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제네시스 등 한국 차 브랜드가 코로나19 사태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 신기록을 세우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6~8월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9%를 기록, 전성기였던 2011년의 시장 점유율(8.9%)을 회복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경쟁 브랜드는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와 미국 언론들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승용차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SUV)가 인기를 끌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다양한 SUV 모델들을 적기에 시장에 투입한 것이 적중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들은 또 한국 차가 특히 디자인 부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인상적인 차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여기에 안전성과 내구성, 성능과 연비, 가성비 측면에서 소비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올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충돌 안전도 평가에서 총 17개 모델이 ‘탑 세이프티 픽’(Top Safety Pick) 이상의 등급을 획득하며 2년 연속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많은 모델이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난 2년간 제네시스 G70,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텔루라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이에 꼼꼼하기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워할 미국인들이 철저히 조사하고 비교한 뒤에 한국 차를 대거 구입하고 있다. 또 한 번 타 본 미국인들은 다음 차도 한국 차를 사는 경우가 많다. 현대차가 자동차 부문 고객충성도에서 몇 년째 1위를 차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미주 한인들은 한국 차에 대해 여전히 인색한 것 같다. 분명 몇 년 전에 비해서는 한국 차를 구매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지만 맹목적으로 일본차를 선호하는 한인들이 아직도 많다. 기자는 한인들이 주 고객인 한인마켓이나 식당, 은행, 교회 등에 가면 주차돼 있는 차들을 살펴보는 습관이 있는데 어김없이 3분의 1이상, 많게는 절반은 일본 차량이다.
기자가 아는 지인들에게 왜 일본차를 샀냐고 물으면 “일본차가 고장도 덜 나고 좋지 않느냐” “솔직히 일본차라는 생각도 하지 않고 샀다” 등의 대답이 돌아온다.
지난 5년간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평가매체인 JD파워 등이 실시하는 품질조사와 소비자 만족도조사에서 한국차량이 일본차량 보다 더 좋은 성적을 계속 받고 있고 각종 상을 휩쓸고 있는데 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솔직히 속상할 때가 많다. 한인들의 일본차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에 비해 일본 사람들은 한국 차라는 이유만으로 지독할 정도로 한국 차를 사주지 않는다”며 “그래도 한국 차를 타본 후에는 매료돼 구매하는 한인들이 계속 늘고 있어 긍정적인 트렌드”라고 말했다.
기자는 지난달 타고 있던 차의 리스가 만료돼 새로운 한국 차로 바꿨다. 그러고 보니 이번 차가 5번째 연속 한국 차다.
기자가 한국 차를 타는 이유는 기자가 애플 보다는 한국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한국 브랜드의 TV와 냉장고, 세탁기/건조기, 청소기 등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애플만 해도 그렇다. 한국에서도 소비자를 우롱하는 오만한 A/S 정책과 가격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고 솔직히 애플이 한국과 한인을 위해 해준 것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절대 없다.
기자가 오랜 기간 직접 듣고 경험한 일본인들의 한국인을 향한 뿌리박힌 오만과 무시도 작용했다. 이전 칼럼에서 지적했지만 일본인 외교관으로부터 “반일데모를 하고 입만 열면 반일구호를 외치면서 렉서스와 혼다를 버젓이 타고 다니는 한국인이 정말 웃긴다”는 말을 듣고 수치스러움과 함께 분노를 느꼈다. 일본차 딜러에서 일했다는 한 자동차 세일즈맨은 “일본 태생 일본인은 미국서 태어난 일본계 2,3,4세도 한국 차를 안 사주는데 왜 나는 한인에게 일본차를 열심히 팔고 있나 라는 좌죄감에 그만두고 현재는 한국 차를 열심히 팔고 있고 자부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차는 주택 다음으로 큰 구매 결정이다. 200여만 미주 한인이 한국 차를 한 대라도 더 사주면 브랜드만 10개에 육박하는 일본차 브랜드들과 힘들게 경쟁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게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다. 소비자는 지갑을 열며 경제적 선택은 물론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의식적인 소비’라고 말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코끼리 밥솥은 한국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일본에 가면 누구나 하나쯤은 구입했고 당시 코끼리 밥솥은 부의 상징이자 가진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었다. 그렇지만 요즘 코끼리 밥솥을 사용하는 한국인이 누가 있나.
이제는 한인들도 맹목적인 일본차 선호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한국 차를 타보지 않았다면 한 번 쯤은 기회를 줄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일본에게는 가위바위보조차 지기 싫은 것이 절대 다수 한국인의 심정이다. 그러려면 우리가 구입하는 제품부터 ‘의식적인 소비’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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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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