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대세는 예능이다. 감정의 굴곡 없이 그저 앉아서 웃으면 되는 것이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매일 이어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게 소위 ‘먹방’이 아닌가 싶다.
유명 요리사와 인기 연예인들이 만들어 내는 시간은 쉽게 눈길을 사로 잡는다. 특히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그 맛이 실제 어떤 지 가늠해 볼 수도 없으면서도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음식 솜씨가 기가 막히고, 별거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화면에 나타난 완성품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게다가 식성 좋은 연예인들이나 출연자들이 ‘폭식’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면 정말 그 음식은 최고의 맛일 것이라 생각한다. 멀리 떨어져 있고, 실제 맛을 볼 수도 없어 영상을 통해 알게 모르게 어떤 여과도 없이 그런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각자 입맛이 다르다는 점은 간과한 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일방적 판단을 받아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입에서도 비슷한 면이 있다. 언론이나 교육 매체들이 해마다 발표하는 대학순위가 대표적이다.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순위 자료를 매우 중시하고, 이 때문에 본능적으로 대학에 지원할 때도 남들이 알아주거나 알고 있는 대학들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게 한 단면이다. 마치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게 성공의 상징이자 자신의 위치가 최상위권에 이르렀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일부 부모들은 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순위 발표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만들어낸다. 일방적 판단으로 인해 대학지원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상위권에 포함되지 않은 대학은 좋지 않은 대학이라는 편향된 판단을 하고, 오로지 상위권에 합격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넣어 주고 있다.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히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각 기관마다 발표 순위가 저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순위를 매기는 방식과 방법의 차이서 비롯된 것으로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서로 순위가 엇갈리는 것이다. 더욱 재밌는 점은 대학들도 이에 보이지 않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순위는 대학 이미지와 직결돼 있다는 인식, 그리고 이를 잘 활용해야 더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고 이를 통해 낮은 합격률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 있어서다.
이로 인해 정작 혼란을 겪는 것은 학생들이다. 자신의 가치와 이상, 목표라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뒤로 밀린 채 순위에 따른 간판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지금 12학년 학생들은 판단과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어떤 대학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지, 또 어떤 대학에 지원해야 합격 가능성이 높은지를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당연히 대학생활 4년을 유익하고 즐겁게 보내면서 그 이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올해 12학년 학생들은 모든 것을 온라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전에 없던 아주 특별한 상황이다.
학교수업도 그렇고, 대학과의 소통 역시 인터넷을 통한 영상과 이메일에만 의존해야 한다. 먹방 프로그램의 이면처럼 관심있는 대학이 어떤 곳인지, 자신과 무엇이 일치하고 어떤 것이 맞지 않는 지 직접 맛을 볼 수 없다. 그래서 학생들은 대학 사이트의 영상을 들여다 보고, 그 대학에 대한 각종 댓글 등을 통해 간접적인 평가를 내려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래서 직접 캠퍼스를 밟아볼 수 없다는 게 얼마나 아쉬운 것인지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게 바로 12학년 학생들이다. 대학 순위의 의미는 지극히 한정된 것이다. 이를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럴 이유와 가치도 제한적이다.
최근 US뉴스의 2021년 순위가 발표돼 고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맨 앞의 순위를 나타내는 숫자 보다 각 대학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선에서 활용하는 게 올바른 이용법이다. 지역과 학생 수, 재등록율, 4년 내 졸업률, 학비보조, 합격자들의 성적이나 학력평가시험 점수 같은 실질적인 자료들이 꼭 챙겨야 하는 것들이다.
명문대 진학한 학생 가운데 자신의 생각이나 기대와는 너무나 다른 현실에 직면하면서 적응에 애를 먹는 일은 적지 않다. 보기에 좋아 보여도 나와 맞지 않다면 과감히 버릴 수 있는 것도 현명한 입시전략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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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김/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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