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중생은 나고 죽는 윤회를 반복하면서 존재의 집을 짓고, 그 집이 허물어져 괴로워하면서도 또다시 집을 지어 편안한 의지처라 여기며 그곳에 머문다. 하지만 위없는 깨달음을 이룬 부처님은... 덧없기 짝이 없는 윤회의 몸을 영원불변하다고 고집하는 중생의 착각은 괴로움과 번민만을 일으키고 또다시 생사의 괴로움을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의지할 곳은 진리뿐, 덧없는 서까래와 대들보로 허물어지게 마련인 집을 짓지 않게 되었음을 세상에 천명하셨다...” (85~86쪽)
“...재물과 색욕은 사람에게 있어 어린아이가 탐내는 칼날 끝의 달콤한 꿀과 같다. 한 번 빨아먹기에도 부족하고 혀를 베일 수 있지만, 사람들은 달콤함에 취해 그것을 탐한다. 사람이 배우자나 좋은 집에 얽매이는 것은 감옥, 족쇄, 쇠사슬보다 더한 것이다...” (197쪽)
“...큰스님이 설법하시거든 그 법문이 어렵다는 생각으로 절대로 물러나고자 하는 마음을 내서는 아니 될 것이며, 혹은 평소에 늘 듣는 것이라고 소홀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마땅히 마음을 텅 비우고 열심히 듣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깨닫는 인연을 만날 때가 있으리라. 말만 배우는 이들을 따라 입으로만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말하자면 ‘독사가 마신 물은 독이 되지만 소가 마신 물은 우유가 되듯이, 지혜로운 배움은 바른 깨달음을 이루나 어리석은 배움은 괴로운 생사가 된다’고 한 말씀이 바로 이 뜻이니라...” (366쪽)
“...마음은 요술쟁이다. 몸은 환상의 성城이고, 세계는 환상의 옷이며, 이름과 형상은 환상의 밥이다. 그뿐만 아니라 마음을 내고 생각을 일으키는 것, 거짓이니 참이니 하는 어느 것 하나 환상 아닌 것이 없다. 시작도 없는 아득한 환상 같은 무명이 다 본래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환상은 실체가 없는 허공의 꽃과 같으므로, 환상이 없어지면 그 자리가 곧 번뇌에 흔들림이 없는 본래의 마음이다. 꿈에 병이 나서 의사를 찾던 사람이 잠을 깨면 근심 걱정이 사라지듯, 모든 것이 환상인 줄 아는 사람도 또한 그러하다.” (417쪽)
“...이 세상에서 원한은 원한에 의해서는 결코 풀리지 않고, 원한을 버림으로써 풀린다. 이것은 영원한 진리다. 우리들이 여기서 죽는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로 인해 싸움을 그친다...” (580쪽)
부처님과 선지식들의 주옥같은 가르침, 즉 불교의 핵심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불교성전’(사진)이 최근 편찬됐다. 1972년 동국역경원에서 우리말 불교성전을 발간한지 49년만이다. 조계종이 펴낸 종합 성전으로는 처음이다.
조계종출판사에서 나온 704쪽 분량의 이번 불교성전은 팔만사천법문 혹은 팔만대장경으로 불릴 만큼 방대한 가르침 가운데 핵심을 엄선해 종파불문 누구라도 이해하기 쉽게 편집한 책이다.또 한역대장경에 바탕한 기존 불교성전과 달리 당시 언어로 된 초기불경 니까야 등을 기초로 현대불교학의 연구와 번역 성과를 반영했으며 종파불교적 관점을 초월해 통합불교 회통불교의 특성을 살렸다는 설명이다.
책은 4장으로 돼 있는데 ‘거룩한 부처님’(1절 끝없는 보살행, 2절 부처님 이 땅에 오시다, 3절 세상의 괴로움을 보다, 4절 스스로 깨어나다, 5절 법의 바퀴를 굴리다, 6절 위대한 열반, 7절 미래에 오실 미륵 부처님)이란 제목이 붙은 제1장은 선혜라는 청년구도자가 세세생생 거쳐 인류의 대스승 석가모니 부처님으로 되기까지 기나긴 여정과 교화에 일생을 바친 깨달음 생애를 서사적으로 정리했다.
제2장 ‘위대한 가르침’은 모든 것은 변하고 무명에 휩싸여 있으면 삶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욕망은 채워지지 않고 성냄은 자신을 불태울 뿐이며 어리석음은 자신을 헤매게 한다 등 뭇중생의 삶을 뼈때리게 지적한 뒤(1절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 2절 삶이 힘든 이유),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3절 행복에 이르는 길)과 걸림없는 대자유를 얻는 길(4절 맑고 깨끗한 대자유)을 제시한다.
제3장 ‘보살의 길’(1절 믿음은 공덕의 씨앗, 2절 아낌없이 베푸는 삶, 3절 나를 바로 세우기, 4절 인내하고 용서하는 힘, 5절 끊임없는 노력, 6절 마음 밝히는 길, 7절 세상을 밝히는 지혜, 8절 보살의 발원)은 믿음과 보시의 공덕, 계행과 삼귀의 하는 법 등 바른 앎을 바탕으로 바른 행을 하는 참불자의 실천덕목들을 묶었다.
제3장이 한 그루의 나무가 바르게 가꾸는 법을 제시한 것이라면 마지막 제4장 ‘불국토 구현’(1절 가장 소중한 생명, 2절 불자의 삶, 3절 지금 여기, 부처님 나라)은 그런 나무들이 모여 이루는 숲을 바르게 가꾸는 법을 제시한다. 생명의 소중함, 죽음의 덧없음, 진정한 친구, 참다운 바른 생활, 재가자의 수행과 출가자의 삶,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화합하는 중생과 지도자의 갖가지 덕목 등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그리고 맨 뒷부분에 ‘부처님 당시 인도 지도’ ‘불교사 연표’ ‘색인’을 묶어 ‘부록’으로 달아놓았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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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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