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발생한 경기 침체는 역대급이었다. 미국 경제는 2020년 2/4분기 마이너스 9.1%의 경제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40년대 이후 최악이었다. 미 가구당 소득은 2월에서 3월 사이 8.7%가 감소했는데 이 또한 사상 최악이었다. 2월 2만9,000을 기록했던 다우 존스 산업 지수는 한 달 사이 1만9,000대로 떨어졌다.
이렇게 되자 온갖 신문과 방송은 경제 위기에 관한 기사로 도배되고 이번 경기 침체는 대공황을 능가할 것이라는 등 비관적인 관측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2020년의 불황은 경기 사이클에 따른 통상적인 불황과는 성질이 좀 달랐다. 경제에 문제가 생겨 나빠진 것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제를 봉쇄한 데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었다.
작년 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연방 식품 의약국으로부터 긴급 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미국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초기의 시행착오에도 불구, 미국인의 절반이 한 차례 이상 접종을 마쳤고 한 때 하루 30만을 웃돌던 확진자 수는 이제 3만 이하로 떨어졌다. 텍사스 등 일부 주들은 이미 정상화에 들어갔고 가주도 다음 달 15일이면 그렇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제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는 2/4분기 미국 경제가 연율로 8.6%, 전년에 비해서는 6.4%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때 10%가 넘었던 실업률은 6%대로 떨어졌고 일부 업종은 직원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상황이 호전되면서 주가는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다우 존스 산업 지수는 3만4,000대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는 작년 3월 저점에 비해 70%가 오른 것이다. 미래 산업인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테슬라는 2019년 40달러에서 올 초 900달러까지 올랐었다. 이처럼 주가가 오르는 것은 올해 미국 경기는 좋고 내년에는 더 좋을 것이란 투자가들의 낙관론이 반영된 것이다.
많은 초보 투자가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전망이 좋을 때 주식을 사면 돈을 벌 수 있으리란 믿음이다. 그러나 정작 주식을 사야 할 때는 나쁜 뉴스가 신문을 장식할 때다. 최근 예를 들자면 작년 3월 경제 위기론과 함께 주식이 폭락했을 때가 투자 적기다. 그러나 막상 이런 때는 주식을 사지 못한다. 온 세상이 미국이 망하게 됐다고 아우성인데 주식 투자를 감행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면 지금처럼 좋은 뉴스가 연일 나올 때는 이미 늦었다. 좋은 뉴스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추가 상승폭은 작을 수밖에 없다. 주식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인 수익 대비 주가 비율(PE)로 볼 때 지금 미국 주식은 2000년 닷컴 버블 수준으로 과대 평가돼 있다. S&P 500대기업의 평균 PE는 지난 100년간 15정도였는데 지금은 44가 넘는다.
주가 폭등의 상징 테슬라의 경우 올 1월 900달러까지 갔다 지금 580달러 대로 떨어졌는데도 PE가 580에 달한다. 정상적인 성장주 PE가 30~4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0배 가까이 과대 평가돼 있는 셈이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좋아하는 가상 화폐 가치가 최근 40% 넘게 폭락한 것이나 증시 과열의 척도인 마진 빚이 2000년 닷컴 버블과 2008년 주택 버블 수준을 넘어선 것 모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주식이 과열됐다고 곧 하락하지는 않는다. 많은 투자가들이 ‘더 큰 바보론’(Greater Fool Theory)을 믿으며 비싸게 샀더라도 나보다 더 바보에게 팔면 된다는 믿음 속에 계속 사기 때문이다. 2000년 닷컴 버블은 앨런 그린스팬 FRB의장이 과열을 경고한지 4년이 지나 터졌다.
영미권 속담에 ‘닭이 쉬러 집으로 돌아온다’(Chickens are coming home to roost)라는 말이 있다. 낮에는 모이를 찾아 들판을 뛰놀던 닭들도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온다는 말로 비정상은 결국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주가는 역사적 평균을 가운데 두고 과대와 과소 평가치를 오르내리지만 장기적으로 평균에 수렴한다. 그것이 평균의 본질이다. 과대 평가된 미국 주식이 평균으로 돌아오려면 기업들의 수익이 대폭 늘거나 주가가 하락하거나 둘뿐인데지금으로서는 후자의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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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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