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미국의 대학입시 시스템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SAT와 ACT 같은 대표적 대입 학력평가시험들이 코로나 사태로 시험일정이 계속 지연되면서 결국많은 대학들이 점수제출을 필수에서 옵션으로 바꾸거나, 아예 블라인드로 입학사정에 반영하지 않기로 입시요강을 바꿨다. 물론 대부분의 명문 사립대학들은 이 조치가 올해 입시에만 적용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내년에 또 어떻게 바뀔 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아이비리그의 경우 대부분이 이에 대한 결정을 미루다가 코넬대학이 가장 먼저 옵션으로 결정한 이후 나머지 대학들은 6월이 돼서야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6월 중순이 넘도록 프린스턴 대학만은 필수를 유지했다.
그런데 얼마 전 프린스턴 대학은 다른 아이비리그나 명문 사립대와는 달리 훨씬 더 파격적인 입시정책을 발표했다. 학력평가시험 점수 제출을 올해 입시에서 옵션으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조기조형인 싱글 초이스 얼리 액션을 올해는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
다시 말해 11월1일까지 지원서를 제출해 12월 중순께 합격자를 발표하는 조기전형제를 중단하고, 올해는 모두 정시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가장 늦게 입시요강을 바꾸면서도 가장 놀라운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입시전문가인 나 역시 적지 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기전형제 일정에 대한 의견들이 조금씩 이어져 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유동적인 학력평가시험 일정에 맞춰 지원서 마감일의 변경에 대한 것들이었지, 프린스턴대학 처럼 아예 없애자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프린스턴 대학의 이번 조치가 지원서를 제출할 학생들이나 교사, 입시 전문가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는 것은 그 파장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 기회와 명분을 만들어 주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이 대학의 결정이 다른 대학들에도 같은 길을 걸어가게 만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사립대 입시정책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과 같은 최고 명문 사립대들의 움직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저 한 대학의 입시정책으로 선을 그을 수는 없어서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늦어도 7월 중에는 이와 유사한 입시정책을 발표하는 대학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올해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들이다. 예년 같으면 11월1일 사립대 조기전형 마감, 11월30일 UC 지원 마감, 1월1일 사립대 정시 마감이란 큰 틀 속에서 움직이던 입시일정이 바뀌면서 입시전략이 심하게 흔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11학년 2학기 수업과 과외활동들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학력평가시험 잇단 연기 등으로 갈피를 잡기 어려운 가운데, 이제는 그래도 나름 준비해 온 계획들 마저 다시 수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만약 더 많은 사립대들이 이같은 조치를 결정한다면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이번 입시 지원자들은 입시역사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기전형을 통해 합격의 기회를 넓혀보려던 학생에게는 매우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또한 이로 인해 전공이나 환경 등에 따른 신중한 결정 대신, 대학 간판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나중에 대학생활 적응이나 전공교체 등 또다른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아직 다른 대학들이 어떤 결정을 추가로 내놓을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고, 이런 주장이 앞서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불투명한 부분들이 적지 않고, 여전히 또 다른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입시전문가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예상하고, 가정해야 제대로 된 지도가 능해진다.
가장 조심스럽고, 우려되는 것은 시간이다.
본격적인 입시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처럼 입시정책이 자꾸 바뀐다면 대학도 힘들겠지만, 결국 가장 힘들어지는 건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은 입시 측면에서 볼 때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최대 희생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입시준비와 관련된 중요한 부분들, 즉 정책의 변화에 관련이 없는 것들은 서두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심리적인 안전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차분하고 신중하게 분석하고 결정하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게 올해 입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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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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