로 크게 반응을 하면서 그런 못된 년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마치 자기는 성인 열녀나 되는 것처럼 노발대발 하면서 온갖 욕을 다 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본 장자가 자기 부인은 정말 그럴까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장자가 잠자리에 들 무렵 복통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졌다. 부인이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몰라 동동거리고 있는데 장자가 계속 복통을 호소하며 죽어가고 있었다. 죽으면서 하는 말이 “여보- 내가 죽거든 당장 묘지를 쓰지 말고 3일 동안 저 골방에다가 안치해 두었다가 묻으라”고 했다.
이게 웬 청천벽력인가. 갑작스레 남편을 잃고 슬픔에 겨워 괴로워하고 있는데 자정쯤 되었을까 누가 집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웬일인가 싶어 나가 보니까 인물이 준수하고 잘 생긴 중년의 남자였다. 자기는 지나가는 길손인데 날이 저물어 그러니 하룻밤 쉬어가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들어오게 하고 방 하나를 내주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난데없이 그 손님방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고통의 소리가 들려왔다. 찾아가 보니 그 손님이 복통을 호소하며 몸부림치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이건 또 웬일인가. 또 하나의 송장을 치르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무슨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가 하는 말이 이 병은 우리 가문의 병인데 이 병이 걸리는 사람마다 다 죽었다는 것이다. 나도 이제 이 병이 걸렸으니 여기에서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도 하다. 가문의 병이라니, 도대체 그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가 하는 말이 이 병에 걸리면 사람의 골을 먹어야 사는데, 세상에 사람의 골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그래서 다 죽었다는 것이다.
장자의 부인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자기 남편이 죽어서 골방에 있는지라 그 남자에게 다시금 물었다. 사람의 골이면 꼭 산사람의 골이어야 하는 거냐고 그랬더니 그가 하는 말이 죽은 지 3일 정도의 사람의 골이면 괜찮다는 것이다.
장자의 부인이 생각을 하니까 자기 남편은 이미 죽었는지라 자기 남편의 골을 가지고 이 잘생긴 남자를 살려서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허청에 있는 도끼를 꺼내서 손에 들고 남편이 놓여 있는 골방으로 갔다.
죽은 남편의 골을 치려고 도끼를 들었는데 이건 또 웬일인가. 죽은 남편이 눈을 번쩍 뜨면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혼비백산한 부인이 도망치다시피 뛰어나와 옆방에 가보니 그 잘 생긴 남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러니 어떻게 되겠는가.
장자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인이 안 보인다. 우물가에 나가보니 부인이 우물에 빠져 죽은 것이었다.
이때 장자가 하는 말이 내가 내 아내를 시험해 보려다가 죽게 만들었다고 물동이를 두들기며 탄식을 했다고 해서 고분지탄(鼓盆之歎)이란 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을 때는 저마다 제 생각이 깊다고 하지만 사람이 죽은 후에는 묘(등)에다가 부채질할 마음이 생기는 것, 호랑이를 그릴 때 그 모양과 가죽은 그리지만 뼈 생김새를 그리기는 어렵고 우리가 그 사람을 알고 얼굴까지도 알지만 속마음을 알지 못하겠더라.
그렇다. 우리들은 지금도 세상살이를 하면서 많은 부지심(不知心)을 경험하고 있다. 바라건대 부지심(不知心)이 변하여 유지심(有知心)이 되고 유지심(有知心)의 사람이 많아질 때 이 세상은 좀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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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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