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휴가문화가 매우 서툴다.
서툰 정도가 아니다. 나같은 경우는 ‘휴가’라는 게 거의 없다. 일하는 것이 곧 휴가다. 아니 ‘일을 즐기자.’라고 하는 편이 맞을 듯하다. 일터에 사고 없고 무탈한 것 처럼 편한 게 없다. 재택 근무하는 자식들은 팬데믹 기간 내내 답답하다고 3개월이면 한번씩 꼬박꼬박 편안한 집 놔두고 한달씩 짐싸들고 떠나버린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있을까만 그렇게 쓰고 나서야 돌아와서 또 일을 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누구나 가는 ‘바닷가, 해수욕장’에 하다못해 2박3일 다녀오지 않으면 세상 헛 산듯이 낙담도 하지만 그마저도 1년에 한번이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니 지금도 휴가라고 하면 바닷물에 한번 들어 갔다가 나오는 걸 ‘로망’처럼 믿고 사는데, 미국에서는 바닷가 한번 가려면 그것도 멀어서 쉽지가 않다. 이래저래 집이 편하다. 나이탓도 무시하지 못한다. 화려한 휴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갈수록 꿈일 뿐이다.
지금 미얀마라는 나라에서는 백주에 자국의 군인들이 국민들을 총으로 무참히 살해하고 있다. 인구 5,400만 한국 남한인구와 비슷하다. 면적은 남한의 3배가 넘는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풍부한 자원으로 남미처럼 제법 잘 살았던 때도 있었다. 영국,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으면서도 남미와는 달리 민족의식도 대체로 강하다. 민족은 숙명적이다. 미얀마에 태어나서 살고있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 언제 죽임을 당할 지 모른다.
그런데 왜 죽는 사람들이 계속 나올까. 집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죽지 않을 터인데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집밖으로 자꾸 나오는 것일까. 살아날 방법이 있기는 있다. 타국으로 탈출하든지, 총부리 앞에 모든 걸 포기하고 납작 엎드려 있으면 그 가능성은 좀 더 높다. 이런 경우 인권, 헌법, 자유 따위는 너무 사치스럽다.
이 문제가 오늘 글의 핵심이다. 복잡할 것도 없다. 의외로 간단한 이치이기도 하다. ‘사람다운 삶’이 그것이다. 프랑스가 그랬고, 미국도 그랬었다. 물론 오늘날의 한국도 그렇다.
미얀마(버마)는 1962년 군사쿠데타이후 50여년이 지난 2011년부터 민정으로 순조로운 정권이 이양되었다. 2015년의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의 국민민주주의 연맹이 과반을 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바로 얼마전 2020년 11월 총선에서는 83%(396/476)의석으로 민심을 확실히 재확인 했다. 그런데, 단지 7%(33석)를 얻은 군부가 부정선거라면서 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4월 17일 현재 사망자 최소수치 726명, 부상자 2,500명, 3,500여명 체포구금 상태다(미얀마 정치인 지원협회(AAPP발표). 한편 지난 3월 27일은 어린이 포함 114명이 사망한 날이었다. 그 날 저녁 호텔에서 홀라잉 군 최고 사령관 등은 미얀마 ‘군의 날 행사’로 초호화 파티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임에도 아무렇지도 않다. 이대로 잠잠해져서 더 이상 피해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수천의 희생이 발생했는데 잠잠하다는 것도 더 이상하다.
앞으로 미얀마가 어디로 향할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아주 비슷하거나 똑같은 일이 40여년전에 한국에서도 일어났었다. 아니 40년전의 한국군인들처럼 지금은 미얀마 군인들이 똑같이 하고 있다. 한국의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를 찾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판박이다.
한국에서는 그들이 흘렸던 피로 오늘날 한국의 선진 민주주의가 정착했다. 그 시기 군부의 군화발 아래 납작 엎드렸고 비굴했던 언론의 오늘은 오롯이 희생자들의 피의 산물이다. ‘공짜행복’의 밑바탕에는 수많은 ‘죄없는 불행’들이 그들을 떠받치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오늘을 사는 자들은 독재에 항거하여 희생된 자들에게 정의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려고 십자가에 못박힌 일과 그렇게 많이 다르지 않다.
바로 엊그제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대표가 2016년 11월, 불과 4년전 촛불정국시에 한국에서도 광화문에 탱크 500대를 집결시키려는 쿠데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의과정을 수사하다가 지금은 중단된 일이 있다.
독재자의 대명사 히틀러가 역설적이게도 꽃을 좋아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까운 우리에게도 그의 망령같은 후예들이 있었으니, 5월 광주의 비극적인 작전명이 ‘화려한 휴가’였단다. 이런 언어의 도단(道斷)과 유희(遊戱)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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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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