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각박하고 암울할수록 도덕성을 상실한 자극적인 내용으로 인간의 잔인함의 끝을 보여주는 이야기나 영화가 많아진다고 한다. <돌이킬 수 없는 2002> 이나 <마루타 1988> 같은 영화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반항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특히 ‘펜트하우스’라는 드라마는 인간의 비열한 욕망과 잔인성의 끝을 보여주는 내용과 연기력으로 한국의 안방을 강타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다 한들 이번 코로나보다 더 강력한 드라마를 본 적이 없었다. 코로나19는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
전쟁으로 인해 앗아간 목숨의 몇 배의 목숨이 한순간에 힘없이 사라졌고, SF 영화에서 본 상상 속의 인간들보다 더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다. 최고 절정의 죽음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할 수 없다는 설정을 내 평생 들어본 적이 없었던 상상 이상의 현실이 우리 눈앞에 계속해서 펼쳐졌다.
어떤 드라마가 이렇게 잔인하고도 극적인 소재로 전 세계인을 방안에만 가두고 인간의 욕망을 한순간에 차단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돈이 있든, 지위가 높든, 아이든, 어른이든, 세계인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돈이 억만금 있다 해도 마음 놓고 여행하지도 못하게 했고 한나라의 대통령도 꼼짝 못 하게 하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그 누구도 마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대망의 2020년 계획안에는 가족여행도 있었고 여러 모임도 있었고 새로운 획을 긋는 해가 될 줄 알았다. 2000년처럼 또 한 번 용솟음치는 한 해가 되리라 짐작했다. 일론 머스크의 화성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온 듯했고 전기차가 상용화되고 무인 자동차가 연속으로 출시되는 한편 AI 인공지능이 상상 초월로 발전되어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면 인간이 더이상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제약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2020년을 출발했는데….
2020년 새해가 밝자마자 터진 우한 바이러스가 솔솔 인간의 입으로 전해지고 마스크를 쓰니 마니 하더니 급기야 바이러스로 사람의 목숨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점점 믿기지 않는 일들이 연속되었고 그 어떠한 상상 속의 이야기에서도, 그 어떠한 괴기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지구의 멈춤이 서서히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다가오는 게 아니라 한 번에 확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 인구의 숫자를 줄여버렸다.
설마설마하며 지내온 시간이 벌써 일 년이다. 내가 겪은 가장 큰 일이라고는 새마을 운동으로 한국인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딛고 일어난 일과 IMF로 경기가 좋지 않은 시간을 금을 모아 힘들게 다시 일어난 일 정도였다. 전쟁을 겪지 않았고 자연재해로 집을 잃지 않았고 먹을 게 없어서 굶주린 배고픔을 알지 못했다. 모두 힘든 시기였다지만 감히 목숨의 위태함을 겪어보지 못했다.
빼앗긴 들에서도 봄은 왔었다. 그 봄의 향연을 만끽하기만 하면 되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사라진 영혼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그 자리에 마스크 쓰기와 사람 간 거리 두기는 영원한 현실이 되었다. 그렇게나 열광하는 포옹(hug)은 아마도 영원히 종식될 것이다. 어디에서 그들의 억울한 목숨값을 대신해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어디에서 친밀한 포옹의 온기를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바이러스는 인간의 환경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지구의 생존을 영원한 신의 개념으로 영원불멸한 변치 않는 쇳덩이로 생각했다는데 큰 문제가 있었다. 지구는 우주에 있는 하나의 살아있는 덩어리로 함부로 대하면 금이 가고 깨지기 쉽고 급기야 소멸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많은 소중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지구를 소중한 나의 애장품으로 대해야 한다.
다음 세대에 대물림할 수 있게 소중히 가꾸어야 지구와 함께 영원히 생존할 수 있음을 알았다. 나무 한 뿌리, 개미 한 마리의 목숨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랑의 가슴을 가져야 한다. 환경을 해치는 행동을 삼가야 하고 편안함만을 추구했던 그동안의 행동을 과감히 바꿔야 하며 날로 발전만 했던 현대인들의 생활방식에 제동을 걸고 그에 맞는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는 지구의 깨끗한 1인이 되어야 한다. 이 지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빼앗긴 지구에 다시 봄이 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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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 /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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