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가이드 Solstice Canyon ( Malibu )
Rising Sun Trail로 하산하며 돌아본 Solstice Canyon.
1.2마일 지점의 등산로 안내표지판.
Rising Sun Trail에서 보는 태평양의 푸른 물.
Solstice Creek의 물 뭉덩이와 작은 폭포.
7년쯤전인 2014년 3월 중순에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중계된 과학기사로, 138억년전에 우주빅뱅으로 발생했던 중력파가 관측됐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는 우주가 빅뱅 직후 급팽창했다는 이론을 증명하는 것이라는데, 1916년에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파를 예견한지 100여년 만으로, 미국의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가 남극에 설치한 특수망원경을 통해 최초로 관측했다고 하며, 이 발견이 21세기의 과학계의 최대 업적이 되기에 충분하여, 노벨상 수상쯤은 기대하고도 남을 만큼의 획기적인 성과라고 한다.
그런데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서, 그 연구논문의 공동저자에, 윤씨 성을 가진38세의 한국인 1.5세 물리학자가 있다는 것을, 등산애호가인 그 분의 부모님을 통하여 알게 되었었다.
버클리와 칼텍을 거친 물리학박사로 어릴 때부터 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었다고 한다. 언젠가 한국인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탄생되어지길 기대하며, 동심의 꿈을 잘 가꾸어 마침내 인류가 우주의 신비를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 아드님 본인은 물론, 정성을 다해 그를 키워냈을 그 부모님께도 축하의 말씀을 올린다. 어쩌면 이 일은 이 땅에 와서 자식을 키우고 있는 우리 모든 아시안 부모들의 기대와 보람의 성격을 대표하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
이 곳 LA에서 살아가며 등산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이 남가주지역이 인류의 우주탐사에 자못 큰 몫을 해 왔다는 것이다. 예컨대, 학창 때 배웠던 허블의 우주팽창설은 Pasadena 뒤쪽의 Mt. Wilson 에 있는 천문대에서 이루어낸 성과라고 한다.
오늘 소개하려는 Malibu 에 있는 Solstice Canyon 도 인류의 우주탐사와 관련이 있으니, 우주선에 싣게 되는 우주장비들을 실험하는 전 세계의 3곳 시험장 중의 하나였다고 한다. 아무튼 이곳 Solstice Canyon 은 산과 바다, 개울과 폭포와 수목, 인간의 꿈과 예술 등 많은 요소를 갖춘 곳으로 누구나 좋아할 수 있을 아름다운 곳이다.
더구나 LA 한인타운에서 불과 29마일이면 닿는 멀지 않은 곳이며, 산행거리도 왕복 3마일 내외이고, 순등반고도가 700‘정도인 쉬운 코스라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부담없이 서너시간에 걸친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오고 가는 길에 태평양의 푸른 물결과 이를 즐기려 모여드는 다양한 사람들을 차창 밖으로 구경할 수도 있어, 더욱 매력적인 곳이라 하겠다.
가는 길Fwy10 의 West 로 끝까지 가서 Pacific Coast Hwy 를 타고 17마일을 북상하면 오른쪽으로 Corral Canyon Road 가 나온다. 이를 따라 0.2마일을 들어가면 Solstice Canyon 의 입구가 된다. 입구 안쪽 오른편에 주차장이 있다. 빈자리가 없으면 0.2마일쯤을 더 들어가면 미니 노천극장이 딸린 정갈한 더 큰 주차장이 있다. 주차허용시간은 아침 8시부터 일몰까지이고 무료이다. 이곳에도 빈자리가 없으면 입구밖으로 돌아나가 Corral Canyon Road 변에서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한다.
등산코스푸른 바다가 바로 지척인 해발고도 50‘ 내외의 낮은 곳에서, 왼쪽의 포장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아주 완만하게 올라가는 Solstice Canyon Trail 을 따라 등산을 시작한다.
Live Oak, Sycamore, Alder, California Bay 등의 나무들이 우거진 Creek을 오른쪽에 끼고, Sage Brush 가 길섶에 웃자라 있는 채, 다소간 퇴락해 보이는 포장도로를 따라 0.7마일을 가면, 오른쪽 개울 건너 낮은 언덕에 지붕 없이 벽만 있는 작은 건물이 보인다.
1901년에 Sweeney 라는 이가 지은 캐빈을, Henry Keller 라는 사냥을 좋아하던 사람이 사서 Hunting Lodge 로 쓰다가, 화재로 소실된 후 다시 돌로 지었다고 한다. 아마도 Malibu 에 현존하는 건물로서는 최초의 석조건물일 것이라는데, 2007년의 화재로 전소되어 지금은 벽난로와 벽만 덜렁 서 있다.
그런데 이 건물을 가까이서 보기위해 억지로 위험하게 이 개울을 건널 필요가 없다. 도로를 따라 조금만 더 가면 넓고 튼튼한 다리가 있어 이를 건너 그 건물에 쉽고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다. 불타서 형해만 남은 Hunting Lodge보다는, 불과 100여년만에 다 사라져버린 그 많았을 동물들의 성쇠가 내 마음에 어두운 여운을 남긴다.
