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가이드 Temescal Canyon (Pacific Palisades)
위에서 굽어보는 Santa Monica 해안.
Skull Rock 옆의 바위에 오른 연인.
등산중에 뒤 돌아본 태평양의 푸른 물.
Skull Rock.
차가운 날씨에 여러 차례 비가 내린 요즘이라 LA인근의 고산지역은 지금 한창 눈이 많이 쌓여있어 보통의 등산인들이 산행을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믿어지므로, 오늘은 고도가 아주 낮은 산타모니카 산맥의 Pacific Palisades에 있는 Temescal Canyon을 소개한다.
여러 해 전에 읽었던 신문기사에 따르면, 한국식 찜질방이 한인밀집지역에 하나 둘 생겨나면서 타민족 주민들로 부터도 크게 환영받는 문화시설이 되고 있다고 한다. 난, 예전부터 온천이나 사우나같은 뜨거운 곳에 들어가는것이 아주 갑갑하게 느껴지는 편으로, 그런 편의시설의 혜택을 스스로 외면한 채 살고 있다. 찜질방에는 3년쯤전에 한번 가 본 일이 전부인데, 생각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황토방이니 소금방이니 하는 특수한 공간이 잘 꾸며져 있어 신기했고, 많은 사람들이 아주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따끈하고 넓은 온돌방은 특히 우리의 전통적인 가옥형식의 사랑방을 연상시키는, 참 좋은 아이디어의 매우 매력적인 장소라고 감탄되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온천이라면 2016년에 북한의 명산들을 관광하던 차에, 어렵게 방문한 곳이라 기념삼아, 금강산 온천과 함경도 경성의 온천에 들어가 본 일이 있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부터 이 땅에 살아온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도 이 찜질방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부족에 따라 호칭과 형태가 다소 다르기는 했지만, 대체로 Temazcalli 라고 부르며, 가열해도 갈라지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는 화산석을 둥근 Dome형태로 쌓아 올리는데, 내부공간은 사람이 겨우 앉을 정도의 높이에 그치고, 출입구는 기어서 들어갈 정도이며, 천정에는 공기구멍을 내놓은 형태가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주로, 독이 있는 동물에게 물린 사람, 출산한 여인, 관절염이 있는 사람, 사슴사냥을 앞둔 사람 등이 몸을 정화시킬 목적으로 활용하였다고 하는데, 영어로는 보통 Temescal로 표기되고 Sweat House(땀집)라고 번역되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찜질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메리카 인디언부족들의 멸망과정에서 노정된, 피정복민 인디언과 정복자 유럽인들의 목욕문화와 관련된 얘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컬럼버스가 미대륙에 처음 상륙한 것이 1492년이었는데,이때 그의 항해를 후원한 것이 스페인의 Isabella여왕이었음은 널리 잘 알려져 있다. 그 녀는 세 자녀를 두었는데, 그 중 막내딸이 “Catherine” of Aragon이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영국의 헨리7세의 장남인 Arthur(Prince of Wales)와 1501년에 16세의 나이로 결혼했다가, 그가 5개월여 만에 “땀을 흘리는 병(Sweating Sickness)” 으로 사망하자 졸지에 어린 과부가 된다. 시아버지인 헨리7세가 자기의 안사돈인 Isabella 여왕으로부터 며느리가 된 Catherine의 결혼지참금을 마저 다 받아내기 위해서, 아직 어린 자기의 둘째 아들과, 과부가 되어있는 큰며느리의 훗날의 결혼을 제안함 으로써, 7년 동안을 과부로 지낸 그녀의 나이 23세 때에, 전 남편 Arthur의 동생으로 당시 18세가 되어질 무렵의 5세 연하인 미래의 Henry 8세와 또 한번의 결혼을 했던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 Catherine(스페인어: Catalina)이다. 지금 Palos Verdes건너 편에 있는 Santa Catalina섬은 그녀를 기려, 그녀의 스페인식 이름으로 붙여진 것인 듯하다.
스페인의Hernando Cortez와 그 군대가, 멕시코의Aztec왕국을 정복할 때가 1519년이었는데, 그때 34세였던 그녀는 “Queen of England”로 호칭되는 신분으로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었다. 이 때 그녀가 자랑으로 한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 “나는 지금까지 평생 두번밖엔 목욕을 하지 않았다. 첫번째는 태어났을 때였고, 두번째는 결혼할 때 였다.”
