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치료가 까다로운 폐암도 제3세대 표적 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나와 치료 성적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폐암으로 매년 10만 명당 35.1명(1만8,000명)이 목숨을 잃어 암 사망률 1위다(2017년 통계청). 폐암 환자도 연간 2만5,780명이 발생해 위암과 대장암에 이어 암 발생 3위(갑상선암 제외)에 올랐다(2018년 국가암등록통계). 이처럼 폐암은 치료도 어려워‘더러운(dirty) 암’으로 불린다. 폐암의 가장 큰 위험 인자는 흡연이다. 환자의 85%는 흡연 중이거나 한 적이 있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릴 위험이 13배나 올라간다.
‘폐암 치료 전문가’인 안진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났다. 안 교수는“폐암이 흡연 때문에 많이 발생하지만 비흡연 폐암 환자도 늘고 있다”고 했다.
-흡연이 폐암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인데.
그렇다. 하지만 최근 담배를 피우지 않는 폐암, 특히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비흡연자 폐암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간접 흡연이나 환경적 요인(대기오염ㆍ라돈ㆍ석면ㆍ크롬ㆍ비소ㆍ카드뮴ㆍ규소ㆍ니켈), 음식을 조리할 때 생기는 미세먼지 등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폐암은 비소(非小)세포폐암(85%)과 소(小)세포폐암(15%)으로 분류된다. 비소세포암은 비(非)편평 상피세포암(선암, 대세포암)과 편평 상피세포암으로 나뉜다. 편평 상피세포암이 흡연과 관련이 깊다.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1ㆍ2기라면 수술, 3기는 우선 수술을 고려하지만 불가능하면 항암ㆍ방사선 치료를 한다. 4기는 완화적 항암 치료를 진행하고 표적ㆍ면역 항암제 치료를 고려한다. 소세포폐암이라면 주로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그런데 폐암은 특이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폐암 환자의 50% 이상이 원격 전이된 뒤에야 진단돼 예후가 나쁘다. 예방과 조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다.
예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이다. 담배를 많이 피웠다면 정기 검진해야 한다. 만 54~74세의 30갑년(하루 평균 담배 소비량(갑)×흡연 기간(연))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은 절대 고위험군이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대기오염에 되도록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집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도 환기를 잘해야 한다.
특히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은 저선량(low-dose)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가 필요하다. 폐암이 의심되면 폐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확인할 수 있고, 조직학적 확진으로 최종 진단한다. 폐암 전이를 확인하기 위해 복부 CT, 뇌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CT) 등을 시행한다.
-EGFR 양성 돌연변이 폐암 환자도 적지 않은데.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폐암은 서양에서는 15%밖에 없지만 한국ㆍ중국ㆍ일본 등에서는 40%나 발견된다. 돌연변이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에서 매년 폐암 진단을 받는 환자 2만8,000명 중 20%(5,600명)가 EGFR 돌연변이 환자다.
특히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40%가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다. EGFR 돌연변이 폐암은 흡연과 관련 없이 비흡연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은 여성 환자가 64%나 된다.
-표적 치료제를 쓰면 암 치료 성적이 좋다는데.
EGFR 돌연변이를 정밀 타격하는 표적 치료제로는 1세대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 ‘타쎄바(엘로티닙)’, 2세대 ‘지오트립(아파티닙)’ ‘비짐프로(다코미티닙)’ 등이 있다. 3세대로는 ‘타그리소(오시머티닙)’와 가장 최근에 개발된 ‘렉라자(레이저티닙)’가 있다. 3세대 표적 치료제가 나와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 중앙값(median OS)이 4년 정도로 크게 늘었다.
1, 2차 치료제로 폐암 환자에게 10~12개월 정도 처방하면 내성이 생긴다. 내성이 생기는 원인의 절반가량은 ‘T790M’이라는 2차 돌연변이 때문이다. T790M 돌연변이가 생기면 1, 2세대 치료제가 더 이상 효과가 없어진다. 또 EGFR 돌연변이 폐암은 뇌 전이가 흔히 발생하는데, 1, 2세대 치료제로는 뇌 전이에 치료 효과가 적다. 게다가 T790M 돌연변이를 조직 검사로 입증하기가 어려워 환자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종종 발생한다.
-최근 국내 개발된 3세대 EGFR 돌연변이 표적 치료제가 나왔다. 기존 3세대 표적 치료제와 다른 점은.
유한양행에서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3세대 EGFR 돌연변이 표적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는 반응률이 60%, 반응 유지 기간이 1년 정도다. 기존 3세대 표적 치료제와 비슷한 효과를 보여 대체 약제로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렉라자는 뇌 전이에도 효과를 입증했다.
또 국내에서 개발한 약이어서 약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으로 기대된다. 2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렉라자는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해 기존 1세대 EGFR TKI 약제와 비교하는 3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렉라자는 단독 요법 외에도 내성이 생긴 환자 치료를 위해 ‘아미반타맙(얀센)’과 병용 요법 임상 연구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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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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