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묵자는 논쟁을 절대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지면 상처를 받고 이기면 친구를 잃기 때문이다. 논쟁에서 이겨봐야 상대방의 자존심을 짓밟아서 얻은 승리이기 때문에 결국 손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논쟁을 안하고 살기는 힘들다. 개인 간이든 집단 간이든 논쟁은 필연적으로 벌어진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 또한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위한 논쟁은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겼다.
하버마스는 권력을 매개로 하는 행정 체계나, 돈을 매개로 하는 경제 체계가 아닌 ‘공감’을 매개로 사회를 통합하는 사회적 ‘공론의 장’을 새로운 방식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것은 합리적 대화를 통해 인간 상호간의 의견이나 행위를 이해하고자 하는 절차에 의거한 제도화된 의사소통적 영향력의 정치권력화이다. 이러한 논점은 무엇보다도 포퓰리즘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한다. 포퓰리즘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근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지향하는 목표는 반민주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법치 국가의 제도적 절차를 중시하는 특히 입법기관인 의회를 매우 중요시 했다.
워싱턴 DC에서의 지난주 수요일 이벤트는 미국에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의회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선을 넘었다. 민주주의 전당을 모독했으며, 국민주권에 대한 반란을 일으켰다. 우리가 보고있는 것은 명백한 정치적 폭력이다. 패배한 선거의 합법적인 결과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고 선거를 뒤집기 위해 투표 사기라는 허위 주장을 펼치며 폭력으로 국회의사당을 침공했다. 유사이래 1814년 미국과 영국 간 전쟁 때 의회가 불타 침공당한 적이 있다. 치욕적인 내전 남북전쟁 동안은 남부군은 국회 의사당 근처도 못 갔다. 그런 일을 뻔뻔스런 트럼프 지지자들이 다섯 명의 희생자를 내며 거사를 감행했다.
트럼프는 선거가 도난 당했다고 반복해서 주장해 왔다. 그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다. 그의 소송변호인단의 법적 소송은 주 법원에서 일관되게 기각되었으며, 그가 지명한 대법원 판사들은 항소에 대한 접수를 거부했다. 주 정부들의 합법적인 검증된 선거결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증오와 불신을 뿌려 선동하며 불란을 일으켜 ‘수요일의 의회 침공’을 부추겼다. 정치 이론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정치의 절반은 이미지 만드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사람들에게 그 이미지를 믿게 하는 것이다”라고 헸다. 트럼프는 선거 사기에 대한 음모 이론을 만들고 선거가 도난 당했다고 그의 지지자들을 향해 믿게 했다. 그리고 규합하여 군중을 선동하는 연주를 했다. 트럼프의 악의적인 나르시즘의 반란이다.
미국을 괴롭히는 우익 폭력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늘상 해왔던 일이고 너무나도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더 많은 증오, 더 많은 분열, 더 많은 희생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너무 분열되어 united라는 America 이름이 무색해 보일 지경이다. 대의민주주의 본고장이라는 명성은 조롱되고 훼손되어 산산조각이 났다. 이 나라가 독립을 선언한 지 240년이 넘었고, 헌법이 비준된 지 230년이 넘었지만 미국 민주주의가 두 발로 절뚝거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권력은 한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으며, 그것은 집단과 함께 공유되는 한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극단주의는 파시즘으로 가는 전조 징후이다.
하버마스는 공론의 영향력이 정치적 권력을 산출하려면 민주제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에서 출발하여 최종적으로는 의회에서의 공식적인 의결이라는 권위있는 형태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의 사회적 규범이라 할 수 있는 ‘법’이다. 이 법으로 행정 권력은 견제 되어야 하며, 행정 권력은 의회가 만든 법 규범의 한도 내에서만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사법부의 법적 적용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정치체제는 토의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tic)다.
정보화 시대 전통적인 미디어의 쇠퇴와 함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무한한 정보가 넘쳐나고 상대적으로 정보의 신뢰성은 떨어져 진실은 없고 오로지 믿기로 선택한 사람만 있다. 미국인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신약, 식품 및 소비재에 대한 허위 정보가 넘쳐 났을 때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다. 대부분 트럼프 지지자들은 완전히 정파적인 뉴스 소스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선거에 이겼다고 믿는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위기다.
정보를 얻는 곳이 다르니 서로 정치적인 토론이 불가능하다.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를 직면했을 때 음모론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래서 하버마스 ‘공론의 장’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선거 조작 허위 정보를 믿었ㅈ던 트럼프 지지자들은 워싱턴과 인근 버지니아주, 메릴랜드주 방위군이 투입되어 오후 5시40분께 이들을 진압함으로서 결국 광란의 수요일 트럼프의 역사적 버라이어티 쇼는 3시간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
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