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단어(배를 타고가다 배를 먹었는데 배가 아프다)다. 너무 오랫동안 영어를 배우고 또 배웠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미국 온다고 다녔던 학원, 여기서도 수없이 다닌 한인회, 칼리지, 교회의 영어반에서 쌓은 실력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한번에 한가지씩만 할 줄 아는 단순한 나는 그동안 영어단어의 뜻도 한가지만 알고 있어서 처음에는 미국에서 엄청나게 고생을 하고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영어도 언어인지라 잘 살피고 이리저리 어렵게 생각말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꼬리를 잘라내어 원래의 뜻이 보이면 영어가 참 쉬울때도 있다. 틀린 맞춤법과 발음을 대하면 빨간펜으로 마구 고치는 국어선생인 나를 가르치던 영어선생님들은 결석도 없이 꼬박꼬박 나오던 날 대할때 얼마나 답답하고 속이 문드러졌을까?
그래도 남편은 한국에서 다국적회사를 다니며 반도체자동화설계를 영어로 했었고 발음도 괜찮아서 믿고 있었다. 미국와서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했는데 어찌됐는지 커피를 몇번 받고나서는 기가 죽었다. 용감하고 목청 큰 내가 코카콜라 플리즈라고 하며 펩시밖에 없다는 말은 못알아듣고 어째든 콜라를 의기양양하게 받아왔다. 그 뒤로는 못알아 들으면 유명상표를 붙여 리본표 마요네즈, 하겐다이즈 아이스크림, 토마토케찹, 스팸햄을 살 수 있지만 그대신 선택의 자유는 없었다.
한국에선 본인 사망 외에는 골프장 취소가 안되는 운동인데 여기서는 누구나 할 수 있어 좋다며 신나서 다니다 처음으로 전화로 더듬거리며 골프장 예약을 하는데 몇 명이 파티(Party)를 하느냐고 묻는다. 아무리 미국이 파티의 나라지만 골프장에서도 왠 파티? 도무지 알 수 없어 답답한 놈이 우물판다고 골프장에 직접 가서 물으니 일행이 몇명이냐고 묻는거였고, 여기선 2명 이상 모이면 파티라고 한다. 미국파티는 섭섭하고 유감이 많다. 드디어 처음으로 파티에 가게 된 우리는 소시지, 햄, 빵, 당근, 오이, 샐러리, 음료수 몇 병 놓인 파티 상차림을 대하고 돌아와 배가 고파서 밤참을 미친듯이 먹었다. 그뒤로는 파티 초대장을 잘 살펴 거기에 맞게 조금은 미리 먹고가서 우아하게 파티를 즐긴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리고도 변변찮게 준비했다며 모자랄까 틈틈히 채워놓는 한국식 성당의 구역모임과 우리집 상차림이 좋다. 실컷 먹고 헤어지기 전에 절대 새지않는 비닐이 아닌 플라스틱 미제 지퍼백에 남은 온갖 음식을 싸가서 며칠동안 반찬 걱정없는 흐믓한 파티가 진정한 파티다.
영어로 제일 처음 배운 인사가 안녕 너 어때? How are you! 하면 예의바르게 응 나도 괜찮아 I’m fine thank you 라고 대답한다. 내가 주차를 하려는 곳에 notice of fine이라고 써있길래 아이고 주차하기 좋은 곳이라니 친절도 해라 하면서 차를 들이미는데 다행히도 지나던 친절한 미국아저씨가 큰일 난다며 벌금 100불이라는 숫자를 탕탕 치며 얼른 가라고 알려줬다. 아니 좋은건 뭐고 벌금은 뭐야? 아! 만사 OK로 좋게 할수 없으면 벌금이라도 내라는 뜻이라고 알게됐다.
메트로주차장에 세워진 키스&라이드(Kiss & Ride) 안내판을 보고 처음엔 아무데서나 시도 때도 없이 뽀뽀를 하니까 전철정류장에 만나거나 헤어지기 전에 뽀뽀도 하는곳과 시간도 정해놓고 하는건가 했더니 입술이 부닥치듯 만나고 태우고 내려주는 곳이라는걸 내게 알려준 이는 없었다.
미국은 어딜가도 Park 표지가 많다. 어느날에는 공원표시를 따라 이리저리 가보았지만 막힌 길이다. 돌아나올 때 만난 Park police 차에게 공원이 어디있냐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30분은 더 가야 한다고 알려주는 거만한 교통경찰관에게 내 남편의 성도 Park이라는 걸 괜히 말하고 싶었다.
처음 몇년간은 많은 실수를 했고,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알게 모르게 영어때문에 가슴졸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건 무식한게 아니라 동음이의어의 다른 뜻을 몰랐을 뿐이다. 또한 이런 실수의 좋은 점은 그 단어는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이들은 어떻게 이런 일 없이 똘똘하게 지냈는지 알 수가 없다.
이제는 세월이 좋아져서 지금은 뭔가 이상하면 컴퓨터와 셀폰으로 즉석 번역을 하고 필요한건 뭐든지 사진으로 보여줘 구할 수 있으니 이런 억울한 일은 더이상 없다. 이 모든 영어의 쓰임이 처음엔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누군가에게 웃으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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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 전 한국학교 교사,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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