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해방의 기쁨과 동시에 찾아온 분단이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열정이 시들어가고 심지어는 전쟁만 없으면 지금과 같이 분단이 유지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다. 또한 통일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통일이 가져올 수 있는 혼란이 현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남북한 통일비용이 독일의 상황과 비교하여 어마어마하게 높으며, 현재 남한의 일년 GPP 보다 많은 미화 2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남북한 이산가족들도 이제는 나이가 들고 점점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이 현 실정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일비용은 비례해서 커질 것이며 남한이 바다와 하늘 외에 육로로 외국과 왕래를 할 수 없는 실질적인 섬 국가가 되어 있고 분단으로 인한 국방력의 막대한 지출, 전쟁위험으로 인한 국가신용의 하락 그리고 북한의 고립되어 고통받고 있는 2천만 동포를 생각하면 분단으로 인한 비용은 통일비용보다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한의 줄어드는 출산률의 회복, 북한의 젊은 인재의 활용 그리고 희소자원 등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고 유럽이나 러시아로 육로로 왕래할 수 있는 등 통일로 인한 이익도 통일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통일 한국은 주변국가들에게도 큰 이익이 된다. 일본은 북한의 잠재적인 공격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중국은 자국으로 들어오는 잠재적인 피난민이 없어지게 되고 북한을 유지시키기 위해 연료, 식량 및 기타 원조를 포함하는 무상 지원으로 계속 보내던 것을 자원 투자와 그에 따른 수익으로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한국의 유럽에 대한 수출을 자국을 통해 이동케 함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한국의 투자를 이용하여 시베리아의 자원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통일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지고 통일비용을 남한이 단독으로 부담할 경우 경제의 혼란은 자칫하면 장기간 불황이나 붕괴에 이를 수 있으며 북한 주민들이 겪어야 할 통일 후 문화적인 쇼크는 북한 내부의 극심한 혼란을 유발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50 대 1 이상으로 벌어져 있는 경제규모가 어느정도 축소되고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경제에 대한 교육과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는 통일과정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중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아시아 개발은행 등 국제기관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거대한 통일비용으로부터 오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지난 50년간 세계은행자금으로 이룬 경제발전의 경험을 이용하여 효율적인 북한 경제개발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세계은행으로부터의 대출은 일반 투자은행으로부터의 대출보다 이자가 훨씬 저렴하여 이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은 세계은행의 회원국이 아니므로 세계은행의 직접 자금을 받을 수 없지만 회원국으로 가입하면 개발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상태가 극빈곤국가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자금지원은 세계은행의 대출 중 빈곤국가에 대한 지원으로 분류되어 비판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대출된 자금은 한국의 보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세계은행으로서도 안전한 대출로 인정할 수 있다.세계은행 회원국이 되는 조건은 아주 간단하다.
분담금을 납입하고 인구, 금융 정보 등 기본적인 경제 통계를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세계은행의 직원이 본국을 방문하고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북한의 지도부가 결심만 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세계은행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갑작스러운 국경개방에 앞서 국제기관의 투자와 남한의 기업과 기술, 그리고 북한의 인력을 이용하여 거의 공백에 가까운 북한의 철도, 도로, 상하수도 시설, 발전소 등의 인프라를 먼저 건설하고 서서히 통일과정을 진행하면 큰 충격없이 우리 민족의 최대 소원인 통일이 꼭 먼 미래의 희망은 아니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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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 재미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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