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명 사망·주 전역서 12만명 대피…진화율 0~10%
▶ 대기오염에다 대피소에 사람 몰려 코로나 악화 우려
20일 위성으로 촬영된 소노마 카운티 힐스버그 지역 ‘LNU 번개 콤플렉스 파이어’ 모습. <로이터>
지난 16일 새벽 포스터 시티에서 촬영한 벼락치는 모습. <규리 기자>
북가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계속 번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21일 SF크로니클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산불의 피해 면적은 60만에이커(약 2천428㎢)로 확대됐다. 서울 전체 면적(약 605㎢)의 4 배에 달하는 삼림이 산불에 소실된 것이다.
산불로 인한 사망자도 5명으로 늘었고 주택 수백채가 전소됐다. 주 전역에 산불을 피해 대피한 사람도 11만9천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여전히 진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앞으로도 피해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날인 20일 최소 4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3구는 나파카운티 전원 지역의 불 탄 주택에서 나왔고 솔라노 카운티에서는 남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19일에는 진화를 위한 물을 싣고 가던 헬리콥터가 프레즈노카운티에서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다.
가장 규모가 큰 산불군인 ‘LNU 번개 콤플렉스 파이어’(이하 LNU 파이어)는 21일 오전 기준 21만9천에이커를 태우고 건물 480동을 파괴시켰다. 3만500채가 추가로 위협받고 있다. 새크라멘토에서 서쪽으로 약 64㎞ 떨어진 베리예사 호수를 에워싸고 발생한 이 산불은 20일에도 전날보다 2배로 규모가 커진 데 이어 이날 또다시 2배 가까이 확산했다. 소방대원 590여명이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진화율은 7%에 머물러 있다.
LNU 파이어에 속한 ‘월브릿지 산불’은 21일 새벽 바람으로 불길이 가속화돼 힐스버그를 침투했다. 이미 해당 시에 자체 대피 경고령이 내려져 있었으나 거센 불길이 산지를 태우면서 밀크릭 지역 도로가 통제 불가, 힐스버그 서쪽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했다. LNU 파이어는 나파와 소노마, 솔라노, 욜로, 레이크 카운티에서 발생한 20여개 대형 산불군을 말한다.
산마테오와 산타크루즈에서 발생한 ‘CZU 번개 콤플렉스 파이어’(이하 CZU 파이어)는 5만에이커로 확대, 총 6만4천600여명이 대피했다.
불길이 확산되자 지난 20일 페스카데로와 빈할로우, 산 그레고리오, 라혼다, 스카이론다, 러시안 릿지, 레드반, 렝글리힐, 파라다이스 팍 주민 3천600여명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UC산타크루즈 역시 자체적으로 대피했다. 건물 50여채가 파괴되고 2만4천323채가 위협받았으며 8천600채가 추가로 위협받고 있다. 1천여명의 소방대원이 현장에 투입됐음에도 진화율은 0%다.
산타크루즈 카운티는 산불 피해 및 대피 주민들에 호텔 공간을 내어줄 수 있도록 관광객들에게 집으로 돌아갈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알라메다와 콘트라코스타, 산타클라라 등 5개 카운티를 포함하는 ‘SCU 번개 파이어 콤플렉스’는 22만9천968에이어를 전소시켰다. 진화율은 전날보다 2배 증가한 10%다.
소방대원 1천100여명이 불길 진압에 나서고 있으며 건물 2만채 이상이 위협받고 있다. 소방대원 2명이 부상당했다. 지난 20일 오후 산타클라라 카운티 중간 및 남쪽 지역 일부, 샌호아킨 카운티 일부 지역에 대피령과 경고령이 내려졌다.
한편 마린 카운티 포인트 레이스 인근에서 발생한 우드워드 파이어는 21일 아침 기준 2천100에이커 전소, 진화율 0%이다. 몬트레이 카운티 리버 파이어는 3만9천464에이커로 확대, 9% 진화됐다. 주민 5천여명에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소방대원 4명이 부상당했다.
래슨 카운티 로열턴 파이어는 4만6천872에이커 전소, 진화율 60%로 다소 큰 진전을 보였다. 요세미티 북동쪽에 위치한 투올룸(Tuolumne) 카운티에서는 ‘목 파이어’로 명명된 새로운 산불이 발생해 2천500에이커를 태우고 있다.
이번 대규모 산불은 이례적으로 번개로 인한 불씨로 시작됐다. 사흘새 무려 1만800번에 달하는 벼락이 캘리포니아 지역에 떨어지면서 367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연간 통상 약 8만5천건의 번개가 치는 캘리포니아에선 드물게 집중적으로 많은 번개가 발생한 것이다.
기상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더 더워질수록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지고 그 결과 번개가 잦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의 물리학자 데이비드 롬프스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더 번개가 많이 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폭염경보로 무더운 날씨는 산불의 확산을 부채질했고 소방관들의 진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전력업체는 더위에 따른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고전하는 가운데 산불로 발생한 매연·연기는 일대 공기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산불을 피해 대피소로 간 주민들은 코로나라는 또 다른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 산불을 피해 펠튼이란 소도시에서 탈출한 내털리 라이언스(54)는 산타크루즈 시빅 오디토리엄에 마련된 대피소를 찾았으나 이미 꽉 찬 상태였다. 폐 질환이 있다는 라이언스는 "마스크를 내린 채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결국 병원 침대로 가느니 차라리 내 차에서 자겠다"고 말했다.
산불로 인한 매연과 연기는 주변 지역의 대기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콩코드 지역에서는 공기질 지수가 20일 200을 넘겼고,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남쪽의 길로이에선 21일 이 지수가 150을 넘겼다. 이 지수는 최악의 경우 500까지 올라가지만 통상 100을 넘기는 수치는 건강에 나쁜 것으로 간주된다.
국립기상청은 또 위성 사진 분석 결과 이번 산불로 인한 연기가 미 중부의 네브래스카주까지 퍼지는 등 주변 주로 번지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이런 매연과 연기가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거나 기침·재채기를 유발해 코로나19의 전염을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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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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