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SAT와 ACT로 대표되는 표준화시험은 ‘더 어려운 관문’이 됐다. 빈부 차이에 따른 차별화 논란에 이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험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 속에서 표준화시험 점수를 입학 지원시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변경하는 테스트 옵셔널 대학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입에서 내신 성적과 함께 가장 중요한 전형 기준으로 필수처럼 여겨졌던 표준화시험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수험생들도 덩달아 혼란스럽다. 테스트 옵셔널 전형이란 SAT나 ACT를 여전히 입학전형에 반영하지만 지원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시험 성적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며, 대학측은 표준화시험 점수를 제외한 스펙들로 입학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 자녀에게 더 유리하다’ ‘표준화시험 점수=부모의 재력’ ‘저소득층을 차별한다’등 표준화시험을 둘러싼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2019년 초 발생한 사상최대의 대입 부정 스캔들이 표준화시험 존폐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학들의 테스트 옵셔널 채택이 이처럼 빠르게 확산할 줄은 몰랐다. 여기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도 한 몫했다.
상당수 대학들이 SAT나 ACT 시험 점수를 지원 필수 조건에서 제외시키면서 올 대입전형에서 테스트 옵셔널이 반영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많은 대학들에는 지원자가 폭증했다. 명문대의 조기전형에서 더 두드러졌는데 예를 들어 하버드대는 지난해 6,424명에서 1만86명으로, 컬럼비아대는 4,318명에서 6,435명, MIT는 9.291명에서 1만5,036명, 예일대는 5,777명에서 7,939명으로, 대학에 따라 많게는 두배나 치솟았다. 팬데믹을 감안하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표준화 시험 문턱을 낮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테스트 옵셔널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은 정말 표준화시험 점수를 제출하지 않았을까. 주요 대학들이 표준화시험 점수 제출과 관련한 발표를 하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를 알 수는 없으나 드물게 통계를 발표한 유펜의 조기 전형을 살펴보면 지원자의 75%가 표준화시험 점수를 제출했으며 미제출은 25%에 불과했다. 다른 주요 명문대들의 상황도 유펜과 유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테스트 옵셔널 정책을 시행하면 시험 점수를 내지 않아도 됐지만 표준화시험을 치른 상당수 학생들이 점수를 제출한 것이다.
테스트 옵셔널을 표방한 대학들이라도 표준화시험 점수는 지원자를 비교 평가하는 좋은 자료가 될 수 밖에 없다. 지원자가 시험 점수를 제출했다면 대학측은 이를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내신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지만 SAT나 ACT 점수가 아주 높게 나온 학생의 경우도 시험 점수 제출이 더 나을 것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명문대에 지원한 경우라면 더 그렇다.
테스트 옵셔널 정책의 정확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 아직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제때 표준화시험 일정을 진행하지 못하면서 컬럼비아, 코넬, 하버드, 유펜, 브라운대학 등 주요 명문대를 포함해 많은 대학들이 테스트 옵셔녈 정책을 다음 학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다른 상위권 대학들도 이런 트렌드를 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주요 대학들의 테스트 옵셔널 정책이 ‘영구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아마도 팬데믹이 종료되고 차별화 논란이 잠잠해지는 순간 테스트 옵셔널을 시행했던 대학들은 다시 시험점수 제출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전국 대학입학처장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60% 이상이 앞으로 10년 간 SAT·ACT 점수 제출 의무화 정책이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표준화시험 없이 내신성적과 비교과 활동들만으로 대입전형을 실시한다면 지원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교육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대입 지원자에게 표준화 시험 응시 여부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시험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마음에 둔 대학이 테스트 옵셔널이라 시험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대입지원자들이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현명하게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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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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