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률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한국사회에서는 이제 그럴 일이 없겠지만 이곳 미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중남미 종업원들과 일을 하게 되는데 ‘사람은 말하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라는 듯이 청산유수요 ‘무쵸 하블라’(너무 말이 많다)다.
그런데 막상 이름과 전화번호를 쓰라고 하면 그것조차 쓸 줄 모르는 20대초반을 부지기수로 만나게 된다. 아직도 그런 나라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다.
기록에 의하면, 1922년 한국은 인구 2천만중에서 단 1%(20만명)만 교육을 받았다(동아일보 22.1.15). 99% 문맹률이다. 1930년에는 77.7%의 문맹률로 약간 개선이 된다. 같은 시기 일본의 3% 문맹률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어렴풋한 국사공부 기억속의 ‘문자보급운동’이 펼쳐진 시기이다.
문해율이라는 게 있다. 문자 해독률이다. 실질문맹률로 불리기도 한다. OECD에서는 회원국들의 노동생산성 연구목적으로 매년 회원국의 문자 독해력 테스트를 실시한다.
지극히 상식적이며 누구에게나 공통관심사인 ‘약 설명서’ 등에 쓰여있는 10줄 가량의 주의 사항을 읽고 그 가운데 적힌 ‘최대 복용 가능 기간' 등을 답하는 문제다. 가장 최근의 조사에서 OECD 회원국 15만명을 상대로 조사한 것을 보면 한국은 16~24세에서는 조사대상국 중에서 3위인데 반해서 55~66세는 20위로 최하위권이다. 국민전체 문해율은 75%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세대간 격차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나이 많은 분들의 눈부신 기여(?)가 단연 돋보인다. 책을 통해서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서 가공된 신문, 방송에만 의존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한쪽 눈으로만 바늘 귀를 꿰려고 애쓰는 것과 같은 반복적 행동의 결과이다. 최근의 무분별한 카톡문화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오랜 숙제와 의문 하나가 조금 풀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낮은 문해력은 누구의 잘잘못은 아니지만 세대갈등이 되고, 정치발전의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5.18때 침투한 북한군 ‘광수’ 행세를 했던 김명국이 ‘전부 거짓말’이라고 자백을 했다.5/6 JTBC). 1980년 광주진압부대 제3공수여단 11대대 소속 지역대장 신순용 전 소령이 “5.18은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고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앗아간 무도한 행위”라며 헌화 참배하고 사죄했다(2021.5.21). 그래서였던지 엊그제 41주년 5.18 광주 민주항쟁 기념식은 바로 1년전과는 사뭇 달랐다.
또 다른 이유중 하나는 지난 2월21일 미얀마에서 일어난 군사쿠데타로 미얀마 자국민 살상 화면들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저게 뭐지?’ 눈을 비비고 다시 보게 되면서 40년이 지난 이제서야 5.18에 대해서 뭔가 대단한 혼돈이 생긴 분들이 아주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 분들은 지난 40년간 5. 18에 관해서는 거의 문맹상태에 있었다고 봐야 맞다.
히틀러가 독재자로 우리들의 눈과 귀에 인식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있었으며 그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려는 수많은 노력들에 대해서도 천차만별의 문맹률차가 생긴다. 백년전 사건이 역사적으로 거의 정리된 뒤에서야 그 박제된 내용을 해독하고 있기에는 세상은 너무나 빠르고 인생은 더더욱 짧다.
몰라서 그러겠는가만 문재인 정권을 독재정권이요, 문재인은 독재자라고 하는데 그런 말이 통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언론 탓으로만 돌릴 문제가 아니었다.
언론 혼자서는 절대로 그렇게 못한다. 언론들이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거나 ‘틀린 것을 다르다.’고 교묘하게 포장해서 서로 싸움붙이고 그걸 정치에까지 팔아먹고 있었으니 국민들은 당달봉사나 청맹과니가 된다. 언론신뢰도 조사대상국중 5년 연속 꼴찌에 OECD 실질문맹률 꼴찌를 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정상이고 다행(?)인 이유다.
1년 남은 한국대선을 앞두고 출문망자(出門望者)들이 요란하다. 속설이 있다. 명색이 한국 최고대학 출신이 한국에서 대통령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그것이다. 왜 그러는 지를 그들만 모른다. 문맹률 50%더라도 처지에 맞게 살면 된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다.
어설피 아는 게 나라와 민족에 독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름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부끄럽다. 글자 아는 것과 독립운동은 99% 달랐다.
그 때의 문해율 1%와 지금의 상위 1%는 99%가 다르다. 지금 그 1%들이 문제다.
<
강창구 /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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