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힘으로 당선된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던 2018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를 넘나들고 있었다. 당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 갤럽이 1월 2-4일까지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2018년 첫 지지율은 72%로 고공 행진 중이었다. 직전 조사보다 2% 상승한 수치로 30대와 40대에서는 무려 86-8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집권 1년차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다.
이즈음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원내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회동을 가졌다. 오찬 도중 한 참석자가 문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고 한다. “보수는 부패를, 진보는 무능을 경계해야 한다” 당시는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이 서슬 퍼렇던 시기였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부패하면 유능할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당시 야당 등 보수진영은 문 정권에 ‘진보 무능’을 들고 나오며 맞대응하고 있었고,이에 문 대통령은 보수의 부패 척결이 먼저이고, 부패한 보수가 진보 진영보다 유능할 수 없다고 꼬집은 것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부패 무능’발언은 곧바로 비수가 되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게 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 시작이었다.
이듬해 9월 문 대통령은 야당의 강력한 반대와 여권 내부의 숱한 경고음을 물리치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문 정권 최대의 패착을 두고 만다. 최근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국민면접 행사에서 질문을 받자 문 대통령의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몰락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소위 ‘진보’라는 문 정권 핵심 인사들의 부도덕한 이면이 껍질을 벗고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조국 사태가 터진 그해 12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듬해 4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사퇴했고 7월엔 성추행 의혹을 받던 박원순은 자살했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졌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고발당했다.
문 정부 인사들의 부패 문제는 미국에서도 불거졌다. 지난 3월 국무부는 2020년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정부의 부패와 투명성 결여’ 항목에서 김홍걸, 조국, 윤미향을 차례로 거론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해선 부인 정경심씨 등과 함께 가족 연관 비리 의혹 수사가 지속되고 있으며, 윤 의원은 정의기억연대를 운영하면서 자금 유용과 관련해 사기, 횡령,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부패한 진보’라는 낯설은 민낯을 선보이며 ‘진보’를 ‘위선’의 대명사로 만들어 버린 문 정부 인사들의 부패 사례는 하나 하나 다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거나 수사를 받은 청와대 인사만 10여명에 달한다.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등 돌리게 만든 것은 그들의 ‘뻔뻔함’과 ‘오만함’이다. ‘보수=부패’란 등식을 만들었던 과거의 보수 인사들은 최소한 부패를 저지르면 인정하고 사과했고 속내는 어떻든 반성하는 척은 했다. 소위 ‘진보’라는 문 정권에는 그마저도 없다. 불의를 정의라고 강변하고 잘못된 건 언론, 검찰 탓이라고 한다. 보수 정권의 구적폐들은 양심의 가책이라도 있었지만 문 정권의 신적폐들은 부패가 드러나도 자신들은 정의라고 강변한다. .
이들이 오만함과 뻔뻔함을 굽히지 않는데는 소위 ‘문빠’ 또는 ‘대깨문’으로 통칭되는 문 대통령의 맹목적이고 광신적인 지지자들이 큰 힘을 발휘한다. 이들에게 진보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합리주의와 객관적 비판정신은 찾아볼 수 없다. 문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로 피아를 구분하는 이들은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상대는 ‘적’이자 ‘적폐’이며 곧바로 ‘응징’의 대상일 뿐이다.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야당을 적폐로 몰아세웠던 그들이 이제는 윤 전 총장을 마치 부패의 화신인 양 몰아세우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2019년에는 의혹의 대상이 ‘문 대통령이 지명한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였고, 2021년에는 ‘야권 대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임기를 10개월 남겨둔 문 대통령의 7월 첫째주 지지율은 38%(한국갤럽)를 나타냈다. 한 때 84%까지 끌어올렸던 나머지 46%의 국민들은 왜 등을 돌린 것일까.
민주당은 최근 대선경선 후보자 토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일정에 돌입했다. 내년 선거에서 재집권을 원한다면 민주당과 문 정부는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내부 적폐와의 단절과 청산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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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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