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LA폭동당시 한인들은 공권력의 부재로 흑인폭도들이 업소를 방화하고 약탈하는 장면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다. “경찰은 도대체 어디갔는가?” 절규했지만 다 부질없는 메아리였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에 이민 온 한인들은 “이곳이 미국이 맞나?” 하는 배신감이 들었을 거다. 워싱턴 DC에서 지난 1월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과연 이곳이 미국이 맞는지 일반 국민들이 충격과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지난 1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처하는 미국 정부의 대응에서 과연 미국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심지어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민을 오고 싶어하는 나라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지난해 3월 시기를 놓친 국가비상사태 선언부터 시작해 거듭된 마스크 착용논란, 과학보다 정치에 휘둘린 일관성없는 방역정책, 경기부양안 시행과정의 수많은 시행착오 등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의 일상이 전쟁인 상태로 몰리면서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수십만개의 비즈니스가 문을 닫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실패한 대가로 2차 세계대전 미군 전사자보다 많은 40만여명이 훨씬 넘는 미국인이 생명을 잃었다.
어쩌다 미국은 일반 국민들이 두려움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나라가 되었을까?
첫째, 정치인들의 분열과 대립이 이미 한계를 넘었다. 예전에는 민주, 공화 양당이 서로 다른 이념의 노선으로 정책을 추진했지만 보다 나은 미국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적은 동일했기에 어느 당이 집권하든 건전한 토론과 대화로 국익을 위해 양보의 정신으로 국정을 처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극한투쟁으로 급기야 의사당 난입사태로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둘째,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탈퇴는 물론 대외적으로 자국이익우선주의를 택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리더역할을 포기한 듯한 양상을 보였다. 2차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에서 문제해결사로서 리더의 모습이 상실됐다.
셋째, 트럼프 행정부에서 반이민정책으로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의 기본 질서가 무너졌다. 멕시코와의 국경장벽을 쌓는 등 극단적인 정책으로 전 세계에서 우수인력을 받아들이면서 경쟁력을 강화하던 개방적인 모습이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넷째, 의료 및 건강보험개혁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했다. 의료개혁의 실패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그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코로나19 발생초기 뉴욕에서 코로나 감염방지를 위한 의료장비 부족은 물론 비상병동도 모자라 코로나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도 받기 힘든 상황이 속출했으며 이같은 상황은 올해 LA에서도 반복됐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시작했던 건강보험개혁은 여러 행정부를 거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일반인들의 건강보험료는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다섯째, 경제정책의 실패로 중산층이 하류층으로 전락했다. 미국 기업들의 해외이전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내에서의 일자리가 늘지 않은데다 제조업의 몰락 등 중산층을 위한 경제정책이 없어 지난 2000년 6만2,000여 달러였던 미중산층가구 연간소득은 2008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오히려 감소했다가 2016년 소득이 200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체되어 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중산층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때 전 세계 최고 선진국가로서 미국의 재건은 가능한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에 그 답변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사의 키워드는 ‘통합’이다. “보수·진보를 넘어서 야만적 대결을 끝내고 팬데믹을 함께 극복할 것”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할 정도로 분열의 골이 깊게 패인 미국을 하나로 묶겠다며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경기침체로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이 “통합으로 하나된 미국을 재건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위대한 미국의 재건’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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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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