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부 산불 사망자 31명·대기질도 역대최악
▶ 3개주, 남한 면적 20% 규모 불타…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오리건 등 서부 3개 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점점 더 확산하며 사망자가 33명으로 늘었다.
실종자가 급증해 방재당국이 대형참사에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폭격으로 폐허가 된 유럽 도시를 연상시킨다고 언론은 전했다. 하늘을 오렌지색으로 물들인 연기로 대기질은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주 역사상 피해 규모가 1·3·4위에 달하는 대형 산불 3건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등 24건이 넘는 대형 산불이 번지고 있다.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가운데 기록적인 폭염과 강한 바람이 포개지며 산불의 확산을 부채질해 피해 규모가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310만에이커(약 1만2천545㎢)로 불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과 견줘 26배에 달하는 것이자 대한민국 영토의 12.5% 규모다. 건물도 3천900채 이상이 파괴됐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북쪽에서 번개로 시작된 '노스 복합 화재'는 13일 오전까지 25만8천496에이커(진화율 22%, 건물 2천여채 파괴)를 태운 가운데 2018년 산불로 막대한 피해를 본 파라다이스 마을을 위협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캘리포니아는 존재론적 기후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며 "이 지역(파라다이스)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산불을 본 게 불과 2년 전인데 지금 또 다른 산불이 불과 몇 마일 밖에 있다"고 말했다. ‘노스 복합 웨스트 존’ 산불 사망자 수는 12명이며, 13명이 실종된 상태이다.
가주 최대 규모로 기록된 ‘어거스트 복합’ 산불은 멘도시노 국유림에서 발화해 13일 오전 기준 87만5천59에이커를 태우고 25% 진화된 상태다. 지난달 17일 천둥 번개로 발화한 37개 산불을 포함한 ‘어거스트 복합’ 산불은 45만9천여에이커를 태운 2018년 멘도시노 복합 산불의 2배가량으로 커진 상태다.
‘크리크’ 산불은 12일 저녁 기준 19만6천667에이커를 전소시키고 8% 진화됐다. 프레즈노 카운티에서는 도로 봉쇄를 뚫고 운전한 혐의로 3명이 체포됐으며 마데라 카운티는 주택 6채가 파괴된 것을 새로 확인, 소유주들에게 알렸다. 아직 건물 피해 현황에 대한 전체적 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쉐버 레이크와 빅 크릭, 헌팅턴 레이크 커뮤니티 인근에서 발화한 ‘크리크’ 산불은 오는 10월 15일까지는 완전 진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소방당국은 예측했다.
베이지역에서 발생한 ‘SCU 번개 복합’ 산불(39만6천624에이커)과 ‘LNU 번개 복합’ 산불(36만3천220에이커)은 각각 98%, 96% 진화됐으며 ‘CZU 번개 복합’ 산불(8만6천509에이커)은 86% 진화됐다.
한편 계속되는 산불로 북가주 전역의 대기가 위험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노스 복합 웨스트 존’ 산불의 직격탄을 맞은 뷰트 카운티는 12일 대기질 지수가 536으로 ‘매우 나쁨(very unhealthy, 보라색)’ 수준을 기록했다. 나파부터 사우스베이까지 대기 상태는 이날 ‘나쁨(unhealthy, 빨간색)’ 수준을 유지했으며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공항은 가시거리가 1마일 이내로 제한됐다.
이에 따라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당국은 도서관, 차일드 케어 시설, 커뮤니티 센터 등을 열어 주민들이 오염된 공기에서 벗어나 숨쉴 수 있는 휴식 센터를 마련했다. 대기 오염 경보는 14일(월)까지 연장돼 사상 최장 기록인 연속 28일을 맞게 된다.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대기질 감시 서비스 '에어나우'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오리건·워싱턴주 대부분 지역과 아이다호주 일부 지역은 산불로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변하면서 대기질이 건강에 해로운 수준이다. AP통신은 오리건주 주도인 세일럼의 대기질이 512를 기록해 0∼500까지인 기존 계측 범위를 넘어서 1985년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 의사들은 산불로 인한 연기가 사람들을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서부 3개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이 지역을 매연으로 뒤덮으면서 진화와 실종자 수색 작업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총 31명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22명, 오리건주에서 10명, 워싱턴주에서 1명의 사망자가 각각 발생했다. 이 중에는 워싱턴주의 1살배기 남자 아기와 불에 탄 차 안에서 개를 끌어안은 채 숨진 13살짜리 오리건주의 소년도 있다. 다만 실종자들이 많아 앞으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오리건주에서 50만명에 대피명령이 내려진 것을 비롯해 수십만명이 화마에 집을 잃으면서 갈 곳 없는 처지가 됐다. 오리건주 방재당국은 잿더미에서 시신 발굴이 이어지자 "대형참사"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3주간 산불을 외면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에 따르면 이날 기준 아이다호·몬태나주를 포함한 미 서부 지역에서는 약 100여건의 대형 산불이 진행 중이다. 서부 3개 주의 피해 면적만 따져도 1만9천125㎢로 대한민국 국토 면적(10만210㎢)의 약 5분의 1(19.1%)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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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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