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시절 남가주 파사데나에 소재한 훌러신학교에서 공부할때 몇 과목을 같이 이수하면서 의미있는 친분을 나누었던 사람이 있다. 사실 그와는 동년배임을 제외하곤 친구될만한 요소가 별로 없었다. 우선 외모부터 달랐다. 그는 키가 크고 잘 생겼다. 성격도 내가 좀 다혈질임에 반해 그는 늘 차분했다. 무엇보다도 학력면에서 차이가 났다. 나는 보통 학력자로 고등학교, 대학을 거쳐 훌러신학교에서 Th.M. 과정을 공부하고 있었고 그는 이미 한국에서 석사학위를,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훌러신학대학원에서 또 다른 박사과정을 이수중이었다. 교단도 달라 간혹 교리상의 불일치도 있었다. 헌데 많은 차이점에도 우린 친구가 되었다. 이런 성격좋고 똑똑한 사람과 교제나누며 같은 신학교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나름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어릴적에 ‘똑똑하고 좋은 친구 사귀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자주 듣곤 했기에 그와 가까이 지내면 지식공부는 물론 인생과 삶의 여러 분야에도 많은 도움이 될줄 알았다. 일년 후에 그가 학위받고 떠날 때까지 그와 친밀하게 지냈다. 그에게 학문적으로 배우고 얻은게 꽤 있었다.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헌데 그를 통해 이런 것도 깨달았다. 많이 배운 자도 자신의 전공분야 외에는 그저 보통수준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학업, 논문, 교과서 지식, 독서량, 정보의 활용면에서는 나보다 분명 한수 위였지만 인생, 대인관계, 사역, 교회생활, 사회활동과 삶의 적용면에서는 보통사람인 나보다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다. 학문과 그것에 관련된 것들을 빼곤 때때로 여러 면에서 내가 그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 신학교시절 이후로 서로 연락이 끊겼지만 수십년 세월이 흐른 지금, 학자 이외의 삶에 있어서 그에게 얼마만큼 발전이 있었고 개선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하나님은 참 공정, 공평하시다.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몰아 주시지 않으시니 말이다. 외견상 모든 것을 갖춘듯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보통사람에게 있는 기본적인 것들을 지니지 못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 실력은 있지만 인품이 좀 모자라고 돈은 있지만 육신적으로 연약하고, 성경지식은 있지만 믿음이 부족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반면에 모든 것이 부족한 듯 보여도 헤아려 보면 저명한 사람들에게 없는 특별한 것들을 갗춘 사람들도 꽤 있다. 사실 이런 자들이 진정 실력자들이다. 초대교회는 오늘의 교회들이 소유하고 있는 인적, 물적자원들이 거의 없었다. 또한 초대교회 지체들은 학벌, 문벌, 지식, 배경이 아주 미미했다. 그런데 그들은 믿음과 인품과 은사로 세상을 뒤흔들었다. 행 17:6에 보면 복음훼방자들이 바울및 초대교회성도들을 가리켜 ‘천하를 어지럽힌 사람들’이라 칭하는 내용이 있다. 천하를 어지럽혔다는 것은 세상시각으로 보면 기존체제에 도전하며 세상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것이다. 헌데 복음의 시각에서 보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감화력을 끼치며 마음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큰 무리와 적지 않은 귀부인들이 마음이 흔들려 바울 일행을 좇았다.
목사이다 보니 일반인들보다 목회사역자들과 더 친밀하게 지낼 때가 있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역자들 중에 여러 재능들을 소유, 팔방미인으로 칭송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나는 젊은 시절 한때 재능많은 이들을 참 부러워 했었다. 주님께서 나에게 그들이 지닌 은사와 능력들을 안주셨음에도 그들을 모방하려 애쓰기도 했다. 헌데 인생 연륜이 늘어가고 삶의 경험들이 축척되어 가면서 부러움이 점차 희석되었다. 지금은 사람에 대해 부러워하는 마음이 거의 사라졌다. 그들은 독수리이지 동시에 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믿음 안에서 착하게 살고 주님께서 위탁하신 일을 사명감갖고 최선 다한다면 자신이 양이던 소이던 사자이던 독수리이던 무슨 상관이랴. 우리가 누구이던 인생과 업적에 대한 최종 판단자, 심판자는 오로지 주님이시기에 말이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남과 비교하지 말고 주님이 허락하신 자기만의 존재됨을 깨닫고 감사하며 그분이 주신 은사를 선용하며 최선다해 살아 가시라. 그것이 진정한 삶의 의미, 가치이고 만족, 행복일게다.
<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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