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화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자궁내막암은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 생길 때 조기 진단하면 5년 생존율이 95%에 달한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선진국형 부인 종양인 자궁내막암이 급증하고 있다. 자궁내막암 환자가 1999년 10만 명당 726명에서 매년 5%씩 늘어나 2018년 3,182명이 발생했다(국가암등록 통계). 여성 암 가운데 벌써 10위다. 60세 초반에 주로 걸리는 자궁내막암이 최근 20~30대 가임기 여성에게서 늘고 있다.
‘여성 암 치료 전문가’인 홍진화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났다. 홍 교수는“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 늦은 결혼 및 저출산 등으로 자궁내막암이 늘고 있지만 자궁내막암을 초기에 발견한다면 5년 생존율이 95%에 달하므로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자궁내막암이란.
자궁내막은 임신 시 태아가 착상되는 자궁의 가장 안쪽 벽 조직이다. 생리할 때 탈락돼 혈액과 함께 배출된다. 자궁 체부(體部ㆍ몸통)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궁내막암은 2000년대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자궁경부암이 줄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임신·출산을 하지 않는 여성이 늘면서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깊은 자궁내막암의 위험 인자로 작용한 데다 식생활도 서구화됐기 때문이다.
자궁내막암은 여성호르몬 특히 에스트로겐 영향을 받아 발생하기에 이에 많이 노출되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즉,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은 에스트로겐 영향을 더 많이 받으면서 발병 위험이 커진다. 반면 임신ㆍ출산을 하면 에스트로겐과 반대 작용을 하는 호르몬(프로게스테론) 영향을 더 많이 받으면서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
비만도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식습관 서구화와 운동 부족 등으로 비만 여성이 늘면서 당뇨병ㆍ다낭성난소증후군(난소에 물혹이 20개 이상 생기는 내분비 질환) 등에 노출되면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젊은 비만 여성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유방암 치료에 흔히 쓰이는 호르몬제 (타목시펜)를 장기 복용해도 암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유전적인 원인도 있다. 린치 증후군(Lynch Syndrome)인 사람은 자궁내막암에 걸릴 가능성이 50~60% 정도나 된다. 린치 증후군은 MLH1ㆍMSH2ㆍMSH6ㆍPMS2 등 DNA 부정합 교정(MMR)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대장ㆍ췌장ㆍ위ㆍ비뇨기계 암뿐만 아니라 자궁내막암까지 일으키기 때문이다. 전체 자궁내막암의 3% 정도가 린치 증후군 때문이다.
-자궁내막암의 증상과 예후는.
자궁내막암은 초기(1기)에 비정상적인 질(膣) 출혈이 발생하기에 이때 80% 정도 진단된다. 가임기 여성의 경우 생리 주기도 아닌데 질 출혈이 있거나 생리가 불규칙하거나, 폐경인데도 갑자기 피가 비치는 증상이 나타난다.
물론 비정상적인 질 출혈은 전암(前癌) 단계인 자궁내막증식증일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초음파검사로 자궁내막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필요 시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궁내막암 1기라면 5년 생존율이 95%나 된다. 다만 자궁내막암을 구성하는 세포 유형(자궁내막양 세포, 장액성 세포, 투명 세포)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차이가 난다. 1기라도 자궁내막양 세포 유형은 예후가 좋은 반면 장액성 혹은 투명 세포 유형은 30~40% 정도가 재발한다.
-어떻게 치료하나.
병변을 최대한 절제해 종양을 최소화하는 수술이 표준 치료법이다. 자궁내막암은 난소암과 마찬가지로 수술 시 절제한 조직의 병리 검사 결과에 의해 병기가 결정된다. 그런 뒤에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후 보조 요법(방사선 요법, 항암화학 요법)을 택한다. 수술법으로는 자궁 몸통과 경부(頸部)까지 절제하는 전(全)자궁절제술, 양측 난소ㆍ나팔관 절제술, 골반 혈관 주변 림프절 절제술, 대동맥ㆍ대정맥 주변 림프절 절제술 등이 있다.
림프절 절제 시 신경ㆍ미세 혈관ㆍ요관 등 주변 구조물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로봇 수술을 하면 수술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배꼽 부위에 구멍 1개만 뚫고도 로봇 수술을 시행할 수 있어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환자 만족도도 높다. 다만 수술 전에 시행하는 검사에서 자궁근층에 암세포가 침범된 것이 없고, 분화도가 좋은 가임기 여성이라면 수술로 인한 조기 폐경 부작용을 고려해 난소를 선택적으로 보존하기도 한다.
진행성 혹은 재발성 자궁내막암이라면 처방할 항암제가 매우 제한적이고 예후도 불량하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는 이런 환자의 암 조직에서 면역 조직 화학 염색과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 기법으로 면역항암제나 표적항암제를 쓸 수 있는 환자를 적극 찾아내 환자 맞춤형 치료를 시행해 환자의 무병 생존 기간을 늘리고 재발률도 낮추고 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경부암을 알아내기 위한 세포 검사 같은 효과적인 선별 검사가 없다. 다만 질환 초기에 비정상적인 출혈이 잘 생기므로 이런 증상이 있으면 부인과 진료를 꼭 받아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예방법으로는 식이조절 및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나친 고칼로리 섭취를 피하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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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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