그러나 사정을 알고나면 놀랄 것도 없다. 그 당시의 유럽은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였다고 한다. 아마도 오늘 날의 코비드 19팬데믹을 능가할 정도의 전염성과 사망율로 중세 유럽을 초토화한 공포의 페스트가 아마도 물에서 비롯된다는 그릇된 대중의 믿음이 그 원인이었다고 한다. 목욕을 하지않더라도 위생을 염두에 둔 그 어떤 대안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현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의 단순한 시각으로는 참으로 대단한 얘기로 들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는 아니었겠지만, Catherine은 Henry와의 결혼에서 총 6번의 출산을 했는데, 5명은 사산이거나 출생후 며칠만에 다 죽어갔고, 오직 1516년에 태어난 딸 Mary만이 성인으로 자라났다고 한다.
문화가 이렇다보니, 이 “야만인 유럽인”들이 자기들이 정복한 “문화인 인디언”들의 찜질방 문화를 이해할 수 없어, 여러가지로 이를 금기시하며 핍박을 했었다고 한다.
알아두면 좋을 듯한 흥미롭고 역동적인 역사적 사실이라서, 좀 길지만 사족을 덧 붙이고자 한다. 한 때는 형수였었던 5세 연상의 Catherine과 결혼했었던 Henry 8세가 나중에, Catherine의 시녀인 8세 연하의 Anne Boleyn에 빠져, 그 녀와의 결혼을 위해 Catherine과의 결혼을 무효로 해달라고 로마카톨릭교황에게 청원했으나 거절되자, 앙심을 먹고 영국의 카톨릭교회를 로마카톨릭에서 분리시킨후, 결국 독립되어 왕에게 예속되어진 영국교회로 부터 마침내 결혼무효판정을 얻어내고, 곧 Anne과 결혼한다.
Henry 8세와 Catherine의 결혼이 원인무효가 되고나니, Catherine의 혈육인 Mary의 왕위계승권 유무에 대한 심각한 논란이 일어나게 되고, 이것이 나중에 여왕이 되어 5년간 집권을 하게되는 Mary가 앙심을 먹고, 280여명에 달하는 주로 영국교회의 주요인사들을 화형시키는 비극의 씨앗이 되고, “피의 Mary” 라는 호칭으로 불리우게 되는 한 배경이 되는 바, ‘일부함원 오월비상’의 적절한 예가 될 것이다. 마치 연산군이 생모의 폐비사사 결정논의에 참여했던 선대의 중신들을 처형시킨 것과 유사하다고 하겠다. Mary여왕이 42세로 죽자, 이복 여동생이며 Anne의 딸인 Elizabeth가 즉위하게 되니 이 여인이 즉, Elizabeth 1세 여왕이다.
Henry8세는 결혼무효를 추진하면서, Catherine과 그 딸인 Mary를 서로 만나지 못하게 조치했다고 하는데, 지금 LA지역에 있는 Catalina 섬과 Long Beach항에 움직이지 못하고 영구히 정박해 있는 Queen Mary호의 관계도 서로 멀리 떨어져 그리워 하되 결코 만나볼 수는없는 형편인 점이, 옛날의 그 불행했을 그 두 모녀를 닮았다고 하겠다.
Catherine이라는 영국민들의 사랑을 받던 조강지처를 온갖 무리수를 써가며 밀어내고, 그렇게도 힘들게 결혼을 하게 된 부인인 Anne 마저 3년을 못 채운 뒷날에 누명을 씌워 매정하게 처형시키는(이 얘기는 “1000일의 Anne”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Henry 8세라는 이 남자는 참 대단한 남자이다. 갖은 난관을 극복하며 부인을 삼았던 Anne을 위한 ‘왕의 자비로운 배려’로 목이 잘릴때의 고통을 덜어주기위해 프랑스의 명검객을 초빙하여 참수케 했다니, 대저 절대권력자의 자비와 사랑이란 이런 것이런가!`
힘깨나 쓰는 세상의 잘난 남자들이여, 부인이나 자녀들 또는 세입자 등 약자가, 한을 가지지 않도록, 매사에 ‘카르마의 거울’에 항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인의예지의 잣대’로 자신의 행지를 재어보며, 가정사나 일상사에 신중하고 겸허하며 삼갈 일이 아니더냐!
오늘 안내코자하는 Temescal Canyon은 그 이름으로 유추하면, 옛날 인디안들이 이 땅의 주인으로 살고 있을 때엔, 이 지역 어딘가에 그들의 주거지역과 함께 땀집이 있었을 것인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없어진 것인지, 이 지역을 소개하는 어느 곳에도 이 땀집(Temescal)에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어쨋든 이 곳은 LA에서 매우 가깝고 바다와 가까이 있으며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인데, 산행거리는 한바퀴를 둥글게 도는데 2.8마일정도이고, 순등반고도가 850’로 난이도도 어렵지 않아, 가족단위나 부부간 또는 친구간에 두루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코스이다.
