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전문가들 북한에 대해 잘 몰라”
▶ “제재에도 성장… 제재만으로 굴복 어려워”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현재 DC 윌슨 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성장 박사(사진)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보는 미국의 인식이 여전히 경직돼 있다”며 “북한이 독재국가인 것은 맞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경제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전과 비교해 북한의 시장규모는 2.5배나 커졌으며 새로운 자본계급은 물론 지주는 아니지만 농사를 지어 사유재산을 축적한 부농도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
# 하이브리드 경제 출현
정 박사는 최근 윌슨 센터에서 발표한 연구보고서 ‘누가 북한을 이끌어 가는가’를 통해 “북한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평가절하, 핵 밖에 남지 않은 열악한 경제상황, 인권이 유린되는 참담한 독재국가, 제재를 강화하면 저절로 붕괴될 것이라는 등의 일방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사실상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다는 것이 정 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의 북한전문가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언어, 문화적인 문제로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에 대한 무지로 인한 안이한 평가와 달리 북한은 이미 10년전부터 중국식 경제개혁을 도입해 ‘하이브리드 경제’를 출현시켰다”고 진단했다.
‘하이브리드 경제’는 국가주도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병행하는 것으로 2010년 200개였던 종합시장이 2019년에는 500개가 넘어서 북한의 시장규모는 무려 2.5배나 성장했으며, 시장이 확대되면서 북한에는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자본가들도 등장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없었던 사유재산 축적이 가능해진 북한에서 현재 1천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돈주는 100여명, 1백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돈주도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아파트 분양도 이뤄져
공산주의 국가에서 이러한 시장이나 사유재산 축적을 묵인하는 이유는 북한에서도 결국 경제성장이 최우선 과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북한도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며 “결국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통치도 가능한 만큼 최근 노동신문에는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광고도 나온다”고 소개했다.
매년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역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해온 정 박사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파트 건설이 늘고 있으며 이는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 추진하는 건설사업”이라고 말했다. 민간 사업자는 아파트의 50%는 직접 분양하고 50%는 정부에 귀속시키는 방법으로 사업허가를 받기도 하고 또는 분양권 일부를 정부에 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에서 아파트 분양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놀랍지만 정부에서 이를 묵인하고 사업권을 준다는 것도 새로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정 박사는 “경제도 살리고 정부에도 이득이 되는 이런 식의 건설사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생필품 70~80% 자체 생산
“그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히려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다”는 것이 정 박사의 분석이다. 중국에서 수입해야했던 생필품의 대부분도 현재는 70~80% 자체생산이 가능해졌으며 그만큼 내수시장도 커졌다. 정 박사는 “더 이상 제재만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기 어렵다”며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하는 새로운 접근방식, 대북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한 “한국과 미국이 김정은을 상대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것은 김정은이 정치적으로는 스탈린주의적 독재자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시장을 확대하고 신흥 자본가들과 공존하면서 경제상황이 크게 악화되지 않도록 비교적 잘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북한경제가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는 데에는 중국의 대규모 식량 지원과 유류 지원 등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중국 참여하는 다자회담 필요
정 박사는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중국이 참가하는 미중남북의 4자회담 또는 일본과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6자회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세 차례나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능력 감축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당시 미 행정부가 ‘점진적 접근과 동시행동’ 대신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일방적인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북한의 외교관들이 충분한 협상권한을 가지지 못한 것도 협상 실패의 중요한 요인이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김정은의 욕구를 활용해 미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국의 공식적 2인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북한의 실질적 2인자인 김여정 또는 북한의 공식적 2인자인 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이 양측의 협상팀을 이끌고 합의안을 먼저 만들어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북핵해결 방안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도 안보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북핵문제 해결의 과제다.
이에 대해 정 박사는 “북한의 핵능력을 매년 10% 정도씩 감축하는 단계적 핵감축 방안과 이에 상응하는 제재완화의 병행, 그리고 핵감축이 일정 정도 진행되었을 때 미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에서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유제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