건물이야 언젠가는 복구되어 이곳 Solstice Canyon 의 기념관 등으로 쓰일 지도 모르겠다.
다시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1.2마일 지점에 이르면 왼쪽 편에 계곡의 위쪽으로 우회하여 올라가는 Sostomo Trail 의 안내판이 있는데, 우리는 그냥 직진이다.
곧바로 제법 큰 건물의 폐허가 나온다. 이 건물을 1952년에 짓고 이곳에서 은퇴 후의 삶을 살았던 Fred & Florence Roberts 부부에 의해 Tropical Terrace 라고 명명되어졌던 훌륭한 저택이 있던 곳이다. 그러나 건축후 겨우 30년이 지난 1982년에 발생한 화재로 이젠 바닥과 벽의 일부가 겨우 남아있을 뿐이다. 무릇 사람의 일들이 다 그렇듯 이 역시 한 마당의 일장춘몽 이고 덧없는 제행무상의 증례라고 하겠다.
원래 Fred Roberts 는 Santa Monica 일대에서 19개의 리커와 마켓을 운영하던 사업가로 1949년에 은퇴한 후, 유명 건축가 Paul Williams 에게 의뢰하여, 1952년에 이곳에 집을 지어 살기 시작했는데, 폭포와 시냇물, 바위와 나무들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건축으로, 유명잡지에 소개되는 등 세인들로 부터 각광을 받았던 주택이었다고 하며, 1988년에야 소유권이 바뀌어 이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지고 있다고 한다.
Paul Williams 는 UCLA의 몇 개 건물을 설계했고, 영화 ‘Pretty Woman’ 에 나오는 Beverly Wilshire Hotel 과 지금은 사라진 Ambassador Hotel 등을 리모델하는 등 그 당시에 인기가 높았던 흑인건축가였다는데, 우리들 등산인들로서는, High Sierras 의 Big Pine 에 있는 자연친화적인 석조별장 ‘The Lon Chaney Cabin’ 을 1929년에 설계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이 폐허가 더욱 애잔하게 느껴진다.
이 저택은 Solstice Creek 의 바로 옆에 지었는데, 뒤쪽으로 제법 큰 낙수성을 내는 폭포가 있고, 그 바로 아래로는 기암괴석들 사이로 너댓평은 족히 되는 운치있는 물웅덩이가 있어, 그 시원한 물에 풍덩 발을 담그고픈 충동을 참기 어렵다.
Roberts가족들이나 친지들이 이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으로 상상되는 자취들이 여기 저기 남아있다. 선명하게 나있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 폭포의 뒤쪽으로 올라가보면 또 하나의 작은 폭포가 있음을 보게 된다.
Tropical Terrace 라는 이름에 걸맞는 인위적인 조림이었을 듯한 몇그루의 정원식물들이 있는 입구로 다시 돌아나오면, 동쪽에 Rising Sun Trail 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어, 동쪽의 산줄기 위로 올라가도록 안내한다. 주차장까지 1.6마일임도 알려준다.
대략 10분 정도 지그재그 경사로를 올라가면, 남쪽으로는 태평양의 가없이 청명한 푸른 물이, 서쪽으로는 Solstice Canyon 의 선연한 식물군의 푸르름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아름답다. 새삼스럽게 이곳이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말리브 해안을 연하고 있음이 실감된다.
완만한 내리막길이 바다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져 나간다. 주차장에 다 와 갈 무렵 TRW Loop Trail 을 가리키는 안내판이 있다. 미국의 초기 우주개척기에 중요한 역할을 해내던 Thomson-Ramo-Woolridge 기술연구소가 1961년에 이곳에 설립되어, 여기에서 Pioneer 12호를 비롯한 우주탐사선에 실렸던 장비들을 실험하였다고 한다.
이윽고, ‘Education Center’ 라는 이름의 작은 건물이 있는, 주차장에 닿는다. 둥근 돌을 가지런히 쌓아올린 아름다운 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엔 30여대 규모의 주차공간과, 지붕이 있는 아담한 벤치시설이 있는데, 또 다른 한 켠에는 천연 통나무를 이용한 50석 내외의 미니 야외극장(Amphitheater)도 있어, 자연과 어우러진 소박한 문화활동시설로서의 아취를 자아낸다. 클럽 동호인들이나 여러 친구들 또는 여러 가족간에 왔으면 나름대로 어떤 설명회나 현안에 대한 토론 또는 각자의 장기자랑 등으로 이들 시설을 비록 즉흥적일 망정 잠시나마 능동적으로 활용해 본다면, 그 사실 만으로도 멋진 ‘Malibu 의 추억’이 되어 질 듯하다.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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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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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는 재물의 이동일뿐이지만 나쁜 짓 이긴 하지만 화재는 완전한 손괴이니...절도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자나깨나 불조심 하던 조상님들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