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미주동포에게 매우 뜻깊은 한 해였다. 최초로 한국계 여성 미 연방하원의원이 3명이나 탄생하였고, 재선에 성공한 앤디 김까지 총 4명의 연방의원을 배출한 해이기 때문이다.
미 주류 정치사회에 당당하게 진출한 한인 1.5세와 2세들에 대해 한국과 미주 동포사회에서는 대서특필하며 함께 기뻐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이들 한국계 연방의원들을 향해 ‘한국 순종 시비’가 언급되었고, 미국내에서는 앞으로 ‘이중국적 시비’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헌법소원 승소에 따라 한국 국회는 2022년 9월 30일까지 개선입법을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들어야 할 입법은 뒷전으로 하고, 또 다른 포플리즘 입법인 ‘유승준 방지법’을 최근 발의하였다.
나는 이번에 발의된 ‘유승준 방지법’을 ‘제 2의 홍준표법’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홍준표법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을 제약한 법이었다면, ‘유승준 방지법’은 후천적 복수국적자를 제약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복수국적에는 후천적 복수국적과 선천적 복수국적이 있다.
유승준은 한국에서 태어난 뒤 영주권을 받고 미 시민권자가 된 후천적 복수국적자이다. 반면에 미국 출생 당시 부모중 한분이라도 한국 국적을 갖고 있을 경우에는 한국 국적도 부여되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현행 국적법 15조에 의하면 유승준과 같은 후천적 복수국적자는 미국 국적을 취득하는 시점에서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된다. 따라서 유승준 문제는 법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병역을 필하겠다는 약속을 깬 정서상의 문제인 것이다.
여기에 한국 국적법의 모순이 있다. 한국에서 태어난 후천적 복수국적자는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는 반면에, 미국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병역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적이 자동으로 말소되지 않는다.
왜 홍준표법은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 호적에 이름도 없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만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 하지 않으면 국적이탈을 20년간 못하게 하여 공직진출을 막고 있었는가?
홍준표법이 통과된지 15년 후에 마침내 헌법소원을 승소했는데 이제는 ‘유승준 방지법’이 발의되어 한국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해외동포의 한국내 입국과 체류 제한 강화 및 한국 국적 회복을 못하게 하려 한다.
‘유승준 방지법’에 의하면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하나, 이는 결국 디아스포라를 포기하는 ‘해외동포 방지법’이며 불가피한 사유에 대한 입증 책임을 후천적 복수국적자에게 떠맡기는 불공정한 법이다.
한국국적을 원하지 않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한국 국적을 강제로 부여하는 홍준표법이나, 한국 국적 회복을 원하는 후천적 복수국적자에게는 한국 국적 부여를 거부하는 ‘유승준 방지법’은 세계화에 역행하는 포플리즘 법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인즉, 한국행을 택하는 소수의 해외동포만을 규제하는 맞춤형 선진 법안이 아니라, 한국행에 관심없는 대다수의 해외동포나 2세 모두를 ‘잠재적 병역기피자’로 몰고 가는 선동적인 ‘투망식 입법’이기 때문이다.
요즘 헌법소원의 승소 이후 수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 “내년에 18세가 되는 아들이 사관학교에 지원하려고 하는데, 신원조회시 복수국적자라고 해야 하나요? 언제 한국 국회에서 홍준표법에 대한 개정법이 통과되나요?”
이처럼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피해가 급박한 상황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헌법재판소는 개선입법을 2년 안에 만들라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국회는 하루속히 원정출산과 병역기피와 관련 없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에는 성년이 될 때, 후천적 복수국적자 처럼 한국 국적이 자동 말소 되어야 하고, 또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에 의해 한국 호적에 올라가 있고 해외에서 17년 이상 거주했을 경우에는 언제든지 국적이탈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여야 한다.
한 개인이나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 형성이란 세계화 정책을 먼저 앞세울 때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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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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