가는 길10번 Freeway 서쪽 끝에서 1번 도로를 따라 간다. 대략 3마일 정도를 가면 Temescal Canyon Road에 이르른다.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1.1 마일을 산쪽으로 올라가면 Sunset Blvd를 만나게 되며, 이곳에서 직진하면 이곳이 바로 Temescal Gateway Park의 구내로 들어 온 것이 되는데, 공원구내에서 좌회전하면 유료 주차장에 닿게된다. 공원은 일몰 이후에는 닫히게 되니, 내려오게 될 시간을 감안하여 빠듯하게 여겨지면 공원 밖의 안전한 도로변을 찾아 주차한다. 교통법규 준수여부를 무인 카메라가 감시하고 있다고 하니, 특히 도로상에 정지선이 있으면 완전하게 정지했다가 차를 진행시키도록 십분 주의한다.
등산코스등산의 행장을 꾸려 북쪽으로 걸어 가면, 곧 둥글납짝한 돌과 시멘트로 예쁘게 쌓은 화장실을 지나게 된다. 1~2분 정도를 걸어가면 Temescal Creek을 건너게 되고, 곧 등산안내판이 나온다. Temescal Ridge Trail과 Temescal Canyon Trail의 두개의 등산로가 좌우로 갈라지는데 어느쪽을 택하더라도, 내려올 때 다른쪽으로 내려 올 수 있어 양쪽을 다 볼 수 있으니, 아무래도 괜찮지만 여기서는 오른쪽 등산로인 Temescal Canyon Trail을 택하기로 한다.
아름답게 우거진 Oak Tree 와 Sycamore 의 숲을 가다보면, Topanga State Park의 경계로 들어 서게 된다. 길이 약간 오르막이 되는데 조금 더 가면 조그만 다리가 나오고, 이 곳에서 건기가 아니라면 큰바위들 사이로 흐르는 작은 폭포를 보게 된다.
이제 길은 계곡을 벗어나며, 다소 가파른 경사를 지닌채 남쪽으로 꺾이고, 다시 서쪽으로 뻗어 나간다. 이윽고 Temescal Ridge Trail Junction에 닿는다. 대략 절반에 해당하는1.4마일을 온 셈이다. 여기서 원래대로 한바퀴를 도는 Loop코스는, 좌측으로 꺾어 Temescal Ridge Trail을 따라 Santa Monica에서 Malibu에 이르는 태평양 해안의 풍경을 즐기면서 출발지점으로 돌아 오는 것이다.
시간이나 체력에 여유가 있으면, 우측으로 올라가는 Temescal Ridge Trail을 따라 0.5마일을 더 가보록 권하고 싶다. 산 등성이를 따라 가는 코스이기에 전망이 아주 좋다.
북쪽으로는 9,000에이커에 달하는 넓은 Topanga State Park의 푸르른 산들을 볼 수 있고, 동쪽으로는 가깝게는 Century City의 빌딩숲, 멀게는 LA City Downtown의 빌딩숲을 볼 수 있다. 서쪽으로는 Malibu, 남쪽으로는 넓은 바다와 Catalina 섬이 잘 보인다.
이윽고 0.5마일쯤을 가게되면, 바로 길 옆으로 두개의 큰 바위가 나타난다. 왼쪽의 바위가 사람의 둥근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지어진 Skull Rock이다. 바다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이다.
오른쪽 바위는 닭의 머리를 닮은 듯도 한데, 젊은 연인들이 그 위에 올라가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주변 풍광을 감상하고 준비한 음식도 먹으며 푹 쉬면 좋을 것이다. 내려 올때는 계속 Temescal Ridge Trail을 따라 걷는다.
Skull Rock까지 갔다오면 대개 3.8마일에 3시간쯤이 걸리고, Skull Rock을 안가면 약 2.8마일에 2시간쯤이 걸릴 것이다.
■사족
시간이 더 남는 분들은, 그 날이 토요일이나 일요일인 경우라면, 돌아오는 길에 잠시 Venice Beach에 들러, Ocean Front길을 따라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펼치는 풍경과 또 그를 즐기기 위해 해변에 몰려든 역시 개성있는 군중들을 구경하는 재미를 누려보기를 추천한다. 이곳의 독특한 풍정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곳을 보기위해 더러는 유럽의 국가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이 곳엔 운하(Canal)를 끼고 조성되어 있는 대단히 이국적인 풍취가 있는, Venice beach라는 도시이름의 배경이 된, 정결하고 아름다운 주거지역도 아주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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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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