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현상은 우리를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용어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뉴노멀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과 개혁의 기회에 대한 기대감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이 새롭게 변한다는 것은 올드 노멀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위기와 불안감을 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뉴노멀은 정상이라기보다는 비정상에 가깝게 체감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뉴노멀이 새로운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대개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들은 기존의 질서가 가진 문제에 초점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팬데믹 현상이 잘못된 구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 보는 낙관적 시각이다. 그렇다면 뉴노멀 시대를 맞이한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한 가지 분명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실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약되는 코로나 시대의 특징이 결과적으로 종교 수요자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목회 활동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예측이다. 첫 번째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은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로의 주도권 이전 가능성이다. 코로나 이전의 교회 사역은 전반적으로 중앙집권적 성향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공급자 중심이었다는 뜻이다. 교회의 조직도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갖춘 것이라 보면 된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인과 가정을 기존의 시스템에서 한 발 떨어뜨려 놓았고, 이로 인해 주도권 자체가 개별적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공급자의 의도보다 소비자의 취향과 편리가 시장 관계를 주도하는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두 번째로 목회의 지향점도 물량적 성과주의에서 신앙의 본질적 측면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교회 사역은 성과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시장에서 경쟁과 효율이 강조된 것처럼 교회도 이러한 시스템에 특화된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는 점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종교 소비자가 주도권을 갖게 될 경우, 소비자의 관심은 소비하게 될 신앙 그 자체에 대한 퀄리티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교회가 성장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짜 놓은 프로그램 중심 보다 개인들의 눈높이에 맞춘 영성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세 번째, 교회가 지향하는 바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운영방식의 변화 가능성이다. 기존에는 모든 개체 교회들이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성과율이 가장 높은 방식을 표준으로 삼아 획일화된 형태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된 환경 속에서 다양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목회의 대상만이 아니라 예배의 형식이나 공간의 형태까지도 다양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공급자인 교회도 생존을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교회 사역의 전문화를 가속시킬 것이고, 리소스의 한계는 기존의 것을 새롭게 변형하는 방식으로 변화에 부단히 적응하며 극복하려 할 것이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타날 교회의 변화 가능성을 생각하며, 한가지 화두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 교회의 본질에 관한 성찰이다. 그리고 이를 찾아가는 하나의 대안으로 성례전적 교회의 회복을 제안해 본다. 존 하워드 요더는 그의 책 <교회, 그 몸의 정치>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본질적인 실천 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 기존의 성찬과 세례 이외에 ‘죄의 고백과 용서’, ‘은사의 발견을 위한 임직’, 그리고 ‘공적 모임’인데, 이를 성례로 지키자는 것이다. 성례전의 제공은 신앙공동체로 모이지 않고는 행할 수 없는 본질적 교회의 역할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으로 지켜야 할 실천 사항에 성례전적 의미를 회복시킬 경우,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도 교회가 공급자로서의 위상을 지속시켜 나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물론 이러한 제안은 어떻게 성례전의 의미를 구체화시켜 나가야 할지에 대한 더 많은 토론과 깊은 숙고를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례전적 교회의 회복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환경변화에도 흔들리는 개신교 교회의 본질과 위상은 다시 세우면서, 뉴노멀에 적응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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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인 목사 (산타클라라 연합감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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