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을 맞아 과연 무엇을 감사해야 하나를 두고 이번처럼 고민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팬데믹 상황에 감사할 것을 찾는 노력이 너무 인위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더욱 더 나쁠 수도 있었는데, 아니면 주위의 더 힘든 사람들보다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니 감사해야 한다고 한다면 너무 초라한 자조는 아닌가. 그만큼 우리 모두 감사할 것을 찾기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최근 몇 개 제약회사의 백신 개발로 인해 바이러스 퇴치의 희망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 조금 위안이 된다.
또한 대통령 선거 후 어지럽던 국면이 이제 조금씩 가라 앉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소송 남발과 억지 주장 그리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수준의 권력 남용을 보며 우려할 수밖에 없었는데 연방조달청이 바이든 후보의 인수 작업 지원을 허용하면서 이제 수습 단계에 들어가는 듯하다. 두어 주 지연된 작업이 이제라도 더 이상의 잡음 없이 진행되어 새 대통령 취임 후 제대로 준비된 모습으로 국정이 운영되기를 바란다.
이번의 선거 결과 불복 과정을 보면서 내가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브래덕지구(Braddock District) 수퍼바이저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2009년의 일들이 생각났다. 그 보궐선거는 당시 브래덕지구 수퍼바이저가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 의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어 브래덕지구 수퍼바이저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열리게 되었다. 수퍼바이저위원회 의장 보궐선거는 당시 의장이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되면서 공석이 되어 치러졌다.
그런데 사실 2008년에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후 불기 시작한 ‘반 오바마’ 바람을 2009년에 들어서서는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에도 브래덕지구는 공화, 민주 양당의 지지 세력이 서로 팽팽히 맞서던 곳이었다. 그래서 내가 민주당 후보로 3월 초의 보궐 선거를 치르는 게 쉬운 싸움이 아니었다. 더구나 공화당 후보는 단독후보로 당내 경선 없이 민주당 후보가 결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나는 당내 경쟁자와 나름대로 치열하게 경선을 치러야만 했다.
그 때 브래덕지구 거주 한인동포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당내 경선에서는 낙승을 거두었으나 그 과정 중에 민주당 조직은 그만 둘로 쪼개지고 말았다. 본선까지 4주 밖에 남지 않았는데 나의 당내 경쟁자를 지지했던 그룹의 적극적인 도움을 바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반 토막 난 조직을 가지고 단독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공화당 조직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선거 당일 개표 상황은 정말 손에 땀을 쥐고 볼 수밖에 없는 각축이었다. 공화당 후보는 자신이 지역주민협의회 회장으로 있는 동네에서 사실상 몰표를 받아 많이 앞서 나갔고 나는 그 표차를 다른 곳에서 모은 표로 조금씩 추격해야만 했다.
20여 곳의 투표소에서 개표 결과가 속속 집계되어 캠페인 사무실로 연락되어 오고 있던 중 단 한 투표소를 남기고 내가 불과 몇 십표 정도 뒤지고 있었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개표할 투표소 지역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역이라 충분히 만회를 기대할만 했다. 그런데 그 투표소에 있던 두 개의 투표기계 중 하나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갑자기 개표가 중단되었다. 개표 속개는 다음 날이 되어서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고 다음 날 아침에 기계가 고쳐진 다음 개표 결과를 들었을 때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 투표소에서도 몇 십표 더 뒤져 총 89표 차로 지고 말았다.
그 때 주위에서 기계의 오작동으로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 투표소에서 민주당 후보가 졌을 리가 없다, 그러니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바로 잡자고 권유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러나 뼈아픈 패배였지만 소송을 제기한다고 이긴다는 보장도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까지 무리하며 수퍼바이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 후의 억지 불복 소송 뉴스들을 접하면서 내가 그 당시 소송을 하지 않은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깨끗하게 지는 것도 이기는 것 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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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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